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범벅 된 차량들 폐차 수순
"복개하천 피해…정부 지원 필요"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광주천이 범람하며 광주 북구 한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10여분만에 침수돼 차량 63대가 물에 잠겼다. 침수 차량 소유주들은 '자기 차량 손해 보험(자차보험)'만으로 보상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이 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11일 오후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아파트. 지난 8일 광주천 물이 범람하면서 지하주차장과 전기 설비가 모두 물에 잠겼다. 3일만에 물이 빠지면서 아파트 단지는 복구가 한창이었다. 수도와 전기가 끊겨 이동식화장실이 단지에 자리잡았고 비상전기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북구도 이날 오전부터 지하주차장 내 복구작업을 펼치며 산더미같은 쓰레기를 치웠다. 도로변에는 지하주차장에 3일간 잠겼다가 이날 견인을 통해 겨우 빠져나온 차량들이 진흙범벅인 채로 세워져 있었다. 애지중지하던 차량이 하루만에 엉망이 된 모습을 보면서 차주들은 진흙을 닦아낼 생각도 하지 않고 망연자실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과 입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광주천에서 범람한 물은 8일 오전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쏟아져 흘러들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빼라'는 긴급 안내방송을 하면서 주민들은 허겁지겁 지하주차장으로 몰려갔다.
100여대의 차량 중 40여대가 빠져나갔지만 63대의 차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물은 지하주차장으로 계속 넘쳐 흘렀다. 그러던 중 일부 승용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지하주차장 출구가 막혔고, 결국 뒤에 있던 차량들까지 빠져나오지 못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발목 높이던 물이 10여분만에 무릎 높이까지 차는 등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대처가 불가능했다"며 "지하에 펌프가 있었지만 침수로 변압기가 고장나 전기 설비 작동이 멈춰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3일만에 엉망이 된 차량을 마주한 차주들에게는 보상절차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 이 아파트는 풍수해보험에 가입하긴 했으나, 이는 공동시설물에 대한 보험일 뿐 입주민들의 차량까지 포함하는 보험이 아니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이 같은 경우 차량 피해는 자차보험에 가입돼 있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미가입 운전자들은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또 보험에 가입됐더라도 차량 문이나 선루프가 열린 상태에서 빗물이 들어가는 경우도 보상이 어려울 수 있고 차량 안에 있던 물건이 훼손된 경우도 보상이 어렵다.
피해 차량 운전자 A씨는 "자차보험에 가입하긴 했지만 교통사고를 상정해 950만원 정도를 가입했다"며 "1천500만원을 주고 산 차량을 아예 못쓰게 될 경우를 생각지 못했다. 생계에도 지장이 크지만 폐차를 해야 할 상황이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또 다른 침수차량 운전자 B씨는 "이번 폭우로 신안동 복개하천 인근 주변이 모두 피해를 입었다"며 "복개하천에 대한 구조적인 정비가 절실하고 집단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정부가 특별재난지역 지정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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