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위기의 농촌-지방소멸, ‘連帶’로 맞서야

@김성 광주대 초빙교수 입력 2019.11.24. 13:20

김성 광주대 초빙교수

전남의 농촌지방이 국제 환경 변화로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월 25일 WTO에서 농업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11월 4일에는 한·중·일 3국과 인도·호주·뉴질랜드, 아세안 10개국 등 총 16개국 가운데서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FTA 일종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농촌을 속여 온 과거 ‘WTO대책’

그렇지 않아도 1993년 UR(우루과이라운드)타결과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이후 우리나라 농업이 큰 타격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다시 두 ‘사건’으로 그 피해가 더욱 늘어나게 됐다. 이것은 전국 농촌이 비슷한 상황이라 전남만 특별한 수를 쓸 수도 없다. 하여 전국의 지방이 힘을 합쳐 공동대처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 UR협상이 본격화됐을 때 김영삼 정부는 “쌀 수입만은 절대 막겠다”고 공언했다가 예외를 인정받지 못해 국민에게 사과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출주도 경제정책 때문에 공산품의 수출을 늘리려고 WTO에 가입하였다. 대신 정부는 공산품 수출로 얻은 더 많은 이익이 농촌으로 흘러가게 하겠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약속처럼 그런 대안을 제대로 지켜왔을까? 1995년 WTO가 출범 때 1인당 순수 농업소득은 1천47만원이었는데 2018년에는 1천292만원으로 23.4%가 늘었다. 그런데 23년 동안 국내총생산(GDP)는 3배, 물가는 1.9배가 올라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한 거나 다름없었다. 가구당 연평균 농가소득도 1995년 2천180만원에서 2018년 4천206만원으로 2배 정도 늘었다. 그러나 도시근로자 가구당 평균 소득(6천482만원)과 비교하면 65%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도·농간의 소득격차만 더 커진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부자 지방인 서울이 청년 10만명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청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고, 경기도도 1인당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다. 농민 ‘1인당’ 연 6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대책도 추진 중이다. 전남이 내년부터 ‘가구당’ 연 60만원을 지급하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경기도는 “불로소득을 골고루 나눠 가져야 시장경제 질서가 유지되므로 기본소득 지급은 피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입장이다. 가난한 비수도권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수도권이 잘 살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지방이 수 십 년간 노동력과 쌀 등 농산물을 값싸게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방의 ‘피와 땀’이며 ‘농민의 살점’덕분이다. 그런 은혜는 모르고 ‘불로소득’이라는 것이다. 이러고서도 과연 수출로 번 돈을 농촌에 투자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정부와 수도권이 비수도권을 상대로 사기를 친 거나 다름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라고 자랑하지만 함께 잘사는 공동체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지방이 힘을 합쳐 ‘사생결단’의 각오로 정부에 ‘회생(回生)’을 요구해야 한다. 첫째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줄이는 대책을 세워 농촌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농촌에서 생산-소비-체험이 작동되는 6차 산업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세 농민도 도시의 최저소득 수준을 보장해줘야 한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은 주머니가 두둑해진 우골탑(牛骨塔) 수도권이 재정(財政)을 뱉어 내 지방에 쏟아 붓도록 해야 한다.

백개 시·군 ‘소멸’ 눈앞 … 6차산업 구축 시급

최근 발표를 보면 전국의 시·군 228개 가운데 지방소멸 위험 지역이 2013년 75개에서 2019년 97개로 늘어났다고 한다. 여야, 보수·진보 구분 없이 지방소멸을 막아야 한다. 무관심한 정부, 돈을 물쓰듯하는 수도권에 대항(對抗)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의 정부·언론·경제계·학계에다 농민단체까지 강력히 연대(連帶)하여 치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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