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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첫 명절' 제자리 지키는 사람들

입력 2020.09.28. 16:56 수정 2020.09.28. 17:43
광주송정역 역무원 “감염병 대응 촘촘하게”
동광주IC 요금 수납원 “마스크 매너 기대”
금호고속 기사들 “도착지까지 안전하게”
“고향·여행길, 방역 수칙은 철저하게”
동광주톨게이트 요금 수납원 이씨가 일하는 모습.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덕담이 올해는 '오지 말고 가지 말고 집안에만 있어라'가 됐다. 온라인 성묘, 비대면 차례도 모자라 고향방문 자제 당부까지···.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첫 명절 연휴는 전례 없는 비대면 풍경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낯선 사람들과의 접촉이 꽤나 꺼려지는 올 추석, 그래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묵묵히 제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혹은 그간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가족들과 함께 할 수 광주송정역 역무원, 금호고속 버스 기사, 동광주IC 톨게이트 요금원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배려와 동참'을 강조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개인 위생·방역 수칙과 거리두기 지침 준수 그리고 연휴도 포기하고 현장을 지키는 많은 이들에게 배려와 응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광주송정역이 붐빈다.

광주송정역 역무원

"이용객 절반 수준 전망 불구 감염병 대응은 더 촘촘하게"

"휴식없는 명절 연휴가 익숙해진 삶이지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매년 커지기만 합니다. 더욱이 코로나19 속 현장을 지켜야 하는 올해는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도 자부심과 보람으로 극복해보렵니다."

광주송정역에서 역무팀장을 맡고 있는 김한기(53)씨는 올해도 명절 연휴를 모두 반납했다. 나흘간의 연휴 내내 안락한 집 대신 '현장'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에게는 지난 23년 역무원 생활 내내 반복되고 있는 익숙한 명절 풍경이다.

"남들 쉴 때 일하는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초연한 듯 미소를 보이며 "입사 초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이제는 명절에 근무를 안하는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도 많이 이해해주지만 가끔 아이들이 '아빠랑 같이 명절 보내고 싶다'는 말을 할 때면 마음이 무겁다. 올 추석 근무 무사히 마치고 가족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야 겠다"고 소망했다.

코레일테크 직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2020.09.28. 20hwan@newsis.com  뉴시스

올 추석 연휴의 경우 코레일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열차 내 좌석을 창가쪽만 운영하기로 해 이용객은 절반 이상 줄어들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무원들의 업무까지 경감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인지 김씨는 그 어느 해 보다 올 연휴가 가장 긴장된다고 말했다.

특히 역무팀에서도 김 팀장이 책임지고 있는 매표, 예매 등 여객 업무는 승객들과 바투 대면할 수 밖에 없는 구조. 투명가림막 등으로 물리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놓았지만 승객들과 직접 마주해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는 탓에 개인 방역수칙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시민의 발로서 승객들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면서 "올 추석 운행 횟수와 이용객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편안한 귀성·귀경길을 도울 역무원과 기관사 등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한기 팀장은 마지막으로 이번 명절 연휴가 코로나19 재유행의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승차시 마스크 착용, 열차는 물론 역사 내 불필요한 대화 또는 통화 자제, 사람간 거리두기 준수 등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 추석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난다.

동광주IC 요금 수납원

"안부 챙기는 '4초 인연' 감사 통행료 건넬땐 마스크 착용을"

'삑', "안녕하세요. O천OOO원 입니다. 감사합니다."

두 평 남짓 좁은 공간에 앉은 이모(42)씨가 쳇바퀴 도는 다람쥐마냥 같은 말을 반복한다. 타는 입술을 축이기 위해 마스크를 잠시 내리고 물 한 모금 넘기기 무섭게 또 다시 같은 인사를 건넨다.

이씨는 하루 평균 2만2~3천대의 차량이 오가는 '광주의 관문' 동광주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이다.

한 번 근무를 시작하면 꼼짝없이 제자리에서 4시간을 내리 일해야 하는 탓에 보통 고된일이 아니지만 운전자들 덕분에 힘을 낸다고 했다. 이씨가 운전자들과 대면하는 시간은 4초 남짓. 짧다면 아주 짧은 이 시간 동안 따뜻한 인사와 안부는 물론 간식까지 챙겨주는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마냥 감사한 일만 있는 것은 또 아니다. 반말은 기본, 통행료를 던지듯 건네거나 애먼 요금원들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운전자가 통행권을 뽑아오지 않은 경우, 하이패스 카드로 요금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 통행료를 사전에 준비하지 않는 경우 등으로 수납 처리가 다소 지연될 때면 어김없이 이어지는 뒷차량들의 항의 역시 온전히 수납원들의 몫이다.

이씨는 "단 30초만 차가 밀려도 곧바로 날카로운 말이 파고든다. 익숙해질법도 하건만 사람에게 받는 상처와 스트레스는 쉽게 치유되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원활한 톨게이트 소통을 담당하는 이씨는 올 추석에도 제자리를 지킨다. 이곳에서 근무한 이후 세번째 맞는 명절이지만 이번이 가장 바쁠 예정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연휴동안 지역 간 이동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통행을 억제한다며 통행료 수납을 정상화하면서 업무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안전한 귀성·귀경을 돕기 위해 제역할에 충실하려 한다"면서 조심스럽게 운전자들에게 매너를 당부했다. 적잖은 운전자들이 노마스크로 통행료를 건네고 있어서다.

그는 "마스크는 코로나19 최고의 백신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밀접 대면 접촉이 필수적인 요금수납의 경우 자칫 방역 경계가 무너질 수 있으니 불편하더라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날때는 꼭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이 분주하다.

금호고속 버스 기사들

"코로나19 뚫고 가는 고향길 도착지까지 방역은 철저하게"

"올 추석 연휴에 고속버스를 이용한다는 건 코로나19 불안감을 뚫고도 가족을 만나겠다는 의지가 큰 거잖아요. 그 분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역할인 만큼 더 신경써서 일하려고 합니다."

28일 정오께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곳곳에서 명절 단내가 풍겨온다. 이것저것 바리바리 싼 듯 묵직한 박스도 모자라 곧 터질듯한 배낭을 멘 어르신,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굴리는 가족 단위 승객들, 곳곳에 높게 쌓인 스티로폼 박스까지 넉넉한 한가위 분위기가 물씬 난다.

여느 명절과 다를바 없어보이는 풍경 속 낯선 모습이 눈에 띈다. 깔끔한 흰색 셔츠 차림에 검은 선글라스를 낀 버스기사들의 손에 들린 분무기와 수건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로 19년째 고속버스를 운전하고 있다는 이일호(57)씨는 핸들과 기어봉 등 운전석은 물론 승객들의 손이 닿을만한 곳곳에 소독제가 든 스프레이를 뿌리고 닦으며 출발 채비를 하고 있다.

이씨는 "아무래도 버스는 여러명의 사람이 밀폐된 공간에 장기간 함께 있는 탓에 신경 쓸 부분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승객들은 물론 내 건강까지 생각해 하루에도 몇 번씩 소독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씨의 동료인 최한배(57)씨도 코로나19 이후 유독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 차량 내 청결이라고 했다. 운행 전후 환기는 물론 공용공간을 소독제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됐다고 했다.

최씨는 "대여섯명만 한 공간에 모여도 기피하게 되는 분위기가 팽배한 요즘,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이들은 그 버스 회사와 기사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우리를 믿고 차량에 탑승해 준 승객들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앞으로도 방역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객들에게도 서로의 안전을 위해 버스 내 마스크 착용 준수, 불필요한 대화나 통화 자제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주현정기자 doit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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