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붉게 말라 상당 부분 잘라줘야
잡풀 제거에 수확도 늦어져 '이중고'
보성군, 농가에 직간접 보상 계획
낮 최고기온인 20도 가깝게 오른 22일 오전. 1만여 평의 녹차 잎은 진한 녹색 위로 붉은 색이 퍼져 있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이 모습은 결코 아름다움과 거리가 먼, 녹차나무에게는 가장 무서운 냉해 피해를 입은 상태다.
지난 달 보성군에 폭설이 내리면서 녹차 잎이 빨갛게 말라버리는 냉해 피해를 입었다. 여기까지 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피해는 더 확산됐다.
보성군의 녹차 밭은 산과 평지, 해안가를 모두 합쳐 700㏊ 정도의 면적이다. 올 폭설과 한파로 보성의 모든 녹차 나무가 냉해피해를 입어 붉게 물들어 버린 것이다.
그 피해도 처음에는 20% 정도의 녹차 잎만 잘라내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70~80%에 이를 정도로 확산됐다. 자라고 있는 녹차잎 대부분이 말라버렸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고사된 잎들을 잘라내 피해 확산을 막을 수도 없다. 날씨가 풀리고 기온이 올라 나무 줄기의 고사가 멈춰야 전지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달은 더 손놓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보성의 600여 녹차 농가는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이날 오전 찾은 임병문다원의 임병문 대표는 빨갛게 변한 녹차 잎을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 2005년부터 1만평의 녹차밭을 가꾸고 있는 임 대표는 말차만을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말차는 잎 녹차에 비해 생산 과정이 더 복잡하다. 양질의 말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3월께 녹차나무에 차광막을 씌워 햇볕을 가려줘야 한다. 이를 통해 쓴맛이 덜하고 아미노산과 엽록소가 풍부한 고품질의 말차 원료가 되는 잎으로 자라난다. 가장 중요한 시기가 2월 말부터 3월 초 까지다.
이런 시기를 앞두고 녹차밭 전체가 냉해 피해로 잎들이 전부 고사돼 버린 것이다. 결국 밭의 모든 차 나무를 10~15㎝ 정도 잘랴 줘야 한다. 이 작업만 수일이 걸리는데다 전지작업을 하면 5월께 첫 잎을 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지작업에 들어가는 비용도 상당한데다, 생산 시기가 늦어지고 생산량도 40~5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잎을 상당 부분을 잘라내면, 녹차 잎에 가려 햇볕을 받지 못했던 잡초들도 무성해져 차 잎을 따기 전에 잡풀 제거 작업도 벌여야 한다. 하루 20~30명의 인부를 사서 꼬박 일주일은 진행해야 제거할 수 있다.
임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말차 중 가장 품질이 좋은 차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으로 가꾸고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로 수익이 크게 줄었는데, 올해는 초부터 냉해 피해를 입어, 전지작업에 들어가는 비용, 잡풀 제거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하다"고 밝혔다.
1만여 평의 밭에서 녹차를 생산하고 있는 인근의 원당제다 역시 냉해 피해로 고민이 깊다. 폭설로 냉해를 입은지 한달 만에 전체 밭의 70% 이상의 피해를 입은 이 곳도 말라버린 잎을 제거하고 잡풀도 제거해야 한다.
보성차생산자조합 대표도 맡고 있는 원당제다의 박동호 대표도 다른 농가와 마찬가지로 여러 작업에 드는 비용에 골머리가 아프다.
박 대표는 "피해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보성군 600여 개의 녹차 농가 모두 냉해 피해를 입었다"며 "4월 20일 이전에 따는 최고급 녹차 잎을 '우전'이라고 한다. 3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인데 올해 냉해로 수확 시기도 늦어지고, 고급차 생산도 줄어 농가의 금전적 손해도 심각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올해 냉해로 버티지 못하고 녹차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걱정이다"며 "전국 최고의 녹차 생산 지역이라는 타이틀에 흠집나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생긴다"고 덧붙였다.
보성군은 보상을 위해 농가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 수집하고 있다. 파악이 끝나는 대로 1㏊ 당 157만원의 농약대와 4인 가구 기준 123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보성군 관계자는 "차 냉해 피해는 다른 작물에 비해 피해 정도가 늦게 나타나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조사하고 피해 농가가 없도록 1개월동안 조사할 것"이라며 "농가들이 가입한 보험은 수확과 판매가 끝난 시점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
- 절의와 충효상징, 벌교 오층각 향토유산으로 활활 보성 벌교읍 오충각(五忠閣)이 향토유산으로 지정됐다. 오충각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당시 보성 출신 5부자의 실천적 충절과 의리를 기리는 문화유산인 점에서 전국적으로 충효교육의 역사공간으로서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보성군은 지난 12일 충절과 의향을 상징하는 벌교읍 장암리 355번지에 위치한 오충각을 향토유산으로 지정했다. 1897년 고종 35년때 오충문과 오충관을 세운 이래 127년만에 향토문화유산으로서 새롭게 인정받은 점에서 의미가 크다.오충각은 임진왜란 당시 순절한 박천붕(朴天鵬, 1545~1592)과 병자호란때 순절한 박천붕의 4명의 아들을 기리는 정려각이다. 5부자의 정려각은 1897년 고종 35년 당시 세워졌다. 이후 해풍으로 정려각 하부 기둥이 부식되는 등 훼손이 심해져 1935년 새롭게 중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층각 내부에는 1891년 고종이 하사한 박천붕 5부자의 명정과 1897년 정려를 세우게 된 내력을 담은 기문 3개가 걸려있다.박천붕의 본관은 밀양이고, 자는 익회, 호는 규정이다. 그의 7대조는 조선 개국 참여를 거부를 하고 두문동에서 목숨을 끊은 72현의 한 명인 박 침이다.중봉 조헌의 문화에서 수학하고 학문과 무예에 뛰어난 박천붕은 원겸, 인겸, 예겸, 의겸 등 4형제를 두었다.박천붕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조헌의 종사관으로 참전해 청주 상당산성에서 왜적 수십 명을 사살하고 전사했다. 박천붕의 활약은 왜적의 예봉을 꺾고 청주성을 탈환하는 기폭제가 됐다.승정원일기 1862년 (철종 13) 9월 25일조와 1867년 (고종 4) 9월 15일조에 전공 사실이 추록돼 있다. 박천붕의 충절은 고스란히 4명의 아들에게 투영됐다. 박원겸, 인겸, 예겸, 의겸 등 그의 넷 아들들은 1636년(인조 14년)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충청 병사 이의배 선봉장으로 참전해 검천전투에거 적을 사살하고 모두 전사했다. 조정에서는 홍문관 관리에게 명령해 병자록과 존주휘편의 배신전을 조사해 검천전투 전사자 명단과 전공을 일일이 발굴했다.이들 편찬 사료에 등장 내용과 보성 오충각 기문의 내용이 일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충각은 오랜 세월 문화유산으로서 조명 받지 못하다 지난 12일 보성군에 의해 향토유산으로 지정됐다.보성군 관계자는 "보성 군민의 표상을 닮고 있는 보성 오충각을 늦게나마 향토유산으로 지정, 오충신의 충절을 밝혀 드러내게 돼 매우 기쁜일이다면서" "전국에 보성 군민의 충절이 알려져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보성=정종만기자 jjjman1@mdilbo.com
- · 보성교육지원청, 초·중·고 학교장 연찬회 실시
- · 보성군, 어르신 '의료복지'에 힘 쏟는다
- · 보성군, '적극 행정 마일리지 제도' 시행
- · '보성다향대축제' 5월 3~7일 열린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