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갯벌 면적만 31.3㎢···꿈틀꿈틀 서식자원 '풍성'

입력 2020.10.06. 17:15 김옥경 기자
'생태계 보고' 신안갯벌을 세계유산으로
<13> 병풍도 갯벌
풀게·갯강구 등 서식하는 생태 천국
람사르습지·생물권보전지역 등 지정
군, 낙지방류·중요어업유산 보전 확대
병풍도 갯벌이 간조를 맞아 잿빛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병풍도 맨드라미 공원에 핀 맨드라미 꽃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광활하게 형성된 섬 갯벌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때론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

어느 선착장을 기점으로 들어갈 것이냐에 따라 거리가 다르고, 시간도 제각각이다. 섬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 일상인 일들이 신안 갯벌을 찾아 떠나는 외지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그같은 수고로움도 신안의 드넓은 잿빛 갯벌을 눈 앞에 맞닥뜨리면 가슴 뛰는 설레임이 되고 추억을 가득 담은 낭만이 된다.

해안선 끝까지 넓게 펼쳐진 광활한 갯벌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의 셔터를 쉴새없이 눌러보지만, 앵글에 다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마냥 안타까울 뿐이다. 생태계의 보고이자,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안의 천혜 청정갯벌에서만 보고 느낄 수 있는 묘미다.

병풍도와 대기점도를 잇는 노둣길을 관광객들이 걸어오고 있다.

◆해안무척추동물 서식…청정 갯벌 척도

해안의 절벽이 마치 병풍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고 해 이름지어진 병풍도.

신안 증도면에 딸린 섬인 병풍도의 최대 자산은 드넓게 펼쳐진 갯벌이다. 섬의 특수성 때문에 농토가 부족한 병풍도는 갯벌이 최대의 자원이었다.

병풍도 갯벌은 오염되지 않은 청정갯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낙지, 게, 고둥, 조개 등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천국이다.

또 갯벌 연안에서 봄에는 숭어, 여름에는 병어·민어·새우, 가을에는 농어가 대거 잡히는 보물창고다.

증도와 함께 부속섬인 대기점도 일대 등을 잇는 병풍도 갯벌은 면적만 31.3㎢에 달할 정도로 광활함을 자랑한다.

끝을 알 수 없이 드넓게 펼쳐진 청정 갯벌에 병풍도 갯벌은 지난 2010년 1월 갯벌 습지보호구역, 2011년 7월 람사르습지, 2016년 3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 등으로 각각 지정돼 생태 보전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고 있다.

병풍도 갯벌은 간조를 맞아 섬과 섬 사이를 잇는 노둣길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병풍도 갯벌의 우수성은 병풍도 조간대 암반조사 결과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조사결과 병풍도 갯벌에는 자포동물과 연체동물, 절지동물 등 해안(저서)무척추동물 총 21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병풍도 갯벌에서 조사된 출현종은 자포동물문에서 담황줄말미잘, 연체동물문에서 개울타리고둥·갈고둥·둥근얼룩총알고둥·댕가리·굴(석화), 절지동물문에서 조무래기따개비·고랑따개비·갯강구·풀게·펄콩게·농게 등이 대거 출현했다. 청정 갯벌의 척도인 셈이다. 특히 간조를 맞아 바닷물이 빠진 갯벌 바위 틈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자연산 굴은 더할나위 없이 싱싱해 캐는 재미를 더한다.

병풍도 갯벌에서 채취한 굴(석화)

◆갯벌 어로방식 현존 '주목'

병풍도 갯벌에는 병풍도에서만 전해지는 다양한 갯벌 어로방식이 현존한다.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들에게 갯벌은 그날그날의 먹거리를 아낌없이 내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곳에서는 개메기와 낙지잡이 등이 있는그대로 전승되고 있다.

개메기는 갯벌 지형이 굴곡진 곳이나 갯고랑에 말뚝을 박고 그물을 둘러쳐 놓으면 물이 들어갔다 빠지면서 썰물에 고기를 잡는 전통 어업방식이다.

낙지잡이는 사방에 펼쳐 있는 갯벌에 나가서 낙지를 삽으로 잡고 야간에는 횃불을 이용해 낙지를 잡는다. 현재도 병풍도 갯벌에는 마을 어촌계 청년 어부들을 중심으로 횃불 낙지잡이가 한창이다.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를 맞아 병풍도와 대기점도를 잇는 노둣길과 병풍바위 일대, 병풍도 방파제 옆으로 길게 형성된 병풍도 갯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병풍도 갯벌 표지석.

◆군, 갯벌자원 보전 주력

신안군은 병풍도 청정갯벌에서 나오는 낙지 등 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어미 낙지 방류 사업과 함께 맨손낙지잡이 장인 지정 등 활동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군은 올초 병풍도 일대 갯벌에 낙지 자원 회복을 위한 교접 어미 및 수컷낙지 1천800마리를 방류해 낙지자원량 증대에 나섰다. 또 낙지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병풍도 어촌계와 어업인들을 중심으로 낙지자원량을 모니터링해 낙지 종자방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신안군은 병풍도 갯벌 대표 자원인 낙지어업의 유산 보전을 위해 맨손낙지잡이 장인 지정 등 활동을 벌여 나갈 예정이다. 또 맨손낙지잡이 전승 영상제작과 이해하기 쉬운 낙지잡이 웹툰 제작 등 활동도 다각화하고 있다. 글·사진=김옥경기자 okkim@srb.co.kr


[인터뷰] 이진국 병풍도 이장

"오염 안된 청정 갯벌 영구히 보전되길"

이진국 병풍도 이장.

"병풍도 갯벌은 4면이 바다 갯벌로 이뤄진 섬갯벌로 오염되지 않은 천혜 청정 갯벌로 손꼽힙니다. 병풍도 갯벌을 포함한 신안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영구히 보전되길 기대합니다."

병풍도에서 김 양식장과 염전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진국(57) 이장.

병풍도가 고향인 이 이장은 누구보다 병풍도 갯벌의 우수성과 탁월함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갯벌을 놀이터 삼아 터전을 일궈왔다. 현재는 가업을 이어받아 병풍도 3대 염전으로 알려진 염전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병풍도 갯벌은 청정갯벌로 농게와 짱뚱어가 많고 운저리(망둑어) 낚시 등을 즐기던 장소다"며 "특히 병풍도 갯벌을 활용한 염전은 해수와 갯벌 정화작용으로 소금의 영양가가 높아 알아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병풍도 갯벌의 우수성은 여전하지만, 시대가 흐르며 갯벌이 예전과 같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과 주기적으로 바다와 갯벌오염의 주범인 해양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작은 노력이지만 병풍도의 청정갯벌을 유지하고 보전하기 위한 작은 행동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병풍도 갯벌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갯벌에서 나온 낙지를 활용한 특화음식도 제공하고 있다. 병풍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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