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주운전하다 도주 본분 망각한 경찰 간부

@무등일보 입력 2020.12.21. 18:45

광주의 한 경찰 간부가 최근 술을 마시고 운전한 사실이 들통날 게 두려워 단속 현장에서 도주해 논란이다. 뒤늦게 자진출두 했지만 처벌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여러 혐의 적용이 가능함에도 그 혐의마다 구성 요건 충족이 쉽지 않다는 게 이유다.

연말연시만 되면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려 음주운전자들이 크게 늘어난다. 경찰이 이 시기에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고 단속을 강화하는 건 이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엄중한 시기다. 모두가 고통을 분담하며 조심하려 애쓰고 있다. 방역당국은 연일 연말 모임을 자제하고 저녁 술자리를 가능한 한 갖지 말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시기에 특히 처신에 신중해야 할 경찰 간부가 음주운전을 하고 단속현장에서 도주까지 했다는 건 분명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가 된 경찰 간부는 광주북부경찰서 소속으로, 이 사건은 현재 광주광산경찰서에서 수사중이다. 해당 간부는 지난 7일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북구의 한 음주단속 현장을 눈앞에 두고 중앙선을 넘어 불법유턴을 해 달아나다 추격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순찰차를 타고 음주측정 장소까지 이동한 이 간부는 또다시 현장에서 도주했다가 이튿날 오전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수사 중인 광산경찰은 이 간부에 대해 적용 가능한 모든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로교통법 위반 및 음주운전, 음주측정 불응죄, 도주죄, 공무집행방해죄, 불법 유턴·중앙선침범·불법주정차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혐의 입증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인이 음주 사실을 시인했는데도 불구하고 혈중알콜농도가 '0%'로 확인됐으며 도주죄 등도 미란다 원칙 고지 전이라는 등의 이유로 성립이 어렵다는 것이다. '도주를 했는데 도주죄가 아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사건 처리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크다.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도주에만 성공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일반인이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경찰은 제식구 감싸기란 오해를 받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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