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으며 다시 한 번 '사회적 약자'의 처지와 우리사회 인권을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 19로 아슬아슬한 낙인찍기와 배제, 혐오의 강을 건너면서 112년전 미국 뉴욕에서 외친 여성노동자들의 절규를 되뇌어 본다.
1908년 3월8일 뉴욕 여성노동자들의 거대한 함성은 단순히 여성이나 노동자의 범주가 아니다. 단지 'XX'라는 이유로 형편없는 작업장과 임금을 강요당하는, 차별과 배제를 당해온 세상 모든 약자들의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산업혁명으로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해지며 노예나 남성 등으로 충당이 어려워지자 영국과 미국 대도시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찾아나섰다. 시골의 젊은, 어린 여성들이 대거 투입됐다. 이들의 작업장이나 처우는 끔찍한 지경이었다. 급기야 화재로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죽자 거리로 나와 죽어간 이들을 기리며 근로여건 개선, 임금인상, 참정권 보장 등을 외쳤다.
100년도 더 전 일이니 옛날 이야기거리거나, 남의 나라 일로 알고나 가면 좋으련만 뉴욕서 울려퍼진 절규가 끔찍하게도 우리사회 일상으로 버젓이 작동하고 있다. 산업혁명기 절규가 현재진행형으로 소리없는 메아리를 이룬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저임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개선.
열악한 환경은 컨베이어 벨트에 죽어간 고 김용근씨를 비롯해 산업현장과 건설현장 등 외주화된 위험을 안고 사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일상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역시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우리사회 불합리와 불평등, 차별의 일상 중 하나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차별도 눈물 겨운데 그 안에서 여성은 또 한 번의 차별을 더 당한다. 기본 소득당의 8일 논평을 보면 2019년 소득평균은 남성임금을 100으로 보면 여성은 64%이다.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들어가면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남성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56%인데 비해 여성 비정규직은 남성 정규직의 37%에 불과하다.
한국의 수치스러운 기록 중 하나다. 성별임극격차는 34%로 OECD 1위다. 기록적인 건 OECD가 지난 2000년 이 통계를 작성한 이래 단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30% 대 국가는 유일무이하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우리사회는 '여자들이 살만한 세상'이라느니 '여자들 무섭다'느니 등등의 비아냥이 넘실거린다. 심지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되는 혐오범죄까지 벌어지고 있다. 위험한 것은 이같은 차별과 배제가 일상화된 사회는 언제든 대상만 바꿔서 범죄가 벌어질 수 있다는데 있다. '여성'의 자리에 'XX'든 'ZZ'든 그 누구도 대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차별과 혐오를 범죄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고 처벌도 중요하다. 인권위원회가 다행히 차별금지법을 오는 9월 국회에 상정해 연내 제정할 것이라고 한다. 더 이상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동성애를 비롯한 그 어떤 환경적 이유로 차별받지 않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포석이 되리라 기대해본다.
유엔이 정한 올 3·8 여성의 날 주제는 '내가 세대 평등이다: 여성 권리 인식하기'(I am Generation Equality: Realizing Women's Rights)다. '여성'을 세상의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대명사로 만들어보면 좋을 듯하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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