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심근경색과 '지역완결형체계'

@허탁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입력 2018.11.05. 00:00

허탁 전남대 의대 교수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급성심근경색 골든타임(발병 후 120분 이내)을 놓치는 응급의료 사각지대에 전남의 경우 22개 지자체 중 화순군을 제외한 21곳(95.55%)이 포함된 것으로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보고했다. 급성심근경색 발병 후 내원 소요시간이 가장 긴 상위 10개 시군구에는 전남지역만 4곳이 포함됐다.

급성심근경색은 암에 이어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2위 심장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발생 후 120분 이내 막힌 관상동맥을 뚫어 주는 치료를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낳아, 시간을 흔히 골든타임(실제 '골든아워'가 맞는 표현)이라 한다. 심정지의 4분, 중증외상의 60분과 급성심근경색의 120분과 같은 골든아워는 국가와 지역 응급의료 수행의 수준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전남에서 급성심근경색 골든아워를 놓치는 주요 이유는 관상동맥을 뚫어 주는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이 없는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시장의 주요 자원은 개별 의료기관이 경영적 판단에 의해 참여하면서 부문별, 지역별 의료 자원이 균점되지 못하고 대도시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경제에 영향 받는 개별 의료기관의 의료인력, 시설, 장비의 과부족은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를 발생시킨다.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 급성심근경색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의와 시설, 장비를 갖추기는 어렵다. 그래도 전남에 동부권, 서부권, 중부권에 급성심근경색을 24시간 365일 치료하는 심장센터를 갖춘 병원이 각각 1개 이상은 있어야 한다.

심장센터를 갖춘 병원이 없는 취약지역에는 환자가 30분 이내 방문하여 급성심근경색의 기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이 있어야 한다. 급성심근경색의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이 있는 응급의료기관은 대도시의 주요 병원과 의료정보 연계를 통한 응급협진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급성심근경색 환자가 골든아워 이내 치료를 받기 위해서 최초 환자에게 달려가는 119구급대의 역할도 중요하다. 119구급대는 현장에서 급성심근경색이 추정되는 환자에게 적절한 초기 응급처치와 더불어 인근 심장센터를 갖춘 응급의료기관으로 우선하여 이송하여야 한다. 도서벽지와 같이 이송이 지연되는 취약지역은 헬기를 이용해 이동 시간을 줄여야 한다. 평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과 같은 급성심근경색의 위험인자를 갖은 사람은 초기 심근경색의 증상을 숙지해 발병 시 신속하게 119신고해 적합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전남에서 급성심근경색 골든아워를 줄이기 위해 이처럼 환자, 소방, 응급의료기관 그리고 심장센터가 유기적인 체계로 연결되어 작동해야 한다. 현재 응급의료의 체계는 시장경제에 영향 받는 개별 의료기관의 운영과 수직적으로 작동하는 중앙정부 주도로 그 요소와 기관이 구성되고 상호 작용한다. 따라서 응급의료체계의 요소와 기관은 서로 분절돼 연계와 통합을 통한 유기적인 운영이 어렵다.

이상과 같이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신속한 치료를 위해 한 개의 병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응급의료체계 각각의 구성 요소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 통합해야 한다. 과거 정부는 전지전능한 한 개의 병원에서 중증의 환자를 모두 치료하는 '병원완결형체계'를 강요했다. 이는 국가 의료 책임의 대부분을 병원에 넘겨 정책 수립과 집행이 단순하고 편했다. 이제 환자 치료는 한 개의 병원이 아니라 의료체계 각각의 구성 요소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통합해 의료자원을 최대로 활용하는 '지역완결형체계'를 통해 지역이 맡아 치료해야 한다. 21세기 급속한 4차 산업,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전은 지역 내 각 기관의 의료정보를 연계·통합해 기능적으로 한 개의 기관처럼 운용할 수 있다.

전남은 급성심근경색 뿐만 아니라 2016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10.7명이고, 심정지환자 뇌기능회복률은 2.0%로 주요한 중증질환의 치료 결과와 관련한 지표가 전국에서 가장 열악하다. 이제 전남은 지역의 안전과 복지를 위하여 자체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현재 지역에 내려오는 공공의료와 취약지 응급의료 예산을 토대로 전국에서 의료가 가장 열악한 전남을 배려하는 추가 예산을 통합해 수립한 자체 지역 정책을 집행하여야 한다. 이런 의료의 '지역완결형체계'의 정책을 수립하는 민·관이 협력하는 지원단을 전남에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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