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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기다려 2만원 냈네요" 밤 9시마다 힘겨운 귀갓길

입력 2021.01.18. 15:41 수정 2021.01.18. 18:43
식당 매장 내 영업 마감 시간때마다
대리운전 기사 호출 몰려 ‘별따기’
기사들도 “일감 줄어 골라서 잡아야”


"오후 9시 전후로는 대리운전 부르기가 '하늘의 별따기'에요. 요금을 2만5천원으로 올려도 감감 무소식이니 추운 날씨에 길 한가운데서 떨고 있으면 괜히 술을 먹었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이후 광주 도심에서는 밤이면 밤마다 때아닌 대리운전 기사 잡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음식점과 술집 모두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 조치에 따라 문을 닫자, 술을 한잔 하고 귀가하려는 운전자들이 특정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린 탓에 가격을 아무리 올려도 대리기사 배정이 되지 않아 귀가 시간은 하염없이 늦어지는 새로운 풍경이다.

지난 16일 밤 광주 동구 동명동. 오후 8시30분이 지나자 식당 밖으로 나온 운전자들이 잇따라 대리운전을 호출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10분, 20분이 지나도 대리기사가 오지 않자 초조해진 시민들은 가격을 잇따라 올리지만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회사원 A(30)씨는 "한시간 넘게 기다리고 요금을 2만5천원으로 올린 뒤에야 겨우 대리기사가 배정됐다"며 "동료들하고 저녁에 반주로 몇 잔 술을 한 것이 후회되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B(32)씨도 추운 겨울 밤 도로 위에서 오들오들 떨며 대리기사를 기다렸다. B씨는 "예전같으면 북구 집까지 1만3천원이면 잡혔는데 지금은 2만원 이상은 불러야 집에 갈 수 있다"며 "그나마도 콜이 몰렸는지 30분 이상을 기다리는데도 아무런 연락도 없다. 대리운전 업체로 전화해 독촉해봐도 요금을 더 올리면 배정해주겠다는 식의 답변을 듣고 불쾌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대리기사를 기다리는 동안 추위를 피하려는 손님들이 오후 9시가 넘어서도 식당 등지에서 나가지 않으면서 업주들의 입장도 난처하다.

서구 상무지구의 한 식당 업주 C(44)씨는 "9시가 지나도 왜 손님들이 안나가나 싶었는데 대리기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며 "영업하는 것으로 오인해 누군가 신고하면 어쩌나 싶어 나가달라고 했지만 추운데 나가기 싫다고 되레 큰소리니 곤란할 때가 종종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졸지에 귀한 몸이 된 대리기사들의 입장은 달라졌을까. 대리기사들 역시 전체 일감이 줄면서 '똑똑한 1건'을 찾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은퇴 이후 3년째 대리기사 일을 해오고 있는 D(64)씨는 "예전에야 새벽까지도 일을 찾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은 오후 10시면 호출이 뚝 끊기니 그 전에 일감을 잡아야 한다"며 "주로 오후 9시에 호출이 집중되니 조금이라도 요금이 더 높은 호출을 골라 가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하루 2~3건이면 일이 많은 날이고 아예 허탕을 치는 날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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