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정체성 탐구, 비엔날레 세계 경쟁력 높일 것”
“예술이 별겁니까, 우리 일상,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미술이라는게 예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고 그게 예술입니다. 단순히 미술품, 작품으로만 대하지 마시고 일상의 느낌이나 문제들을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만난다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김선정(53)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겸 총괄큐레이터는 ‘즐김’을 권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비엔날레관 뿐아니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구 국군통합병원, 광주공원, 전일빌딩, 무각사 등 광주전역에서 전개되는 만큼 천천히 여유있게 하나하나 즐기면서 둘러보시면 좋겠다”는 김 대표는 “‘예술이 별게 아니고 내 이야기구나’라고 느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인다.
광주시민들이 ‘주인된 마음으로 마음껏 즐기시면 좋겠다’는 설명이다.
광주시민에 대한 서비스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전일빌딩이나 구 국군 통합병원에서 전개되는 ‘GB커미션’과 광주공원·양림동·무각사에서 전개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입장권 없이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과거 비엔날레는 전문가들을 위한 리그처럼 만들어진 부분이 있어 가까이 가기 힘든 방식이었고 신기한 걸 보는 것이었는데 반해 최근에는 전시가 서비스 영역으로 들어갔다”며 “찾아가는 학교 프로그램 등을 통해 비엔날레가 멀리 있는 거가 아니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가 굳이 설명하지도 않았지만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을 반영하는 프로젝트다.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파리의 팔레드도교 미술관과 스웨덴과 싱가포르의 국제미술기관이 자비로 광주공원과 양림동, 북구에서 각각 전시를 전개한다.
◆비엔날레는 시류에 필요한 선언
올 비엔날레에서 김 대표가 각별히 마음을 쓴 것은 광주비엔날레의 색깔, ‘정체성’이다.
광주에서 전개되는 비엔날레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비엔날레인 지 살펴볼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광주라는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 필요했다. 광주비엔날레가 선보일 때만해도 아시아권 최초였으나 광주비엔날레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넘쳐나 이제 역으로 자신만의 얼굴이 있어야 한다.
김 대표가 올 비엔날레에서 ‘광주정신’ 구현을 전면에 내건, ‘광주’비엔날레 ‘정체성’을 찾아나선 배경이다.
지난 비엔날레에서도 광주에 관한 다양한 발언들이 있었지만 전체 전시에 묻혀 조명받지 못한 측면도 있고, 역설적으로 전체 전시에서 비중 있게 배치되지 못했던 면도 있다.
“올 비엔날레는 ‘광주’에 대한 섹션들을 무게감 있게 배치해 예술적 측면에서 광주에 관한 새로운 역사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
지난 광주비엔날레에서 ‘광주’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다뤘나를 점검해보는 방안(주제전의 다양한 아카이브 기획)과 1980년에 대한 정면 선언(GB커미션)의 형태로 전개된다.
“지난 광주비엔날레의 아카이브가 원천인데 20년 넘은 비엔날레 역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는 김 대표는 “올 주제전 중 제 5 전시실에서 선보일 데이비드 테의 ‘귀환’(Returns)이 지난 광주비에날레에서 다뤄진 광주에 관한 아카이브전이라면 ‘GB커미션’은 ‘광주항쟁’에 관한 본격적인 예술적 탐사의 첫걸음”이라고 덧붙인다.
GB커미션은 향후 정기프로젝트로 광주비엔날레가 이어나갈 계획이다. ‘광주정신’은 비엔날레 창설배경이자 정신일 뿐아니라 예술이 갖는 본연의 역할이기도 하다. GB커미션은 구 국군광주통합병원과 전일빌딩 등 1980년 광주항쟁의 역사적 현장을 전시장으로 삼고 있다.
“구 국군 통합병원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남겨진(버려진) 공간으로 향후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건데 지금 상태를 기억에 담아두셨다가 나중에 변한 모습과 비교해보시면 좋겠다”고 말한다.
