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에 풍경 좋은 남해안 길 걸으며 삶을 꿈꿔봐요
새해의 새 달도 훌쩍 절반이 넘어섰다.
일상에 쫓겨 주변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와 이웃과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는지,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데 소홀함은 없었는지. 좀 더 깊은 관심과 섬세한 눈길이 필요하다면 지금 남해안 바닷가로 달려가보자.
자동차로 풍광을 눈에 가득 담는 것도 좋겠고 바다와 산야를 넘나드는 바람에 마음을 실어봐도 좋을 일이다.
무엇보다 한 발 한발 내 딛으며 땅과 바람과 하늘과 바다와 사람을 마음에 담아본다면 신년 초 따듯함과 가득함으로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걷기는 생각거리와 함께 건강도 덤으로 안겨준다는 점에서도 제격이다ㅣ
의료계에서는 주 3회 이상 3㎞ 이상 걸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1% 낮아진다고 조언한다. 그만큼 두뇌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얘기다. 두뇌 운동이 아니더라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걷기만 한 활동이 없다.
매월 지역별 걷기 여행길을 선정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1월을 맞이해 신년 계획을 세우기 좋은 ‘풍경 좋은 남해안 길’ 5곳을 추천한 이유다.
◇여수 갯가길 밤바다 코스
그룹 버스머 버스커는 ‘너와 함께 걷고 싶다/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여수 밤바다/여수 밤바다/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향기가 있어/네게 전해주고파’라고 ‘여수밤바다’를 노래한다.
또 봄날에는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또 다시 권한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그대여/오늘은 우리 같이 걸어요’라며 ‘그대여 우리 이제 손 잡아요/이 거리에/마침 들려오는 사랑 노래/어떤가요 오예/사랑하는 그대와 단 둘이 손잡고/알 수 없는 이 거리를/둘이 걸어요’라고 봄날 함께 그리운 그대와 함께 걷기를 권한다.
그렇게 ‘여수’는 대한민국 젊은 청춘들에게 그리움과 그대와 함께 하고픈 사랑의 공간이다. 그게 어찌 젊은 청춘들 뿐이겠는가.
저마다 그리운 이를 간직한 이땅의 모든 그리움들에게 그렇게 여수는 걸어보라고 권한다,
그룹 버스커 버스커의 ‘벗꽃엔딩’과 ‘여수밤바다’는 대한민국 낭만의 한 그림이고 여수의 이미지다..
이제는 누구나 ‘여수’ 하면 자연스럽게 ‘밤바다’를 연상한다. 여수 갯가길 밤바다 코스는 실제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걷기 길이다. 이름처럼 밤을 테마로 한 길로 국내에서 흔치 않다. 불 밝힌 여수항이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여수 ‘갯가길’은 제주 올레길 처럼 에수시민들이 만들어낸 길이다.
사단법인 갯가길이 수년 동안 공들여 길을 다듬고 만들어 가면서 입소문으로 전국적 명소로 떠오른 독특한 곳이다.
임진왜란(1592~1598) 당시 충무공 이순신(1545∼1598) 장군이 지휘한 전라좌수영 본영인 진남관을 후위 삼아 여수 밤바다를 지켜보는 장군의 동상이 우뚝 선 이순신 광장을 출발해 여수 연안 여객선 터미널을 지난다. 이어 만나는 여수 수산물 특화시장에는 맛집들이 즐비해 여수의 맛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그다음 만나는 돌산대교와 돌산공원 그리고 진두 해안길로 이어지는 코스는 버스커버스커가 노래한 “너와 함께 걷고 싶다 /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 이 바다를 너와 함께 너와 함께 오~”가 흐르는 길이다.
