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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 원하면 전세금 2억 올려주세요"

입력 2021.03.05. 17:15 수정 2021.03.05. 17:48
[제 역할 못하는 주택 임대차보호법]
매매값 폭등으로 전셋값 급등
‘인상률 5%로 제한’ 유명무실
세입자 주거 불안…개선 시급
올 입주물량 감소 전세난 지속

"재계약을 원하시면 전세금을 2억원 올려주세요."

광주 남구 효천지구 모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 A(48)씨는 요즘 밤잠을 자주 설친다. 오는 7월말 전세계약 기간 종료를 앞두고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이번 여름 전세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실입주를 계획하고 있다"는 문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주택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2년 연장을 기대했던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 주인과 통화를 했다. 집 주인은 문자 내용과 달리 시세에 맞게 전세금을 2억원 올려주면 전세계약을 연장시켜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는 "임대차보호법으로 전세금을 5%만 올려주면 2년 더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2억원 인상을 요구하니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가게 됐다"며 "새로운 전세를 알아보고 있지만 전세 가격이 너무 올랐고, 가고 싶은 곳에는 물량이 없어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이 오히려 전세가격을 끌어올리고, 세입자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전세가격 안정과 세입자 보호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계약갱신 요구와 전세금 5% 이내 인상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 급등으로 전세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올해 입주 물량까지 크게 줄어들면서 세입자들의 전세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 3월 1일 기준 광주 아파트 전세가격은 0.12% 올라 전주(0.08%)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올해 누계 기준으로 1% 올랐다. 지난해 동기 상승률은 0.10%에 그쳤다.

실제로 광주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억8천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 2월 기준 1억7천936만원으로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 1억7천168만원보다 800만원 넘게 올랐다. 지난해 중순까지 1억7천100만원대를 유지해 왔는데, 법 시행 이후 가격 상승폭이 커진 것이다.

KB부동산 리브온 자료에서도 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 상승폭이 확대된 점을 알 수 있다.

2020년 8월 광주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1억9천614만원으로 1년 전인 2019년 8월 1억9천426만원에 비해 0.97%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 2월에는 2억1천493만원으로, 6개월만에 9.6%(1천879만원) 급등했다.

이 처럼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일부 집주인들은 법정 상한(5%)을 초과해 전세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하고, 계속 거주를 희망하는 세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이런 요구를 들어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의 생각과 달리 전세시장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주인이 실 거주를 구실 삼아 세입자의 계약갱신과 5% 인상 상한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면서 "임대차보호법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전세가격 상승 등 전세난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전세가격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최대 부동산플랫폼 사랑방 부동산이 올해 광주 입주 예정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14개 단지·5천616세대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 보면 남구가 1천939세대로 가장 많고, 북구(1천236세대), 동구(1천178세대), 광산구(1천19세대), 서구(244세대) 순이다.

사랑방 부동산 최현웅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아파트 매매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가격도 많이 상승했다"면서 "올해 입주 물량 감소와 치솟는 매매가로 신축을 중심으로 한 전세가격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석호기자 haitai2000@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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