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두환 단죄' 재판부 냉철한 판단 기대한다

@무등일보 입력 2020.10.05. 18:40

80년 5월 광주 학살의 원흉 전두환씨에 대한 역사적 단죄의 순간이 임박했다. 검찰 구형과 전씨측 최후 변론을 끝으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 공판 일정이 사실상 마무리된 것이다. 이제 재판부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

광주지법 형사 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어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날 전씨에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선고는 늦어도 올해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한 법정 다툼이었다. 기소에서 결심공판까지 무려 2년5개월여의 시간이 걸렸다. 전씨가 재판에 넘겨진 건 지난 2018년 5월3일이었다. 전씨가 그 전 해인 2017년 4월 출간한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 사실을 부인하며 이를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폄훼해 고발되면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전씨의 태도는 뻔뻔함 그 자체였다. 수많은 증언과 증거에도 그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과는 커녕 어떤 반성의 빛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강제구인 방침에 못이겨 광주법정에 섰던 날 '왜 그래'라며 볼쾌한 표정을 짓던 전씨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프다며 출석을 거부하다 멀쩡히 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들통나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던 그다.

전씨측의 후안무치한 태도는 결심 공판에서도 이어졌다. 최후 변론에 나선 전씨측 변호인은 혐의를 부인하기 위해 무려 450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진술서를 동원했다. 진술서엔 억울한 죽음에 대한 단 한마디의 미안함이나 반성은 커녕, 인간적 회한 조차 담겨있지 않았다.

전씨 재판을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그에 대한 사법적 단죄가 왜곡된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바로세우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반성하고 사죄하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게 법의 존재 이유다. 그동안의 전씨 행태를 감안하면 그에게 인간적이길 바라는 건 더이상 무의미할 지도 모를 일이다.

5·18 광주학살과 그 진실에 대한 은폐·왜곡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다. 그런 만큼 결코 관대해선 안된다. 재판부의 냉철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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