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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의 창] 2020년의 마무리, 트로트 한 곡 하실래요?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입력 2020.11.30. 14:09 수정 2020.11.30. 19:20

요즘 대한민국이 트로트라는 장르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2007년에 개봉된 영화 '복면달호'를 보면 주인공 달호가 트로트를 뽕짝이라고 칭하며 트로트 가수로 나서게 된 처지를 부끄럽게 여겨 가면을 쓴다. 트로트는 음악 지망생들에게 뭔가 떳떳하지 못한, 당당하지 않은 장르라는 인식이 있던 까닭이다. 최근까지 트로트가 홀대받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트로트는 일본에서 건너온 왜색문화라는 오래된 인식에서일 것이다. 일단 트로트가 식민지 시절 일본에서 건너온 것은 맞다. 하지만 엔카와 트로트는 분명히 다르다. 거기에 관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단지 망국의 설움, 이어지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 근대화 과정에서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서민들과 아픔을 같이하며 발전한 우리만의 문화라는 사실은 분명히 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뽕짝, 유행가, 성인가요 등으로 불리며 B급 음악으로 취급받던 트로트가 어떻게 지금처럼 연령대를 초월해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장르가 되었을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복고 열풍은 불경기의 지속에 대한 지표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레트로'나 '뉴트로'라는 말이 수년 전부터 유행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경기침체이다. 풍요롭던 시절이나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기 위해 복고를 소비하는 것이다. 레트로는 패션, 음악, 미술, 영화, TV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이은 성공과 시대 배경 당시의 음악 등이 크게 히트한 사실을 비근한 예로 들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며 돌아가는 세상, 불안한 국내외 사회 정치적 문제들, 거기에 코로나라는 희대의 사태가 가세하면서 여가시간 대부분을 TV 앞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의 트로트 열풍을 이끌게 된 배경으로 보여진다. 거기에 경연이라는 스릴적 요소와 현대적 감성에 맞는 스펙타클한 방송 무대와 퍼포먼스, 탄탄한 음악적 베이스를 갖춘 젊은 가수들이 정통 트로트라는 장르를 새롭게 재해석하고 자신만의 음악으로 다양한 변신을 꾀한 점 등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방송의 다양한 매스미디어 플랫폼은 10대와 20대까지 그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것 같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고구려편을 보면 '그 백성들은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 나라 안의 촌락마다 저물어 밤이 되면 남녀가 떼 지어 모여 서로 노래하며 유희를 즐긴다'라고 했을 만큼 우리 민족은 음악을 좋아한다. 이러한 DNA가 지금 상황의 베이스임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에 가수 나훈아가 '테스형'이라는 노래를 발표하며 또 다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아버지라는 무거운 단어 대신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빗대어 형이라 칭하며 만들었다고 하는데, 특히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는 1절 가사 중 일부는 어렵고 힘든 국민들의 현재를 대변하는 듯해 가슴이 무겁다.

일반적으로는 예수, 석가모니, 공자와 더불어 4대 성인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에서 태어나 일생을 철학의 제 문제에 관한 토론으로 일관한 서양 철학에서 첫 번째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플라톤이 그의 제자이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폴리스적) 동물이다'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군집을 이루고 소통과 정치적인 활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존재이다. 고대 그리스어에는 조에(zoe)와 비오스(bios)라는 말이 있다. 둘 다 삶이라는 말이지만 전자는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 후자는 정치적 생명(개인이나 집단의 특유한 삶의 형태나 방식)을 뜻한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와 코로나 19사태는 이 두 단어의 기본적 정의에 질문을 던지게 한다. 그것은 '단순히 먹고 사는 것'과 '어떤 형태와 방식을 통해 사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인간의 존엄은 비오스에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 조에라는 현실이 발목을 잡는다. 경제를 가리키는 '이코노미(Economy)'는 '집안 살림하는 사람(가정)'이라는 의미의 '오이코노미스(oiko nomos)'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음을 첨언으로 남긴다.

일제강점기에 태생해 사랑과 이별, 향수와 애수와 한을 담은 정통 트로트에서 벗어나 다양한 얼굴로 변신해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 한 곡, 2020년을 마무리 지으며 조용히 흥얼거려 본다. 류승원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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