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分 추분2020.09.22(화)
현재기온 15.4°c대기 좋음풍속 0.1m/s습도 90%

[사설] 폭우가 앗아 가버린 작은 농촌 마을의 평화

@무등일보 입력 2020.08.09. 17:51 수정 2020.08.09. 18:03

광주·전남 지역에 지난 사흘간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는 작은 농촌 마을의 평화를 한순간에 깨뜨려 버렸다. 폭우로 마을 뒤편 야산에 산사태가 발생해 흘러내린 토사로 마을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귀향한 50대 부부와 노후를 마무리할 곳이라 여기고 이곳에 정착한 70대 부부의 꿈과 삶 또한 송두리째 앗아갔다.

60여명 남짓한 주민들이 이웃처럼 지내던 곡성군 오산면 성덕마을은 지난 7일 늦은 오후 청천벽력같은 일을 당했다. 순식간에 쏟아져 내린 토사가 야산에 인접한 5가구를 덮쳤다. 매몰된 주택에 살았던 50대 이장부부와 70대 여성, 70대 노부부 중 부인 등 5명이 수색 작업 끝에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에서 요리사를 하다 7년전 귀향했던 50대 부부는 마을의 이런 저런 일에 성실하고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홀로사는 노인의 집에 찾아가 말벗이 되주는가 하면 농사일도 거들어 주며 이웃들과 친하게 지냈다. 올해 초에는 마을주민들의 추천으로 이장에 선임될 정도로 모범적인 주민이 됐다.

마지막 정착지로 생각하고 3년전 이곳으로 이사와 옆집에 거주했던 70대 부부도 오래된 마을 주민인듯 이웃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옆집 이장부부와 무시로 왕래하며 편하게 지냈다. 산사태 위험을 피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타지에서 왔지만 티 내지않고 주민들에게 다정했던 이들 부부의 참사를 안타까워 했다. 희생된 부부의 자녀 등 유족 역시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

토사는 이들 부부의 집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주택 4채까지 휩쓸었다. 주민들이 정성들여 가꾸고 일구어온 마을 인근의 논과 밭 또한 토사로 덮여 흔적 조차 찾을 수 없게 되버렸다. 마을 곳곳에 뿌리째 뽑힌 나무와 엿가락처럼 휜 철골 자재들이 널부러졌으며 산사태에 휩쓸린 차량은 종잇장처럼 구겨진 채 방치돼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주민들은 마을 뒷편의 야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린 것과 관련해 그곳에서 진행 중인 국도 15호선 도로확장 공사를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지대와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수사 당국의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