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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평] 코로나 시대, 연말 풍경의 재발견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입력 2020.12.18. 14:29 수정 2020.12.20. 16:04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 중 계절과 절기의 분실도 빼놓을 수 없다. 올 해 초에 시작된 이 난리가 한 해 끝을 달려가는 12월까지 맹렬하게 계속되면서 계절과 절기를 인식할 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모양의 크고 작은 모임도 갖고, 여행도 가며, 축제도 즐기는게 매년 해오던 개인적, 사회적 관행이었는데 올 해는 이 모두가 불가능했다. 만나지 말고, 모이지 말고, 말하지 말고,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만 하는 코로나 시대는 결국 누구나 자연스럽게 맞이하던 연말의 풍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겉으로 보여지는 연말 풍경 뿐 만 아니라 매년 이 맘 때면 떠올려지던 한 편으로는 즐겁고 또 한편으로는 쓸쓸하던 속 마음의 모양도 달라지게 만들었다. 코로나19라는 창문을 통해 보여지는 연말 풍경은 그동안 보았지만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사람'과 '세상'을 발견하게 해주고 있다.

매년 송년은 누구나 조금은 들뜨고 설레이는 시기였다. 이런 마음을 표현하고 나누는 방식은 각자 달랐지만 찬바람이 불고 달력이 마지막 한 장을 남기면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연말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해오던 터였다. 가족과 함께 조용히 송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밖에서 친구나 직장 동료 또는 다양한 인연의 주변 사람들과 송년 맞이 모임을 즐겨왔다. 긴장이 풀린 송년 파티 후에 과음한 상태로 차를 몰다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소식을 비롯해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유독 연말에 많이 보도되었던 경향도 있었다. 예년 같았으면 요사이가 바로 그런 송년파티 후유증이 집중되었을 시기이다. 하지만 올 해는 다르다. 12월 중순을 넘어섰지만 흥청거리는 송년파티나 연말 모임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다. 밤 9시 이후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스산하고 암울하다. 가족과 함께 조용히 송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밖에서 벌이는 송년 파티들도 대폭 간소화하거나 조용하게 치루어질 것이다. 코로나19가 전혀 새로운 송년 분위기와 연말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연말이면 항상 만나는 또 하나의 그림이 바로 '불우 이웃'을 찾는 풍경이다. TV화면에 빤히 연출된 모습으로 보이는 '불우 이웃'에게 선물이나 성금을 전달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화면 속의 그림일 뿐이었다. 진짜 불우한 이웃이 누구인지 그들에게 성금을 전달하는 사람은 얼마나 그 행사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촬영에 임하고 있는지가 궁금한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습관화된 불우이웃돕기 행사나 장면에 익숙해졌고, 매년 연말이면 그런 행사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왔다. 하지만 올 해 연말에는 그동안 익숙하던 연말 행사 모습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가능한 직접 대면하는 자리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방역 수칙으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행사를 준비하고 기획해야 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방식의 요란한 치장보다는 행사의 내용과 취지에 주목하는 본질을 고민하는 기회를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다. 매년 해오던 송년파티도 올 해는 송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 중심의 자리로 바뀔 것이다. 코로나19는 지나치게 시끄럽고 요란하게 지내던 송년 모임을 줄이고, 갑작스런 재난으로 인해 고통받는 수많은 이웃을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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