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대신 ‘대통령’ 이름으로 헌화도
“‘역사 바로서야’ 개인적 사명감 있어”
오늘 전두환 재판… 본인은 불출석
차고 넘치는 헬기사격 증인·증거도
"절대로 없었어" 뻔뻔하게 부인만
'5·18 피고인'으로 나란히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과 노태우가 5·18의 현장 광주에서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명은 아들을 통해 오월 영령에게 대리 사죄하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 명은 차고 넘치는 증거와 증언에도 뻔뻔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40년 전 무고한 시민을 향한 무력 진압을 함께 주도했던 두 당사자는 이제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변호사가 광주에서 사죄했다. 지난해 8월과 12월 5·18 책임 당사자는 물론 직계가족 중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희생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한데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관련기사 6면
노씨는 지난 29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방명록에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고 남긴 뒤 '5·18민주영령을 추모합니다. 13대 대통령 노태우'라고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이어 고 김의기·김태훈·윤한봉·김형영 열사의 묘역에서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했다.
노씨는 망월동 구묘역인 민족민주열사묘역도 찾아가 이한열 열사 등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 자리에는 '13대 대통령 부인 김옥숙'이라고 적힌 꽃바구니를 올리기도 했다. 노씨의 어머니인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1988년 2월25일 극비리에 이곳을 찾아 참배한 사실이 지난해에야 알려졌다.
노씨는 또 옛 전남도청에서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씨를 만나 40주년 기념배지를 선물 받은 뒤 오월어머니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난해 12월 광주 방문 당시에도 이곳을 찾아왔었던 그는 '오늘의 대한민국과 광주의 정신을 만들어주신 어머님들과 민주화운동가족 모든 분들께 경의와 존경을 표합니다'는 방명록을 남기고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사무총장과 1시간여 대담했다. 김 사무총장은 노씨가 오전에 참배했던 김형영 열사의 여동생이다.
노씨는 아버지가 직접 오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하며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들의 감당할 수 없는 희생과 사랑에 존경을 표한다"며 "다음 세대에게 좋은 유산을 남겨주도록 역사를 바로 세우는 노력을 하겠다. 제 나름대로도 역사에 대한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직접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는 김 사무총장의 지적에는 "병상에 계신지가 오래되어 물리적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도 "40년 민주화과정을 기억하고 있으며, 어떻게 역사적으로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계신다. 뜻이 모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5·18의 발생 원인을 '유언비어'라고 기록한 아버지의 회고록을 개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5·18 학살자 노태우가 40여년 만에 사죄를 시작한 반면 '공범' 전두환은 여전히 역사를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고록을 통해 역사적 진실인 헬기사격을 부인하는가 하면 오월 당사자, 유족 앞에서도 뻔뻔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의 부인 역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남편'이라는 망언을 서슴치않게 하고 있다.
추징금을 두고도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7년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돼 추징금 납부 판결을 받은 노태우는 16년만인 지난 2013년, 2628억원을 완납했다. 반면 전두환은 전체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1030억원을 여전히 납부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위헌을 제기하며 또 다시 논란을 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노씨 일가가 구체적인 행보를 통해 사죄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역사 자체를 부인하며 시대를 역행하는 전두환은 그를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 전남 벌목사고 잇따라 "안전장구 착용 필수" 벌목 작업 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전남에서 벌목 작업 중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인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17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3년간 전남지역에서 발생한 벌목 작업 사고는 총 6건(사망 2건·부상 4건)으로 집계됐다.연도별로는 2021년 3건(1건·2건), 2022년 1건(0건·1건), 2023년 2건(1건·1건)씩 발생했다.사고 유형별로는 절단·베임 사고가 3건(0건·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깔림 1건(1건·0건), 감전 1건(1건·0건), 낙상 1건(0건·1건)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이날까지 깔림 사고만 벌써 2건(2건·0건) 일어났다.실제 지난 16일 오전 10시10분께 고흥군 두원면의 한 야산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A(63)씨가 20m 높이 소나무에 깔렸다.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A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사고 당시 동료 작업자 2명과 함께 나무를 베고 있던 A씨는 자신에 벤 나무 근처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는 착용한 상태였다.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A씨와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앞서 11일 오전 11시40분께에는 장흥군 관산읍의 한 주택 인근에서 벌목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 B씨가 15m 높이 참나무에 깔렸다.사고 충격으로 머리와 가슴 등을 크게 다친 B씨는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로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CPR을 받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조사결과 장흥군과 계약을 맺은 산불감시원이었던 B씨는 동료 작업자 14명과 함께 전기톱으로 위험수를 제거하던 중이었다.경찰은 동료 작업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자신이 벤 나무 근처에 있다가 넘어지는 나무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또 B씨가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 고용주인 장흥군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광주고용청 또한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속하는 만큼 장흥군이 재해 예방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살피고 있다.전문가들은 벌목 작업 중 사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안전거리를 잘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전남소방 관계자는 "벌목 작업의 경우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안전모를 비롯한 안전장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며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방향으로 신속하게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작업은 홀로 해서는 안 되고, 나무를 베고 나서는 동료에게 큰 소리로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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