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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니모, 한인 디아스포라 연대 계기 되었으면"

입력 2019.12.18. 09:34
재미 교포 변호사의 쿠바 한인 탐구서
쿠바혁명 중심부 임은조 삶에서
한인 독립자금지원, 뿌리찾기까지
'한국인이란?' 근원적 질문
전후석 감독이 쿠바 현지에서 헤로니모의 손녀를 만나 한인의 발자취를 찾아가고 있다.

“한민족을 어떻게 구분합니까? 피부색으로, 언어로, 거주지로?”

전도 유망한 뉴욕의 재미교포 변호사 전후석은 홀연히 휴직계를 던지고 영화감독이 됐다.

쿠바 한인들의 여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헤로니모’. 쿠바 배낭여행에서 쿠바 혁명의 주역인 헤로니모의 후손을 만난 전 감독은 쿠바 한인 역사현장으로 성큼 들어간다. 휴업계를 내고 3년여의 공을 들여 100년 쿠바 한인의 여정을 담아냈다. 이 작품으로 전 감독은 한국평론가 협회가 선정한 제39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영화부문 올해의 주목할 예술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헤로니모’는 쿠바 한인들의 눈물겨운 역사와 세계시민으로서 ‘한민족’의 정체성, 한인 디아스포라에 한해 근원적 질문이다.

‘헤로니모’는 쿠바 혁명의 전설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쿠바혁명을 이끈 유일한 한인 헤로니모 임(임은조)을 중심으로 찾아나선 쿠바 한인 탐구서다. 헤로니모는 쿠바 혁명의 중심부에서 활동했을 뿐아니라 쿠바 한인 연대의 상징 같은 인물이다.

전 감독은 조국 땅은 커녕 어떠한 보호도 받아본 적이 없지만 100년 넘게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간직해가고 있는 꼬레아노 들을 조명한다. 일제강점기 해외로 내몰려 쿠바 애니껭 농장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처참한 생활을 하면서도 조국에 독립자금을 보낸 역사에도 카메라를 들이댄다.

변호사 전후석은 왜 직장을 내던지고 헤로니모를 찾아 나섰나.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전후석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물었다. 미국 땅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한국계 미국인. 대학졸업 후 연변과기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연해주 한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 로펌 인턴시절엔 브라질의 이주민으로서 한인들을 만났다. 미국에서 한인 2세 모임을 통해 한국계 외국인이 갖는 정체성과 한인들의 삶에 대해 고민했다. 시라큐스에서 공부하면서도 ‘좋은 세상’을 꿈꾸며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역할을 잘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택했다.

깊은 고민의 끝에 나선, 쿠바 배낭여행이 그를 본격적인 디아스포라 탐구로 이끌었다.

광주와 인연도 깊다. 2012년 법대 재학시절 광주시 인권도시대회에 참가했다. 해외 한인 대상 공모에 ‘유니버셜디자인(장애인 접근권)’ 주제의 에세이 논문이 선정돼 초청받았다. 이 대회에서 2등을 기록했다. 당시 주제발제를 맡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그때 만났다.

이달 초엔 광주를 방문했다. 광주시가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와 함께 마련한 ‘헤로니모’ 상영회를 위해 광주에 온 그는 “충분히 들러볼 여유가 없는 시간이었지만 자유와 평등, 인권의 키워드가 녹아있는 광주의 시간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한다.

영화 ‘헤로니모’는 수많은 개인들과 뜻 있는 후원자들의 기금으로 만들어졌다. 안타깝게도 지난달 극장에 선보인 ‘헤로니모’는 관객이 거의 찾지 않는 시간대에 배정되더니 10일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자본의 힘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그는 “헤로니모가 우리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외국국적 한인, 700만에 달하는 해외 재외동포들과 어떻게 연대하고 관계를 맺어갈 것인가 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어’ 변호사를 택했지만 요즘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디아스포라라는 큰 강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시 돌아올 길이라면 지금 이곳에서 계속 걸어가야하는 것 아닌가 라는 고민에 놓여있다는 설명이다. 그의 동생도 뉴욕에서 장애인 인권분야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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