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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의 창] 패배를 인정하는 책임감

@김영만 김영만 전남대 전 공과대학장 입력 2020.11.09. 16:02 수정 2020.11.09. 19:15

이번 주 내내 전 세계의 눈은 미국 대선을 향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여론의 관심이 높았던 것은 트럼프의 말과 행동이었다. 트럼프는 선거를 치르기 전부터 본인이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불복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이미 공언한 바 있다. 바이든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트럼프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은 '승복의 전통'이 있었다. 이 전통은 1860년 노예제 폐지를 내세운 링컨 대통령의 승리를 스티븐 더글러스 민주당 후보가 "모든 당파적 감정을 덮어두자"며 승복한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당시 링컨 대통령 당선에 남부 주들이 승복하지 않으면서 남북 전쟁이 발발했고, 이로 인해 미국 정치권은 대통령선거에서 패자의 승복을 불문율로 여겨왔다.

특히, 2000년 12월 13일 오후 9시 연단에 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앨 고어의 승복선언은 그를 위대한 패배자로 역사에 기록한 감동적 장면이었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미국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수도 있었으나, 그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분열보다 화합이 더 절실한 시점이다'라는 진솔하고 절제된 연설문으로 아름다운 승복선언을 하였다. 앨 고어는 개인의 성공과 권력보다는 갈등과 분열의 치유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본 것이다.

흔히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말한다. 선거를 통해서 대중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당선자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자이다. 선거결과는 1등만을 기억하지만, 그 외 등수도 대중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므로,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쳐주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선거에 임한 자로서 책임이며 기본자세인 것이다. 믿고 지지했던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품위이다.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통해서 선거과정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분열과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조건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미덕은 아니다. 그 전제에는 선거 과정이 공정하고, 그 결과는 분명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부정과 불법이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하여 진실을 밝히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고 올바른 선거문화를 확립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합리적인 근거 없이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하면서 선거결과를 부정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무책임한 행위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도 직접선거를 통해서 리더를 선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변화된 선거환경과 높은 시민의식에 부합하도록 선거제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른 선거제도 개선, 선거관리 정확성과 신뢰성 확보 방안, 그리고 선거관리 전문성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내가 졌습니다" 승복 선언을 하며 쓸쓸히 퇴장하는 위대한 패배자에게 큰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선거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김영만 전남대 공과대학 신소재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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