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코로나19 시대의 스마트폰 중독 예방법과 교육

@김경수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20.08.03. 17:25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모든 시선이 코로나19에 집중된 사이, 스마트폰 중독 의심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만큼 스마트폰 중독의 위험이 높아진 것이다.

최근 중독예방 연구네트워크인 '중독포럼'에서 조사한 '코로나19 전후 중독성 행동변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생활 속 거리두기 기간 중 온라인 게임 이용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24.4%가 늘었고, 스마트폰 이용률은 무려 44.3%가 증가했으며, 채팅, 동영상 시청 등의 '행위중독'의 위험 요소들도 함께 증가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행위중독의 위험 대상이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는 코로나도 걱정이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도 설마 내 아이가 중독까지? 정신의학에서 중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번번이 유혹에 빠진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 주요대상인 청소년은 30.2%와 유아·아동은 22.9%로 집계됐다. 청소년 3명 중 1명, 유아·아동 4명 중 한 명이 고위험군이다. 이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약 2시간, 주말이나 방학에는 그 사용량이 배로 증가한다. 문제는 이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확산 중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 연령이 낮은 이유는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IT 강국이라는 환경에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원인은 가정환경에 있다. 부모의 교육방식에 따라 아이의 스마트폰 습관이 결정되는 것이다. 유모차 안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지는 영유아들부터,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는 아이들까지, 이 모든 원인 제공자는 결국 부모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청소년 이후에 스마트폰을 구입한 부모 세대와 세 살 때부터 스마트폰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미래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노모포비아 스마트폰이 없는 공포'의 저자인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는 "디지털 세상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고 일갈했다. 이 아픔은 전자파로 인한 편두통이나 각종 눈 질환, 구부정한 자세로 변형되는 거북목, 허리·등 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등 다양한 신체적 장애와 아날로그에 적응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디지털장애, 쉬운 것도 해결하지 못하는 결정장애,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한 노모포비아 등의 정신적 장애다.

이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대인기피, 분노조절 장애, 또는 묻지마 폭력 등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담배보다 위험 요소가 많다고 경고한다.

예컨대 국민의 80% 인구가 담배 산업에 종사하는 아프리카의 말라위라는 나라에서는 평균 다섯 살부터 담배를 태운다. 이 아이의 부모들은 인터뷰에서 "담배가 나쁜 건 알지만, 다른 아이들도 다 피우는데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스마트폰이 안 좋은 건 알지만, 다른 아이들도 다 스마트폰을 하는데 어쩔 수 없다"는 우리 부모들의 탄식과 유사하지 않은가? 더욱이 담배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지만, 스마트폰은 기상부터 취침 때까지 시도 때도 없이 아이 주변에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남 교육은 쉬워도 내 자식 교육은 어렵다'라는 말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도 큰딸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적이 있었고, 부모와 자식 간에 전쟁을 치루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때 빌게이츠는 평일에는 45분, 주말에는 1시간으로 컴퓨터 사용을 제한한다는 규칙과 앞으로 14살 이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다는 원칙도 정했다. 물론 아이들의 반발과 저항이 따랐다. 그럼에도 이 규칙이 지켜진 이유는 빌게이츠의 아내 멜린다의 역할이 중요했다. 엄마 멜린다는 또 다른 규칙 3가지를 아이와 함께 만들고 이를 지키기 위해 매일 노력했다고 한다. 그것은 첫째,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 사용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둘째, 식사 중에는 스마트폰을 멀리 두고 누구도 만지지 못한다. 셋째, 저녁식사 이후에는 TV 시청을 금지하고 책을 읽도록 유도한다. 이 외에도 세계적인 IT 전문가들과 명문 교육기관에서는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IT 환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내 주변의 환경을 바꿀 수는 있다. 내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이 과하다고 느낀다면 멜린다처럼 부모가 솔선수범하는 가운데 아이와 함께 소통하면서 상황에 맞는 규칙을 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 이것이 최고의 스마트폰 중독 예방법이자 스마트한 교육이다. 김경수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미디어예술공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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