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고 있는 주체

입력 2018.11.16. 10:40
로댕(1840~1917)의 <생각하는 사람>

자신을 찾고 있는 주체

박해용(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소장)

#주체는 주어져 있지 않다

철학은 우리들이 하는 중요한 경험들에 대하여 분명한 말(=개념)을 찾고자 노력한다. 즉, 그것이 내적 경험이든, 외적 경험이든, 모든 경험과 언어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사고의 행위이다. 우리는 사고의 행위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스스로 정하게 되는데, 언어와 경험이 잘 연결이 되지 않으면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어갈 수 없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말에 대해서 분명한 상(像)을 갖지 못하면 그 어려움은 더욱 크다. 우리 사회에서 그 적절한 예가 바로 주체(主體)라는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서 주체라는 말처럼 중요하면서 오염된 말은 없기 때문이다.

주체라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가 가진 어떤 능력이 우리 자신을 주체로서 경험하게 하는가? 이때 경험은 어떤 언어와 연결되는가? 물론 경험하는 자신은 대상이나 물건이 아니며 단순한 신체만도 아닌 그 어떤 것이다. 주체는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며,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체는 느끼고 생각하는 차원을 갖는다

누구나 어떤 일을 경험하는데 있어서 중심 역할을 ‘내’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든 누구나 자신이 가진 특정한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을 ‘나’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방식으로 경험을 하는 경험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러한 경험하는 나는 신체적이며 동시에 내면으로 보는 눈을 가졌다. 이 눈이 생각하는 힘이다. 몸과 생각하는 힘을 포함한 ‘나’의 수용 능력은 매우 다양한 차원으로 이뤄져 있어서 매우 복잡하다.

그 중 가장 단순한 차원은 감각으로 느끼는 능력을 대변한다. 이 차원에 속하는 경험으로는 신체적 느낌으로 몸이 원하는 욕망, 쾌와 불쾌, 뜨겁고 차가움, 가벼움과 무거움 그리고 구토와 어지럼증 등을 들 수 있다. 이 외에도 몸이 가진 기관을 통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들 수 있는데, 보거나 냄새를 맡거나 소리를 듣고 만지는 데서 오는 경험을 열거할 수 있다.

감각들은 생각하는 힘과 결합하여 또 다른 차원의 감정들을 만든다. 기쁨과 슬픔, 불안과 공포, 시기와 질투 그리고 우울 등의 감정이 있다. 이들과 밀접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희망하면서 느끼는 것을 표현하기도 한다. 소원과 희망은 우리가 표상하는 것, 즉 판타지나 꿈을 통해서 읽어낼 수 있다.

위와 같은 감각적 차원의 경험들은 시간 안에서 이뤄진다. 기억이나 미래의 기획과 연결되어 있는 경험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들로부터 우리가 세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들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이 참이고 거짓이며, 어떤 것이 합리적이며 비합리적인가를 생각하는 행위를 하는데 까지 나아간다. 몸을 바탕으로 하는 이러한 생각의 행위를 하는 것을 주체라 한다.

#주체는 생각과 행위의 중심이다

따라서 주체는 내 몸이 체험하고 경험하는 그리고 생각하는 중심 역할을 한다. 이를 의식을 가진 생각하는 주체라 한다. 생각은 일정한 행동과 태도를 취하게 한다. 우리가 하는 일상의 행동 중에서 의지와 관련 없는 행동(무의식적 행동)을 배제하면, 의지가 작동하여 체험한 내용을 표현하는 행동이 남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을 행위라 한다. 행동과 달리 행위는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한 표현이다. 모든 행위에는 행위를 위한 동기가 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원하거나 느끼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믿기 때문에 어떤 것을 행위로 옮긴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체로서 우리는 동기를 가지고 행위 하는 사람이다.

주체의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모든 동기는 반드시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표현할 수 없다고 하면, 적어도 왜 표현할 수 없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경험을 하고 생각을 만들어서 행위를 한 주체는 어떤 생각과 느낌, 희망을 가지고 행위 했는가를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주체의 행위가 서로에게, 타인에게 적어도 나에게 이해될 수 있다. 주체는 언어를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존재이다.

주체는 자기의 행위에 대해서 경험을 설명하는 역할을 하는 ‘나’의 중심이다. 행위와 설명의 중심자로서 주체는 많은 생각들, 감정들, 환상들과 희망들을 갖는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나름의 동기를 설명해 낼 수 있다. 왜 그러한 생각들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해 낼 수 있다. 이러한 설명 과정을 통하여 주체는 자신의 상을 갖는다. 이러한 상들이 모아져 주체는 자신의 본 모습을 갖는다. 이러한 주체의 모습은 단순히 있거나 표상하는 것뿐만 아니라 되고자 하고 마땅히 되어야 하는 모습을 포함한다. 이것을 가리켜 주체는 언어를 사용하여 주체다워지려고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다양한 주체들이 다양한 언어로 스스로를 표현한다. 그러므로 주체는 자기가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서 각기 서로 다른 능력을 갖는다. 주체가 갖는 능력 중 스스로를 평가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스스로를 평가하기 위하여 자신의 경험과 행위에 만족하는가를 묻는다.

#주체는 자기동일성을 추구한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 자신에게 묻고 평가하는 능력은 주체의 본성에 속한다. 이러한 물음을 통하여 주체는 ‘존재하는 자기’와 ‘되고자 원하는 자기’ 사이에 갈등을 겪는다. 갈등을 겪는 시간을 지나면서 주체는 내면의 자기검열하는 능력을 키운다. 그것은 생각과 행위를 금지하거나 촉진한다. 그래서 자신이 해야 할 행위로서 존중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무시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배운다. 그러나 주체는 묻는 것에 멈추지 않고 자기변화를 추구한다.

주체는 걱정하고 물으면서 자신의 힘을 비축하여서 자신의 경험과 행위를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주체는 맹목적인 세상 흐름에 따라서 흘러가는 대상으로서 만족하지 않는다. 주체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세계에 필요한 새로운 사고와 느낌을 경험하고자 한다. 그 경험을 언어로 표현한다. 그리고 그 방향을 향하여 점진적으로 나아간다. 주체는 자신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산다. 주체가 찾아서 만들어가는 방향은 자신의 참 모습이다. 주체는 자신의 참 모습을 실현하기 위하여 일한다. 따라서 주체는 자기동일성을 추구하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박해용은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한 후, 한국연구재단의 연구교수로 한?중?일 3국의 의사소통 구조를 연구했다.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소>를 운영하며 의사소통과 대화법 연구와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인문학 공동체 <인문지행>에서 철학 강의를 하며, 책방 <심가네박씨>를 공동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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