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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시선-청년 정책 실험용 쥐

입력 2020.08.04. 11:23 수정 2020.08.10. 16:40

"나보다 아파트가 돈을 더 잘 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위 문장이 책 '자본과 이데올로기'(2020)의 주제를 관통하는 듯하여 글머리에 적어보았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전 세계가 직면한 불평등 문제의 역사적·정치적 근원을 서술하며 나름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1,297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선뜻 꺼내 들기가 부담스럽지만, 요새 서가에서 꽤 읽히고 있다.

피케티의 글 중 나의 눈길을 끈 건 국민총소득(GNI)의 약 5%를 고액의 부동산 소유와 재산 상속의 세수로 채운다는 것이다. 걷힌 세금은 25세가 된 청년 각자에게 ―해당 국가의 성인 평균 자산 약 6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기본 자본'으로 지급된다. 한국으로 치면 2010년도 기준 약 1억 2천만 원 정도이다.

저자가 '유니버설 캐피탈(Universal capital)'이라고 지칭한 이 기본 자본은 부의 세습과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고, 25세가 된 모든 청년이 개인의 삶과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물론 교육 시스템의 개선이나 법·제도적 보완도 뒤따라야 한다.

궁금해졌다. 피케티의 이론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도 적용 가능할까? 깊게 고민할 필요도 없이 필자 스스로 현실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즈음, 방금 한 시사프로그램에 본 수억 원 또는 그 이상의 부동산 시세 차익을 얻은 어떤 국회의원에 관한 리포트가 머릿속에 맴돈다. 자괴감이 든다. 여러 날 계속되는 장마까지 더해져 불쾌지수도 곱절은 높아진다. 몰랐던 사실을 새삼스레 알게 된 것도 아니지만 기득권의 부도덕성, 시민을 기만하는 상식 이하의 사건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감수성은 무뎌지지 않는다.

각설하고, 얘기를 이어가자면 사실 '유니버설 캐피탈'보다 최근 관심을 두게 된 정책은 따로 있다. 임대차 3법에 따른 부동산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형 기본주택'을 내놓았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으며 기본 30년 이상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장기임대주택 공급 계획이다. 기본 30년이다. 이 지사의 정치적 철학이 담겨 있겠지만, 주관적으로 해석하자면 소유의 분배나 자본의 순환에 관한 측면까지 잘 녹여진 것 같다.

지난 10여 년간 청년 세대의 황금기(?)를 지나온 노(老) 청년의 경험에서 보자면 '경기도형 기본주택'이야말로 '청년'이라는 단어는 빠졌지만 진짜 청년을 위한 정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청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실험실의 생쥐처럼 이용하고, 서로 무의미한 경쟁을 시키고, 매우 불안정하게 진행됐던 몇 가지 사업들이 떠오른다. 국가·지방 할 것 없이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애민 정신은커녕 인간성을 상실한 듯한 사업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비단 청년 정책에 국한된 얘기만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기존의 정책과 사업들이 매우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현실은 쳇바퀴다.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을 원한다면 특정된 세대가 아닌 우리 모두가 '참여 사회주의'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소유'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갖고 변화하길 바라본다. 정책 실험용 쥐를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최유진 (광주북구사회적경제연합회 사무국장·지역 공공정책 플랫폼 광주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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