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박동명)-사회의 건강성을 확보해야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03.09.23. 00:00

최근 경제적으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태풍 ‘매미’로 피해를 입고 망연자실하는 농민들을 비롯해서 생활고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또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며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청년들은 취업을 못해 구직노력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희망과 꿈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언론 또한 이에 예외일 순 없다. 언론은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고 웃음과 희망이 살아날 수 있는 씨앗을 길러 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일하며 노력하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언론이 선도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한편으로 언론은 국가의 잘못된 정책이나 사회의 불의에 대해서도 비판과 견제, 감시하는 기능을 소흘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언론이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해 주어야 한다. 특히 사회의 그늘에서 고통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유도하고 ‘나눔’의 기회를 확산시키게 될 때, 훨씬 건강한 사회로 성큼 다가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요즘 태풍 피해와 농업개방 관련보도를 보면, 사회의 건강성을 확보하기에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우선 태풍피해에 대한 보도를 살펴보기로 하자. 추석연휴로 다소 취재가 어려웠을 텐데 태풍피해에 대한 현상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 주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우리 지역의 일부언론이 오로지 몇 명이 죽고 얼마만큼의 피해를 당했다는 식의 피해상황만을 전달하는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피해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는데 머물러 많은 피해를 가져다 준 피해 원인에 대해서는 냉정한 분석이 부족했다. 그리고 이번 재해가 비록 불가항력적이었다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적이 없었다. 이런 점에서 태풍 피해로 상처 입은 사회에 건강성을 담보하기에는 다소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태풍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정부의 지원과 이웃의 따뜻한 위로를 필요로 하는데, 여기에 언론의 역할은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즉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재해관련법에 따라 적절하게 보상받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국가의 각종 보상과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심층보도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법률규정이 미비하여 태풍피해액의 산정과 보상 시스템에 구멍이 있지는 않은지, 지원금은 신속하고 현실에 맞게 지원되고 있는지에 대한 감시가 있어야 한다. 또 재해현장에 자원 봉사하러 달려간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점점 피폐해 가는 농촌상황과 농업개방의 파고에 대해서 눈을 돌려보자. 그동안 농촌은 도시에 비하여 국가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고, 신문보도에서 조차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독자들이 대부분 도시민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어 상업적인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WTO 농업협상과 관련해 농민이 자살하고 이 농민의 장례식을 계기로 농민들의 집단행동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전남지역이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도(農道)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지역 언론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농업개방에 따른 정부의 협상전략을 점검하고 우리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한 지역의제들로 설정해 나가야 하고, 점점 고령화되어 가는 농촌 노인들의 복지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지역과는 차별성 있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언론의 노력이 계속될 때 우리사회는 보다 건강해 지고, 고민과 실의에 빠져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웃음을 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사)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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