작품에는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이슈나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것들이 녹아있는데 사회문제에 대한 접근이나 대응의 매개를 제공해주는 것이 작품이다. 자연스럽게 비엔날레라는 무대는 사회 혹은 시류에 대해 예술의 시선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5·18과 함께 도시관광전략으로
“2020년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에는 그동안 광주비엔날레에서 보여준 5월 관련 작품들을 전부 모아서 국제적으로 얼마나 많은 예술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광주를 생각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비엔날레 창립정신이기도 하고 도시 관광전략으로서도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민중항쟁은 쇼케이스로 매우의미가 있다”며 “해외에서 수많은 인사들이 오고 있고 또 앞으로 더 올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광주비엔날레는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세계적이다. 광주가 그걸 한 껏 살려야한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미술관련 기관들이 2년 동안 가장 좋은 전시를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선보인다. 광주 비엔날레를 방문하는 세계 미술계 인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많은 한국 작가들이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유명해졌다”며 “카셀 됴큐멘타에 초대된 양혜규를 비롯해 광주비엔날레가 없었다면 한국미술이 오늘날 같은 세계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광주시민들이 공유하고 향유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세계 미술무대에서 호평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관광상품으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제반 환경정비가 뒤따라야한다. 전당이나 비엔날레 주변에 호텔 등이 들어서야하고 공항 국제선 취항 등이 맞물려야 광주의 문화적 자산이 도시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다.아시아권 국제선이나 사라진 광주-인천간 공항철도 등이 되살아나야한다.”
김 대표의 당부다.
◆상상된 경계들…
이번 주제 ‘상상된 경계들’은 현대사회, 그 중에서도 한반도에 관한 이야기다.
그 연장선에 ‘북한미술전’(북한미술 : 사실주의의 패러독스)은 기획단계부터 고민했다. 당시만해도 남북관계가 냉전상태여서 성사여부도 불투명했다. 지난 4월 남북정상이 전격적으로 세계무대에서 평화를 선언하면서 역설적으로 북한미술전이 국민적 관심사로 등장했다.
‘다크 유토피아’(암울한 천국)와 ‘상상된 경계들’을 놓고 고민했다. 현실도 어려운데 너무 어두운 듯해 후자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 대표는 이후 총괄큐레이터를 맡으며 미술계 내외부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김 감독은 억울하다. 감독과 총괄큐레이터는 역할이 다른데 이에 대한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감독은 자신의 감각을 전시 전체에 반영하는데 반해 총괄큐레이터는 각 큐레이터들의 코디네이터라고 이해하시면 된다”며 “전세계적으로 비엔날레가 홍수를 이루며 세계 인력풀의 한계도 드러난데다 감독제가 지닌 한계와 그동안 애호가로서 느꼈던 한계들을 보완하는데 초점을 뒀다”고 덧분인다.
조덕진 기자·사진=광주비엔날레 제공
■ 2018광주비엔날레는
제 12회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7일부터 11월11일까지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비엔날레관과 전남도청, 전일빌딩, 광주공원 등 광주전역에서 전개된다.
큐레이터 11명이 7개 주제전을 선보이고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GB커미션’, 해외 유수 미술기관이 전개하는 위성프로젝트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올 광주비엔날레에서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광주정신’ 탐구, 광주비엔난레의 정체성 찾기와 예술의 ‘공공성’ 등이다. GB커미션과 파빌리온프로젝트는 입장권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해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질문도 제기한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GB커미션’은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정신, 1980년에 대한 예술적 위무라는 창립정신 추구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전일빌딩, 구 국군 통합병원 등 80년 국가가 저지른 학살의 현장을 전시무대로 삼고 국내외 작가들이 해당 공간, 광주의 역사에 대해 작품으로 표현한다.
구 전남도청앞 전일빌딩과 광주공원의 구 시민회관 야외무대, 무각사, 북구 신생갤러리 핫ㅤㅍㅡㅍ레이스 등 전시 공간을 광주시 전역으로 확산해 시 전체를 하나의 전시공간으로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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