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산동 '인문도시재생' 주민 배려안 마련을

@무등일보 입력 2020.08.06. 18:30

광주 동구가 지산동 동계마을 일대에 계획 중인 '스토리텔링 이음길 및 문병란문학관 건립' 사업과 관련해 구청측과 주민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이 마을은 6월 민주항쟁의 주역이라 할 고 이한열 열사와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문병란 시인, 한국 근대화단의 거목인 오지호 화백 등의 생가와 자택이 모여 있는 역사적 공간이다.

동구는 이곳을 한국 민주화의 역사와 남도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데 반해 주민들은 아파트를 짓자고 주장하고 있다. 인문도시재생사업이냐, 공동주택 건립이냐를 놓고 양측의 입장차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일단 동구는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업의 두 축은 스토리텔링 이음길과 문학관이다. 스토리텔링 이음길은 이들 세 역사적 인물들의 자택과 생가를 연결한 트래킹 코스다. 동구는 이를 위해 코스 내에 방치돼 있는 소공원과 시설들을 테마에 맞게 리모델링키로 했다. 동계천 옛 물길을 복원해 노천폭포도 조성한다. 문병란 시인의 자택에는 문학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동구는 최근 이 주택을 매입해놓은 상태다.

동계마을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역발전에 방해되는 만큼 이들 자택과 생가를 허물고 아파트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개발을 통해 공동주택이 건립될 경우 적지않은 금전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가 물려 있어 주민들이 쉽게 물러설 것 같진 않다.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다만, 주민들의 요구가 관철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동구의 입장이 확고한데다 현재 오지호 화백 생가 주변이 지방문화재로 등록돼 있어 개발이 허용되지 않기에 그렇다.

동구의 동계마을 인문도시재생사업은 그 계획 자체로 의미가 크다. 허문 뒤 고층 아파트를 지어대는 막무가내식 재개발이 아닌 보존과 재생의 가치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민주·인권·문화도시' 광주의 이미지와도 부합된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입장을 무찌를 수만은 없다. 아파트 건립이 아닌 다른 방식의 주민 배려 방안도 필요하다. 동구와 주민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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