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7(토)
현재기온 10.2°c대기 좋음풍속 1.7m/s습도 45%

[경제인의 창] 더 늦기 전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진국 ㈜에덴뷰 대표·경영학박사 입력 2020.11.23. 10:25 수정 2020.11.23. 13:44

회사 경영에 있어 합리적이고 탁월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나침반 역할을 해줬고, 삶의 전환점을 가져다 준 경영 치트키와 같던 멘토 한 분이 계셨다. 그분의 충고는 단호하면서도 항상 부드러웠다. 듣는 이의 마음을 생각하며 직접적인 표현 보다 에둘러서 말하기를 좋아했던 배려심 있고 교양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분을 '백락일고' 고사에 나오는 '백락'이라고 칭하였다. 본인 사업 역시 중국을 넘나들며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이었기에 바쁜 몸이었다. 나 또한 바쁜 일정으로 최근 만나지 못했고 안부를 주고받는 것이 뜸했었다.

그런 와중에 그분이 얼마 전 갑자기 중국에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듣는 준비 없는 비보에 모든 시간이 멈춰 공기의 흐름도 소리도 정지된 듯 한동안 영혼이 탈곡된 기분으로 멍하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유해가 한국으로 오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나는 한참 뒤에서야 고인이 영면에 든 분당 추모공원을 찾아 생전에 자주 안부 묻지 못한 자책감 속에 그분과 재회할 수 있었다.

시간은 화살과 같아서 눈 깜박하면 지나가고 만다. 만남도, 인연도 마찬가지다. 이탈리아 토리노 박물관에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신 '카이로스' 조각이 있다. 앞머리는 얼굴을 덮을 정도로 무성하고 뒷머리는 머리카락 한 올도 없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조각 아래 구절을 본 관람객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내가 앞머리가 무성한 이유는 내가 나타났을 때 사람들이 나를 쉽게 붙잡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내가 지나가고 난 후 다시는 나를 붙잡을 수 없게 하기 위함이다'

지금이 기회이고 내일은 어떠한 일이 방해할지 모를 일이다. 우리는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숨이 멎을 정도의 큰 충격을 받고 나서야 깨닫는다. 사람들은 하루를 매일 바쁘게 보내고 세상 역시 사람들을 바쁘게 한다. 생활에 매몰되어, 빈틈없이 돌아가는 일과에 묻혀 시간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눈앞에 나타나는 결과에 정신이 팔려 정작 가치 있는 일을 뒤로 미루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치 시간이 영원할 것만 같다. 그래서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도 다음을 기약하며 후순위로 두기 쉽다. 그래서 고맙고, 감사한 사람에게 안부 인사를 제때 못하는 이유는 쉽게 변명이 되곤 한다.

만남의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는 건 다들 공감하고 지극히 잘 아는 바이지만 쉽게 실천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호주 출신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자신의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에서 많은 사람이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에 대해 적었다. 그녀는 은행에서 일하다가 꿈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고 영국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노인들을 병간호하기 시작했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은 삶과 관련된 5가지를 후회했다. 그 가운데 '친구, 지인들과 연락하며 살았어야 했다', '일에 매몰되는 대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웨어 작가가 이야기를 나눈 한 노인은 "여유가 있을 때 친구 녀석을 보려 했는데, 어느새 다 떠나고 나만 남았다"라고 한탄했고, 다른 노인은 "부모님께 더 잘해드려야 했는데, 내가 준비됐을 때는 이미 내 곁에 없었다. 가족과도 마찬가지였다. 일에 치여 살다가 자녀들과 추억을 남기지 못했고 이미 아이들은 훌쩍 커버린 뒤였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금 누군가가 떠올랐다면 안부 전화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권하고 싶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지만, 나의 삶이 유한하다는 걸 깨닫는 나이 정도 되니 혹시 다시 못 만날 때를 생각하며 지금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내 삶의 모든 분들에게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이진국 ㈜에덴뷰 대표/경영학박사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많이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