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임의진의 세계음악여행- 여자여! 울지 마오- 레게의 전도사 밥 말리와 카리브해 여행

입력 2018.03.02. 00:00
섬나라 여인과 크리스마스 꽃.

친구여! 마네킹 같이 화석이 된 자세

구부러진 마디마다 펴고 근엄한 목을

풀어내야만 춤을 출 수 있다

미지근한 탄산수로는

목을 해갈할 수 없지

가가호호 불을 밝히고

밥 말리는 심지어 자기 밴드 이름을 '울부짖는 사람들', 더 웨일러스(The Walilers)라고 이름 붙였다. 제 모국에서도 이방인, 망명자와 같았던 가난한 청춘들. 청처짐한 옷차림으로 우물우물 읊조리는 노랫말은 선동적인 메시지들이었다. 밥 말리는 기타로 무장한 전사나 다름없었다.

"여자여. 울지 마오! 트렌츠타운 국회 광장에서 그 위선자들을 마주하고 집회를 하던 때를 기억하지요. 우리는 선한 동지들을 만나 금세 친구가 되었죠. 그러다가 그 밤에 정부군의 공격으로 친구를 잃기도 했죠. 위대한 미래로 가려면 우린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눈물을 닦으세요. 여자여. 울지 말아요. 내 누이여, 이젠 눈물을 흘리지 맙시다. 밤새 장작불을 지피면서 함께 먹을 옥수수 죽을 쑤었던 그 광장을 잊을 수 없죠. 운송 수단이라곤 멀쩡한 이 다리뿐. 우린 굴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갈 거라오. 그렇게만 한다면 모든 일이 잘 풀리겠죠. 여자여. 울지 마오! 내 소중한 친구여. 이젠 정말 어떤 눈물도 흘리지 맙시다."

밥 말리의 레게풍 노래 '여자여 울지 마오(No Woman No Cry)'를 순례자들과 같이 불렀다. 카리브 해의 나무 그늘에 서자 나는 눈시울부터 뜨거워졌다.

반주그레한 촌로들이 배가 천장에 닿은 깡마른 개들처럼 쓸려 다니던 길목들. 쇠지랑물과 역한 쓰레기더미가 너저분한 그 거리. 하지만 수럭수럭 노래하는 길거리 가수가 하나 있으면 어디나 지상낙원 파라다이스. 춤을 추며 '생의 순간'을 즐겼다. #그림1중앙#

밥 말리는 자메이카 수도 킹스턴의 외딴 마을 트렌치타운에서 영국계 백인 아버지와 흑인 혼혈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아버진 아이가 자라는 걸 보지 않고 집을 떠났다. 소년 말리는 죽어라고 축구를 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가 몹시 미워서 더 세차게 공을 차댔다. 그러다가 철이 들었고, 그러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기자: 어떻게 노래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밥 말리: 시작이라 글쎄요. 울음. 그래요. 울음과 함께 시작한 게 노래죠. 태어나면서 다들 울잖아요. 그게 노래죠 뭐." (1973년 인터뷰)

시골마을 흑인들은 모였다하면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무심한 엄마는 우리 곁을 떠나 갔다네. 그러다가 엄마는 무덤까지 가버렸네." 민요풍의 노래들은 대체로 상실과 슬픔을 노래했다. "내 밴드 웨일러스는 성경에서 따온 이름이예요. 성경 여러 구절을 보면 슬퍼하며 부르짖는 사람들 얘기가 흔하잖아요. 얘들도 항상 울부짖어요. 그냥 우는 것이 아니라 그건 정의를 향한 울부짖음일 겁니다." (1974년 인터뷰)

14살에 학교를 중퇴한 말리는 잠깐 용접공 생활을 하기도 했다. 반항심이 극도로 달했던 청소년기, 라스파타리아니즘(흑인해방을 골자로 한 토착기독교)에 심취했다. 그의 노랫말엔 상당부분 이 토착종교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너희들의 실없는 거짓말에 나는 완전히 질렸어. 빨리죽어서 예수라고 적힌 문패가 있는 천국이나 가시지. 누이는 알게 되었다네. 이제 완전히 이해했어. 전지전능하신 신은 지금 바로 여기 살아계시는 분이라는 걸 말이야, 가끔 사람들을 속일 수 있겠지만, 하지만 모두를 온전히 속일 순 없지. 우리는 빛을 보았다네. 우리 이제 우리의 권리를 위해 떨치고 일어날 테야!" (밥 말리 노래 Get Up, Stand Up)

그는 스카(자메이카에서 기원한 대중음악)와 록스테디(196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서 유행한 음악), 1970년대에 성행한 레게 형식을 비빔밥처럼 섞어 노래를 불렀다. 레게의 세계화를 주도하며 밥 말리는 무대를 북미와 유럽으로 넓혔다. 그러나 말리는 제 고향 자메이카를 사랑했고, 자메이카로 결국 돌아와 살았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자메이카 마을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신비주의 전통의 약초요법에 능한 민간 의사'였다. 그래서일까. 외손주 말리 조차도 평생 마리화나 숲을 떠나지 못했다. #그림2중앙#

레게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 지미 클리프와 창시자 밥 말리, 그리고 서인도 제도 출신의 뮤지션들이 세계에 레게 음악을 알렸으나 레게는 밥 말리의 죽음으로 쇠퇴기를 맞게 된다.

더구나 라스파타리아니즘의 내부 병폐가 드러나고(이성이 결여된 몽매주의와 극심한 성차별 문화들이 그랬다-조지 스테파노의 글 '레게를 기억하나요?') 대중은 정치인의 부패와 지독한 가난에 넌더리를 치면서 친미문화에 급속히 종속되기 시작한다. #그림3중앙#

그래도 밥 말리의 생일인 2월 6일은 국경일로 지정하여 모두가 성대한 파티를 즐긴다. 녹색(흑인의 모국 에티오피아), 빨간색(피와 형제), 노란색(태양), 검은색(피부). 이 원색으로 옷을 입고 모자를 만들어 쓴 사람들이 겨울 천수만의 새들처럼 밀집해서 춤을 추는 광경. 자메이카의 일상 풍경이 되어갔다.

친구여! 마네킹 같이 화석이 된 자세. 구부러진 마디마다 펴고 근엄한 목을 풀어내야만 춤을 출 수 있다. 미지근한 탄산수로는 목을 해갈할 수 없지. 가가호호 불을 밝히고 나팔꽃 호박꽃도 등을 밝히고서 우리는 레게 음악에 맞추어 여자들이 울지 않는 세상을 노래하자. 아이들과 사회적 약자들 모두가 울지 않는 세상.

미투(Me Too)의 미투가 칭찬으로 바뀌는 세상. 바람에 펄럭이는 잎들조차 레게가 흐르면 감당할 수 없다. 터져 나오는 귓속말들. 그러다가 또랑또랑해진 건강한 메아리들.

임의진은

시집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을 비롯한 다수의 책을 발간한 작가이자 EBS 세계테마기행 등을 통해 제 3세계 음악을 소개하는 등 국내 월드뮤직 전문가다. 스테디셀러 '여행자의 노래' 등 20여장의 선곡음반을 펴냈다. 복합문화공간 메이홀&이매진 관장으로 지역문화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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