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헤아림요양병원
요양시설 코로나19 확진자 전담병원
고령층 집단감염 사망자 속출 위기
치매·거동불편 등 일반병원은 꺼려
식사·배변 처리 등 방호복 입고 사투
"도둑년 소리 들어보셨어요? 저희는 치매환자라는 걸 아니까 욕을 해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변이 묻어도 괜찮아요. 요양시설 코로나19 확진자 전담병원이 된다고 했을 때 걱정 안됐다면 거짓말이죠. 그래도 일반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저희 아니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합니다."
지난달 6일 요양시설 코로나 확진자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광주 북구 헤아림요양병원에서 13년째 근무 중인 서미숙 간호부장(57)의 말이다. 헤아림요양병원은 노인요양시설에서 코로나에 감염됐거나 감염 확률이 높은 밀접접촉자를 돌본다. 요양병원 특성 상 고령 환자가 많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안아 일으켜 식사를 돕고 대소변도 직접 처리한다. 레벨D 방호복을 입은 탓에 이전보다 힘이 몇 배로 든다. 한겨울에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직원 절반이 떠난 탓에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하다. 지난 한달 간 직원들이 쉰 날은 고작 하루. 그럼에도 이들은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묵묵히 해낸다.
◆ 요양병원 확진자 폭발 사망자 속출 위기
모두가 꺼려할 때 헤아림요양병원은 요양시설 코로나 확진자 전담병원을 자처했다. 새해 벽두부터 광주 광산구 효정요양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요양시설 관련 코로나 확진자를 받아줄 전담병원이 급선무가 됐다. 이전에도 노인요양시설 관련 코로나 집단감염이 이어졌지만 효정요양병원 감염 속도는 폭발적이었다.
닷새 만에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에 육박했다(2월8일 기준 총 확진자 166명). 이중 사망 위험이 높은 고령환자들이 80%를 차지했다. 의료진 감염도 잇따르면서 사실상 병원 역할은 마비됐고 감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기저질환자가 집단거주하는 요양병원 특성상 그대로 둘 경우 사망자 속출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이때 헤아림요양병원이 나섰다. 사망자 최소화와 추가 확진자 발생 억제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헤아림요양병원은 기존에 입원 중이던 환자 150명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부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직원들에게도 1:1 면담을 통해 전담병원 필요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모두가 꺼려하는 '요양시설 코로나 확진자 전담병원'을 시작했다.
◆직원 절반 떠나…인력 턱없이 부족하지만
요양시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면서 의료·행정 인력 90명 중 절반이 떠났다. 가족들의 우려와 감염에 대한 우려가 이유였다. 그럼에도 남은 직원들끼리 똘똘 뭉쳤다. 효정요양병원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한시가 급했다. 확진자 전용 출입구와 이동 동선을 짜고 2인1실 병실을 만들었다. 전담병원 지정 다음날인 7일부터 환자를 받을 수 있었다.
효정요양병원 확진자 30명과 밀접촉자 등 80여명의 환자들이 이곳에서 치료 받고 있거나 건강히 퇴원했다. 의사 2명과 간호사 4명, 간호조무사 10명, 간병인 2명과 그 외 행정 및 식당 직원들이 '내가 안 하면 동료가 더 힘들어진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재 헤아림요양병원은 총 60병상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 확진자 30병상, 감염 확률이 높은 밀접접촉자 30병상이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30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요양병원 환자 특성 상 거동할 수 없는 와병 환자나 치매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일반 환자보다 2~3배는 더 힘이 든다. 코로나 예방을 위한 레벨D방호복, 안면보호 페이스쉴드, 장갑, 덧신 등을 착용한 채 환자를 직접 안아 일으키고 식이 보조와 대소변 처리, 욕창 드레싱 등을 담당한다. 환자 간 감염을 막기 위해 병실마다 보호장비를 교체하는 일까지. 한겨울에도 땀이 줄줄 흐르고 일을 마치고 나면 녹초가 된다.
서 간호부장은 "언제 응급 상황이 생길지 몰라 한달 째 집에 못 갔다. 다들 처음 해보는 일인데다 지난달까지 요양시설 확진자가 쏟아져 정신 없이 시간이 흘렀다"며 "가장 고생하는 분들이 환자 바로 곁에서 궂은 일을 해내는 간호와 돌봄인력들이다. 코로나 감염 걱정 보다는 환자와 옆 동료들을 더 걱정하는 직원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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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헤아림요양병원 최중호 이사장 인터뷰
"사망자 속출 긴급상황 지켜만 볼 수 없어 결단"
가족 만류·감염 걱정있지만
환자부터 살리기로 뜻 모아
인력 수급·적절한 보상 필요
색안경 낀 주변 시선은 상처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7월부터 노인요양시설에서 크고 작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랐고 지난달 광산구 효정요양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고령의 입원환자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까지 줄줄이 감염됐다.
문제는 이들을 치료할 병원이 없었다. 전담병원에 대한 지원이 있다 해도 기존 환자·보호자와 직원들의 반발이 더 컸다. 코로나 확진자인데다 거동이 불편한 요양환자를 반기는 병원은 없었다. 민간병원은 물론 공공의료원도 전문 돌봄인력과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된 환자의 내원을 꺼리는 상황이었다. 이때 구세주처럼 헤아림요양병원이 코로나 전담병원을 하겠다고 나섰다.
헤아림요양병원 최중호 이사장(52)은 "설마했던 일이 일어났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누구보다 요양병원 환자의 특성을 잘 알았다"며 "그대로 두면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는 긴급상황이었다. 손 놓고 죽음을 지켜볼 수 없어 요양시설 코로나 확진자 전담병원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요양시설은 감염병 취약지대지만 전담 병상이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병원 재단 자체가 공공의료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우리도 언제든 집단감염 발생지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차라리 더 철저하게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시설과 체계를 갖추자는 판단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요양시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기까지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병원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결론 나지 않는 회의가 계속됐지만 결국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요양시설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어 시간이 없었다. 환자와 보호자,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환자 150명은 전원조치 했다"고 전했다.
한차례 위기도 닥쳤다. 요양시설 코로나 확진자 전담병원 소식에 직원 90명 중 절반이 퇴사했다. 그는 "한 번에 절반이 그만 둘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떠난 분들도 충분히 이해된다"며 "당사자보다는 가족들의 만류가 컸다. 혹시 있을지 모를 감염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장은 "현재는 2개 병동 60병상 60여명의 환자들은 16명의 의료진이 3교대로 24시간 책임지고 있다. 한달 간 같이 동고동락을 해서인지 끈끈한 동료애도 생겼다"며 "직원들 중에는 집에 제대로 못 가는 경우도 많다. 인력 수급이 제대로 안 돼 의료진들의 고생이 가장 커 미안한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이 필요한 아픈 환자 곁에서 가장 고생해주시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인들에게 거듭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직원들이 고생하는 만큼 현실적인 보상과 인력 수급이 따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요양병원은 치매 환자나 몸이 불편한 환자의 식사부터 대소변 처리까지 환자들의 손발이 돼야해 힘이 훨씬 많이 든다"며 "감염 위험 속에서 고강도 업무를 하는 만큼 적절한 보상도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나 지자체에서 직원들의 업무 하중을 줄이기 위해 요양병원에 대한 교육이 된 인력을 지원하고 요양병원 특수성을 고려해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 이사장은 "코로나 전담병원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하다며 피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 색안경에 직원들이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조금만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성희기자 pleasure@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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