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5월 11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나치 장교 출신 아돌프 아이히만을 전격 체포한다.
놓칠 것을 우려한 모사드는 아이히만이 도망가 있던 아르헨티나와 사법 공조도 하지 않았다. 외교논란을 감수하고, 말 그대로 불법납치로 민족의 원수를 잡아들인다.
2차 대전 말기 나치 차관급 고위인사들이 '반제회의'에서 유대인에 관한 '최종해결책(Operation Final)'을 결정한다. 유대인과 과장 아이히만도 이 자리에 참석, 유럽 각국의 유대인 현황(학살대상자) 리스트(아이히만 리스트)를 정리했다. 종전후 1945년 미 육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된 아이히만은 신분을 숨기고 이듬해 탈출한다. 이후 아르헨티나에서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이름으로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았다. 모사드는 끈질긴 추적 끝에 그를 잡아들여 자국 법정에 세운다. 1961년 4월11일 이스라엘서 열린 이 세기의 재판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이 전범 재판을 담아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은 이후 현대 철학과 문학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모사드의 체포작전을 담아낸 영화 '오퍼레이션 파이널'은 대중의 관심속에 극장가를 달궜다. 헐리우드의 홀로코스트 명작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4월27일 광주에서 수치스런 재판 하나 열렸다.
1980년 불법적으로 군을 동원해 정권을 거머쥔,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이었다. 전씨가 광주에서 자행된 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출판물에 적시한 사건이다.
그의 변호인이란 자는 전씨의 무죄가 '대한민국 명예회복'이라 강변하고 전씨는 '대한민국 아들'이 '그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헬기사격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라 해도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버젓이 증언자인 전일빌딩이 245발의 헬기총탄 상흔을 온몸에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도다. 그 '대한민국 아들들'이 장갑차와 탱크, 총칼로 자국국민(광주시민)을 학살했던 사실은 어찌할 것인가. 이 아들들을 살인범으로 만든 자는 누구인가.
1980년 5월의 불법·무법적 범죄행위의 최종 명령자, 최고 결정권자로 추정되는 당사자가가 함부로 뇌까릴 말은 아니다.
오는 18일은 광주민중항쟁 40주기다.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옛날 이야기지만 어떤 이에게는 생생한 아픔이다. 가족을, 이웃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40년전 5월 18일은 언제나 오늘이다. 눈앞에서 아이 가진 아내를 총탄에 잃어버린 남편, 고등학생을 주검으로 맞아야했던 부모, 어린 딸의 성폭행 참상을 평생을 감당해야 했던 그들이다..
계엄군으로부터 자식과 부모형제,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모여 서로를 보호하던 옛 전남도청, 그 앞 분수대광장에서 대통령이 참석한 40주기 기념식이 열린다. 칠흙같이 차단된 외로운 '섬'에서 매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소식을 나누며 '민주대성회'와 '시민궐기대회'로 광장민주주의를 일궈냈던 분수대 광장.
항쟁의 심장부이자 아름다운 공동체, 뜨거운 인류애의 상징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기념식이 1980년 5월의 진실의 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 일상 속 휴식 가능한 건축적 산책 공간 최근 광주광역시건축사회 회원 20여명은 대구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 답사를 다녀왔다. 광주광역시 건축사회(회장 정인채) 회원 20여명이 함께 최근 사유원 답사에 다녀왔다.사유원은 대구 군위군에 위치한 곳이다. 광주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도착 할 수 있는 장소였다. 꽤 먼 거리라 생각하고 나선 길이 무색하게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도착해 있었다. 심리적 거리는 1시간정도 되는 듯 했다.사유원은 대구의 향토기업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이 모과나무를 수집해 키우던 정원을 '사유를 위한 수목원'으로 조성하고자 승효상 건축가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구상하고 준비해, 2021년 9월 정식으로 개관했다.우리는 코르텐강판소재의 정문 '치허문'을 지나, 안내소에 도착했다. 생수 한 병과 답사지의 지도가 담긴 간단한 책자를 들고 '사유원'을 두발로 사유할 준비를 했다. 근래에 계속 된 비도 잠시 쉬는 답사 날, 봄의 기운을 담고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사유원은 철과 콘크리트로 된 계단으로 시작한다. 걷는 내내 소나무향과 흙 밟는 소리, 회원들이 가볍게 나누는 잔잔한 대화소리가 함께 했다. 간간히 답사임을 망각하고 '좋은 산책'이라는 착각에 빠졌다. 산책로를 따라 10여분 걷다 보면 첫 번째 목적지인 '소요헌'이 눈에 들어온다.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니는 집' 이라는 주제로 설계 된,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자연과 건축이라는 극명한 차이를 조화롭게 엮어 낸 건물이다. 노출콘크리트로 된 소요헌은 인공조명 없이 자연채광만으로 공간의 깊이와 빛의 질감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빛을 따라 걷다보면 우직한 철문이 나타난다.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전면이 유리로 된 창과 건축 모형, 쉴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있다. 이 곳은 건축가의 방(요요빈빈) 이라고 한다. 알바로 시자가 디자인한 가구와 드로잉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알바로 시자가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것'들에 영감을 얻고 발길을 옮겨, 사유원의 시작 이라고 할 수 있는 모과나무 정원 '풍설기천년'으로 향했다. 유재성 회장은 우연히 일본으로 밀반출될 예정이었던 모과나무 네 그루를 알게 되었고, 이 공간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모과나무는 수령이 300년 이상 된 귀한 나무들이었는데, 일본 분재로 모과나무가 인기가 많아 일제 강점기시절 부터 우리나라의 모과나무가 밀반출되었다고 한다. 이를 알고 유재성 회장은 모과나무들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고, 무려 108그루를 한곳에 모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것이 사유원의 시작이다.300년 된 모과나무지만 아직도 연분홍색의 단정한 꽃이 피고, 향기로운 모과가 열린다고 한다. 자연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영역이다.회원들과 얘기하며 걷다보면 어느덧 사유원 정상에 도착한다. 저 멀리 대구 팔공산이 보이는 이곳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명정이 위치해 있다. 콘크리트로 된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지하로 내려가 하늘만 보이는 건축물과 만난다. 정상에 올라 좋은 풍경을 보았으니, 이곳에서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 명상하는 고요한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이곳에서 한참을 물과 빛이 만들어준 그림자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허만수 건축사명정 옆으로는 최욱 건축가가 설계한 카페 '가가빈빈'이 자리한다. 사유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나지막한 단층의 '가가빈빈'은 사유원을 한없이 관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든 곳에서 향긋한 차와 함께하니,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 했다.광주에도 사유원처럼 건축적 산책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마음한 곳에 생겨난다. 물론 광주에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 거리, 광주공원, 양림동 등 역사성과 랜드마크적인 요소가 있는 좋은 건축물과 장소가 있다.광주천이나 영산강은 산책할 수 있는 보행자 동선과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다. 이를 활용해서 사유원처럼 숲을 거닐며 건축 산책을 하는 것과 같이 강가를 거닐며 현대 건축을 만나는 경험 또한 광주시민에게 일상 속 휴식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허만수 사계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대표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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