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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의 창] 청정갯벌 벌교에 지정폐기물 매립장 이라니

@김용광 ㈜케이티티 대표 입력 2020.12.14. 10:48 수정 2020.12.14. 18:53

'태백산맥' 소설의 무대로 유명한 벌교는 보성군에 속해 있지만 지역 성격이 독특한 곳이다. 보성 사람들이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을 지녔음에 반해 벌교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인다. 벌교의 지역 성향은 '반드럽다'. 깔깔하지 아니하고 윤기가 나도록 매끄럽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고읍이나 낙안으로 드나드는 작은 포구였다가 일제 강점기에 수탈 기지로서 교통의 중심지가 돼 급속 성장한 벌교의 역사는 지역 성향을 상당 부분 설명해 준다.

'벌교에 가서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말은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도시 벌교의 성격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순천만의 찰진 갯벌에서 꼬막, 피조개, 바지락 등을 오래전부터 양식해 오고 있다. 속살이 쫀쫀하기로 유명한 '벌교꼬막'이 점점 양식이 어려워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벌교 출신 몇몇 기업가들이 다시 옛 벌교꼬막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꼬막양식에 필요한 정보와 예산을 공유하면서 친환경 갯벌 연구에 힘이 될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자는 바람이 서서히 불고 있다.

이런 람사르 습지가 있는 청정 갯벌 벌교에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에서 폐유·폐산 등과 같이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지정폐기물 매립장이 벌교읍 추동리 백이산 인근 폐석산 채취장에 200만t 규모로 민간사업자가 추진 중이라고 한다. 축구장 5개 반 규모의 3만 8천 500㎡ 부지에 매립한다는 것이다. 하루 처리량은 15t 화물차 37대분을 압축해 매립하는 것인데 에어돔 형태로 매립장 조성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매립장 예정부지 인근에는 광주·전남 식수원인 주암호의 물줄기가 있고 람사르지 순천만 갯벌 바다로 이어지는 벌교천, 일명 열두방천의 줄기가 있어 지정폐기물 매립장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벌교읍 71개 마을과 인근 순천시 35개마을, 벌교읍민회, 벌교이장단 협의회 등 60여개 시민단체들이 매립장 반대 대책 위원회를 꾸려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보성군의회도 지정폐기물 매립장 설치 사업 반대 성명서를 내고 "폐기물 중에도 가장 나쁜 것을 벌교로 가져 오면서 지역발전 운운하지 말아야 한다" 며 조성사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하루 15만톤 트럭 37대분의 지정 폐기물을 운반하면서 발생될 수 있는 추돌사고 및 각종 안전사고에 람사르 습지의 보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300억원 규모 관리형 매립시설로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에어돔 공법을 도입해 빗물을 차단하고 침출수 등 유해 성분 방지시설로 조성한다고 한다. 에어돔 공법은 지정폐기물 시설 설립 시 주로 사용되고 있는 공법이고, 다목적 재난 대피시설을 건설하면서 국내에 오래전부터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문제는 에어돔이 붕괴사고가 잦다는 점이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에어돔 형태의 강진 베이스볼 파크 실내야구 연습장이 무너져 내렸고 2012년 폭설로 충북 제천시 왕암 산업단지 폐기물 매립장 붕괴사고가 발생하여 지역 환경오염 주범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학교 운동장에 에어돔 설치를 고려 했을 때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2005년에 폭설로 전남 목포지역 고등학교 체육관 에어돔 지붕이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붕괴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붕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에어돔 설치 회사들의 기술력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에어돔 관련 기술이 특허가 아닌 중국의 실용신안으로 신기술 특허공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용신안권은 특허보다 낮은 지식재산권이다. 특히 중국의 실용신안권은 우리나라와 달리 기초요건 심사만 통과되면 권리를 부여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에어돔 붕괴시 벌교에 미치는 환경 변화는 어떠할 것인지 상상하기도 싫다. 지정폐기물 매립장 설치 지역이 왜 벌교이어야 하는지, 벌교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인지, 사업 추진자와 벌교읍민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 청정갯벌 벌교, 람사르지 순천만의 찰진 갯벌이 잘 보존되어 쫀쫀한 벌교꼬막의 옛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김용광 KTT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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