이어 새해의 희망을 상징하는 듯 영롱한 무지갯빛 거북선대교, 빨간 하멜 등대와 잘 정비된 여수 해양공원 등을 거쳐 이순신 광장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경로 : 이순신 광장 ~ 여수 연안 여객선 터미널 ~ 여수 수산물 특화시장 ~ 돌산대교 ~ 돌산공원 ~ 진두 해안길 ~ 거북선 대교 ~ 하멜 등대 ~ 여수 해양공원 ~ 이순신 광장 무술목
거리 : 6.45㎞
소요 : 1시간30분
난이도 : 매우 쉬움
여수 관광마케팅팀 061-659-3875
여수에는 풍경좋은 남해안 길 갯가길 외에도 금오도 비렁길, 하화도 꽃섬길 등 특색 있는 탐방로가 개설돼 생태·휴양 관광을 유혹하고 있다.
◇강진 사색과 명상의 다산 오솔길
전남 해남군과 장흥군 사이에 자리한 강진군은 좁고 기다란 강진만을 둘러싸고 있다.
김영랑 생가도 놓치기 아깝다. 일제 강점기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야했던 섬세한 시인이자 지식이었던 김영랑의 고독과 외로움, 시세계를 만나보고 차분히 길을 나선다면 생각거리가 더 깊어지고 풍성해질 것이다.
영랑은 휘문학숙에서 수학하고 일본 아오야마 학원 영문학과에서 수학하다 관동 대지진으로 중단하고 귀국했다. 유학 중에는 아나키스트 혁명가인 박열과 교류했고, 괴테, 키츠 등의 외국 문학에 깊이 심취했다. 1930년 정지용과 함께 박용철이 주재하던 ‘시문학’ 동인으로 참여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에는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끝까지 거부한 지조있는 시인이었다. 해방후에는 공보처 출판국장 등을 지내며 우익보수주의자의 입장에서 정치에 참여하기도 했다.
강진의 명소를 두루 거치는 ‘정약용의 남도 유배길’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석학이자 실학자, 당대의 신 지식이었던 천주교를 받아들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이 강진으로 유배 오고, 머물며 걸었을 길을 따른다.
모두 4개 코스 65㎞ 구간인데 가장 유명한 것이 2코스(15㎞) ‘사색과 명상의 다산 오솔길’이다.
조선조 지식인 정약용이 유배지인 강진에서 집대성한 방대한 학문의 세계를 상상하며 그가 목민심서에서 전한 교훈 10가지를 나눠보며 다산 초당을 둘러보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공직자 뿐아니라 일반 수신 덕목으로 시대가 지난 지금 보아도 생생한 내면의 가르침이다.
1. 말을 많이 하지 말며 격렬하게 성내지 마라
2. 스스로 직위를 구하지 마라.
3. 청렴은 목민관의 자세다.
4. 절약하되 널리 베풀어라
5.궂은 일도 기쁜 마음으로 행하라
6. 대중을 통솔하는 길은 위엄과 신용뿐이다.
7. 실질적인 배움을 중시하라
8. 유비무환의 자세로 재난에 대비하라
9. 세력자의 횡포를 막아라
10. 청렴하게 물러나라
강진읍 남성리에 있는 시인 김영랑(1903∼1950) 생가에서 출발해 다산이 4년간 머물던 사의재와 강진만 갯벌을 따라 무성한 갈대숲, 철새 도래지 등을 지나 백련사와 다산초당에 이른다.
전체적으로 길이 평탄하다. 풍광의 수려함을 즐기는 것은 물론, 다산의 실학 정신과 영랑의 시혼을 느끼며 이름 그대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길이다.
경로 : 다산 수련원~다산초당~백련사~철새 도래지~남포마을~목리마을~강진 5일 시장~사의재~영랑 생가
거리 : 15㎞
소요 : 5시간
난이도 : 보통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061-430-3343
◇고성 공룡 화석지 해변길
경남 고성군은 미국 콜로라도, 아르헨티나 서부 해안 등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 꼽힌다. 약 1억~1억2000만 년 전 백악기 시대 공룡 흔적을 보여준다. 총 12종, 수천 마리에 달하는 공룡의 발자국을 비롯해 알, 알 둥지, 새 발자국 화석 등이 남았다. 1999년 천연기념물 제411호로 지정됐다.
