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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진의 어떤스케치- 사막의 시대에 약자 껴안는 광주

@조덕진 입력 2020.10.27. 10:08 수정 2020.10.27. 10:33

"지역은 물론 정부 지원체계도 전무한데 광주가 획기적인 발달장애인 정책을 선보여 감사한 마음입니다."

전화기 너머 김유선 장애인부모연대 대표의 목소리는 상기돼 있는 듯 했다.

발달장애인들을 공공영역에서 돌보겠다는 광주시의 최근 정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만감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얼마나 다행하고 반가운 일인지 모른다.

코로나 19로 온 사회가 셧다운 되다시피 하면서 약자들은 또 다른 재앙에 직면해야 했다. 그 중 다른 이의 돌봄이 생의 조건이 되는 일부 장애인들에게 기관 폐쇄는 생사가 걸린 현실적인 재난이다.

지난 봄 제주에서 발달장애 아들과 부모가 죽음으로 내몰린데 이어 6월에는 광주에서 똑같은 참사를 목도해야 했다. 동반자살이란 이름의 이 사회적 타살 앞에 누구도 선뜻 알은채를 안(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광주가 정책으로 응답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애로가 있다'는 그 닳아빠진 변명조차 들리지 않는 이 불행한 사회에서 광주가 '사회적 돌봄'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너무나 자명한 이 대안은 그러나 누구도, 국가도, 여느 지방자치단체도 거들떠 보지 않고, 못했던 길이다.

이는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정책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자 극단화된 각자도생의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장애, 혹은 돌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새롭게 규정한다는 점에서다. 이 새 정책은 약자의 취약함이 사회적 문제라는, 사회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하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제시한다.

이와함께 장애인을 특정 '시설'에서 집단 관리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한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누구나처럼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새 정책은 들여다 볼수록 새롭고 따스하다. 핵심은 최중증 발달장애인 융합돌봄 지원센터 설치, 이를 통한 24시간 돌봄체계구축, 발달장애인 전환지원팀 신설, 긴급돌봄센터 운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강조했다시피 전국 최초다. 죽음으로 내몰리던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에게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정책이다.

사람을 살리는 이 전국 최초는 시민의 절박함을 나몰라라 하지 않은 관계자들의 노력이 빚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6월 불행한 참사 후 관련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사족을 더하자면 이 대장정의 여정에 시민사회의 진지한 관심과 응원이 뒤따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서 김 대표는 지속적인 '예산'지원이 뒷받침 될 수 있을까 조심스러워 했다. 전국 최초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걸맞는 예산이 지원돼야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걱정도 뒤따랐다. 혹여 형평성(특정 장애만 지원하느냐는) 논란이 일지 않을까. 발달장애는 여느 장애와 달리 개별성이 중요한데 그걸 잘 모르는 이들이 이를 곡해하면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 뒷걸음질치게 되지 않을까.

그녀의 조심성이 심장을 서늘하게 한다. 죄송하지만 우리사회가 약자들에게 강요한 자기검열 같아서다.

아프지만, 이 아름다운 발걸음에 대한 감사와 행복함은 어찌할 수 없다. '광주다움'이란 진짜 이런게 아니겠는가.

문화체육부국장 겸 아트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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