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소는 폐쇄돼 썰렁…번화가는 인파 몰려
귀경길 일부 정체 있었으나 대부분 해소
올해 귀성·귀경객 지난해 절반 수준 그쳐
해를 넘겨서도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올 설 맞이 풍경도 확 바꿔 놓았다.
5인 이상 집합금지로 고향방문 행렬이 크게 줄어든 반면 영상 16도를 웃도는 따뜻한 봄 날씨에 도심 번화가나 유명관광지에는 나들이객들로 북적거렸다.
시민들은 도심 공원 산책과 가족단위 외식 등으로 고향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차분한 명절 연휴를 보냈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설 명절 대이동에 따른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골자로 하는 명절특별방역대책이 유지되면서 이번 설 연휴기간 광주를 오간 귀성객이 크게 줄었다.
이날 정오 기준 귀성객은 66만2천600명, 귀경객은 53만8천4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귀성객은 45.4%, 귀경객은 48.8% 감소한 것이다.
매년 설 명절이면 성묘객들로 북적였던 묘역도 올해는 한산했다.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설 명절 기간 망월공원묘역과 영락공원, 국립5·18민주묘지의 운영을 중단하고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를 제공한 여파다.
5인 이상 집합 금지와 고향방문 자제 기류가 맞물리면서 시민들은 고향을 못가는 대신 다중 영상 통화 앱 '줌'을 이용해 비대면 차례를 지내는가 하면 SNS 송금 기능을 이용해 세뱃돈을 보내는 사례가 폭증하는 등 이색 풍경도 연출됐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지키기 위해 가족들과 순서를 정해 고향집을 다녀오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3남매인 김모(50·광주 북구) 주부는 "오빠와 동생네와 미리 순번을 정해 화순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을 뵙고 세배를 하고 왔다"며 "네 명이 넘을까 봐 아이들은 놔두고 남편하고만 시골집에 왔다가 핑 돌아왔다"고 말했다.
시골마을 설날 풍경도 낯설기만 했다. 명절이면 한해의 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세배 인사로 잔칫집 분위기가 났지만 올해는 조용했다. 곡성군 죽곡면에서만 70년 넘게 살고 있는 유모(80)씨는 "작년 추석 때보다도 올해 설은 더 했다. 친지들이 오지 않아 차례상도 최대한 간소화하는 등 살아 생전 이런 명절 분위기는 처음이다"고 전했다.
명절음식 준비 대신 가족단위 외식객이 늘면서 광주 동구 금남로 번화가의 식당과 카페는 활기를 띄었다. 동구 구시청이나 북구 용봉동 등 술집이 밀집한 지역도 20~30대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무등산과 지리산, 월출산 등 지역 명산에는 따뜻한 봄 날씨를 만끽하려는 이른 상춘객들이 몰려 산행을 즐겼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무등산 탐방객이 1만232명에 달하는 등 설 연휴 동안 하루 평균 8천200명이 찾았다. 이는 지난해 설 명절 하루 평균 탐방객 6천500명보다 2천명 가량 늘어난 규모다.
이같은 시민들의 여유로움과는 달리 연휴를 반납한 일선 코로나 방역현장의 의료진들은 여전히 긴장감 속에 비상근무를 하며 바이러스 차단에 구슬땀을 흘렸다. 이번 설 명절 연휴 기간 동안 광주 일선 보건소 543명이 연휴를 일부 반납하고 비상대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년과 같은 민족 대이동은 없었지만 사건 사고는 잇따랐다.
여수해경은 13일 여수 국동항 수변공원을 산책하다 바다에 빠진 20대 남성과 남면 안도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다 바다에 빠진 40대 남성을 잇따라 구조했다. 11일 나주에서는 삼영동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30대 남성이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 추락해 숨졌다.
같은 날 광주에서는 음주단속 현장에서 경찰관을 치고 달아난 30대 여성이 도주 이틀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설 연휴 기간 사건사고는 화재 6건, 교통사고 25건, 구조·구급 600건이 발생했으나 경미한 수준에 그쳤다.
광주시 관계자는 "다행히도 코로나 집단 확진이나 대형 화재 등 큰 사건 사고 없는 평온한 명절이 지나갔다"며 "연휴 기간 동안 코로나가 전파된 사례가 있는지 계속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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