공룡 화석지 해변길은 입암마을부터 고성 공룡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군립 상족암공원 내 해변을 따라 약 3㎞ 남짓 해안 산책로가 조성됐다.
길을 걷는 내내 천연기념물 제411호 ‘고성 덕명리 공룡’ ‘새 발자국 화석 산지’ 등을 지나며 곳곳에서 주상절리와 퇴적암 등 지질학적인 면모도 살펴볼 수 있다.
길 막바지에서 상족암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을 감상한 뒤 고성 공룡 박물관으로 향한다.
걷는 길 전체가 자연사 박물관인 셈이다. 평탄한 구간이 대부분이어서 자녀와 함께 야외 활동이나 견학 등을 목적으로 걷기에도 좋다.
경로 : 입암마을 입구 ~ 상족암 해변 ~ 공룡 화석 탐방로 ~ 경남 청소년 수련관 ~ 상족암 ~ 공룡 박물관
거리 : 3㎞
소요 : 3시간
난이도 : 보통
고성군청 미래전략실 055-670-2231
◇송도 해안 볼레길
부산 서구 송도 해안 볼레길은 1913년 개장한 국내 최초 공설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에서 출발해 원시 자연공원인 암남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순환코스다.
해식 절벽 옆구리를 타고 가는 해안 산책로를 걸어 암남공원에 도착한다. 솔숲이 우거진 암남공원에서 산림욕을 즐긴 다음 해안도로 옆 산책로를 이용해 송도해수욕장으로 되돌아온다.
송도해수욕장에서는 아름다운 야간 조명이 빛나는 수변 공원, 하얀 물줄기와 화려한 야간 조명이 어우러진 송도 폭포, 전국 최초의 해상 조각 작품인 고래 조형 등대 등을 감상할 수 있다.
경로 : 송도해수욕장(현인 광장) ~ 송도 해안 산책로 ~ 암남공원(두도 전망대) ~ 공원 삼거리 ~ 암남공원 입구 ~ 송도해수욕장(현인 광장)
거리 : 8.3㎞
소요 : 3시간
난이도 : 보통
서구청 문화관광과 051-240-4082
◇거제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경남 거제시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안 산책로인 ‘섬&섬길 11코스’가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옥포항에서 해안 산책로를 따라 역사 문화 자원을 둘러보고 제14대 김영삼(1927~2015) 대통령 생가에 닿는 길이다.
이 길은 총 3구간으로 이뤄진다. 옥포항에서 시작하는 1구간은 1㎞ 남짓 나무 데크를 따라가다가 울창한 숲길로 접어든다. 이어 옥포 중앙공원에 이른 다음 다시 1.2㎞를 더 가면 어촌마을 풍경을 간직한 팔랑포 마을에 도착한다.
2구간은 팔랑포 마을을 나서 1592년 이순신 장군 최초 승전을 기념하는 옥포대첩 기념 공원을 지나 덕포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고래등 모텔까지 2.7㎞를 걷게 된다. 거제도의 숨은 아름다움을 보고 싶다면 이 길이 알맞다.
3구간은 도로변을 따라 김 대통령 생가까지 3.6㎞를 걷는다. 오가는 차량은 많지 않으나 진행 속도가 빨라 각별히 주의해야 할 길이다.
숲과 바다가 어우러진 거제의 비경 속에서 왜란 당시 승전의 영광과 이름 모를 영웅들을 떠올려 보자.
경로 : 옥포항 ~ 옥포 중앙공원 ~ 팔랑포 마을 ~ 고래등 모텔 ~ 김영삼 대통령 생가
거리 : 8.5㎞
소요 5시간
난이도 : 보통
거제시청 산림녹지과 055-639-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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