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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단지 문 닫았어요?" 도로 만들다 상인들 숨통 끊은 LH

입력 2020.10.19. 17:08 수정 2020.10.19. 17:34
콘크리트·철근 더미에 공사장 방불케
무너지는 삶의 터전에 상인들 '막막'
코로나에 도로 공사까지 설상가상
LH “보상 받고 싶으면 소송하라”
남구청 "도와달라"는 상인들 외면
14일 광주 남구 임암동 화훼단지 앞에서 한 상인이 지하차도 공사로 세워진 가림막을 바라보고 있다.

"화훼단지 앞으로 도로공사를 하면서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어요. 3m가 넘는 공사장 가림막에 중장비까지 널려있으니까 장사 안 하는 줄 알아요. LH도 구청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바람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16일 찾은 광주 남구 임암동 화훼단지는 도로를 지나는 차 소리만 요란할 뿐 인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람 대신 접근금지를 알리는 안전울타리와 공사를 위해 쌓아놓은 콘크리트 하수도관, 흙더미와 중장비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철근을 세워 만든 임시 출입로가 있긴 했지만 출입 표시가 별도로 없고, 공사 현장처럼 보이는 탓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실제로 이날 반나절 동안 화훼단지를 찾는 손님은 5~6명에 불과했다. 이들 마저도 "들어오면서도 영업을 하나 싶었다", "출입로에서 사고 날 거 같아 무섭다"며 손사래를 쳤다.

광주 남구 임암동 화훼단지에서 상인들이 LH공사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화훼단지는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광주효천2 지하차도 개설' 공사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길이 563m, 폭 20m(4차로) 규모로 오는 2021년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LH가 광주 방면 6개 차로 중 3개 차로를 막으면서 화훼단지 일대가 공사장으로 변했다.

이에 상인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줄었는데, 설상가상으로 공사까지 더해지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차선이 줄어 일대 도로 교통정체가 심해졌고, 출입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사고 위험성도 덩달아 커지면서 영업에 지장을 줬다는 것이다.

상인들은 매출 감소, 공사장 소음과 먼지 등도 문제지만 오랜시간 동안 정을 나누고 꽃과 나무를 키우던 상인 10여명의 삶의 터전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LH와 남구의 방관 속에 생계의 위협을 받은 일부 상인들은 차라리 가게를 접겠다는 반응까지 내보였다.

이곳에서 40년간 나무조각을 한 강성배(66)씨는 "하루 종일 가게에 앉아 있어도 사람이 안 들어온다. 옆 가게 이웃이 장사를 접으려고 해서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고 간신히 설득한 상황이다. 가족 같은 사람들이 떠날 수밖에 없으니까 더 괴롭다"면서도 "내년 말까지 공사를 진행한다고 하니 나조차 장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남구에도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구청은 "LH가 시공사이므로 남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치득(61)씨는 "법도 잘 모르고 힘도 없는 우리들이 기댈 곳이 구청뿐이라 민원을 넣어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LH에 민원을 이송했다는 답변뿐이었다"며 "현장 조사를 통해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달라. 손실분 만큼 보상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LH는 출입로가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공사 시공으로 발생한 손해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청구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화훼단지 상인들은 12일부터 자신들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매일 두차례 집회를 진행 중이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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