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06(토)
현재기온 4.6°c대기 좋음풍속 0.1m/s습도 93%

이론·패션본고장 노하우, 광주패션 부흥 기대감

입력 2020.08.19. 18:17 수정 2020.09.02. 19:02
현장+이론(범영순), 정통유학파(황미나)
실무와 학문 결합시킨 새 조형미 선언
파리패션계 한국인 존재 알린 개성
80∼90년대 광주패션의 황금기 꿈꿔

광주·전남 현장 패션디자이너 최초로 범영순 리베리따 대표가 홍익대서 이번학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범 대표의 학위 취득은 지역 패션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는 패션의 본고장 파리의 유학파 출신 황미나(텔레시스 대표) 디자이너의 활동과 더해지며 광주패션의 제2의 부흥에 대한 기대감을 낳게 한다.

광주패션계는 변지유(변지유)·문광자(드맹)·박재원(도투말)·김훈(김훈 컬렉션) 등 1세대 디자이너들이 1980∼90년대 황금기를 열었다. 이들은 지역 패션계에 자기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선보이며 역동적으로 활동을 펼쳐왔다. 변지유와 드맹은 광주를무대로여전히 역동성을 자랑하고 도투말은 서울을 무대로, 김 대표는 2000년대 유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이들 1세대의 화려한 전성기도 시대변화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광주패션협회의 활동도 명맥이 끊기다시피했다.

이같은 흐름 속 뚜렷한 차세대 주자가 없는 가운데 김훈과 박재원, 변지유 등 1세대를 두루 사사한 범영순 디자이너가 국내외 다양한 활동에 이어 현장을 접목한 이론으로 본격적인 차세대 진입을 알리고 나선 셈이다. 범 대표는 학업을 병행하며 다양한 활동으로 대표적 차세대 주자로 입지를 굳혀왔다.

이런 가운데 패션의 본고장 파리를 무대로 활동했던 유학파 황 대표가 지난 2018년 고향 광주에 터를 잡으며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렸다.

황미나 디자이너는 파리에서 25년을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으로 파리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다. 파리 시절 내로라하는 패션회사에서 정식 디자이너로 각광을 받았고 한국인 최초 프랑스 정부 지원으로 파리 쁘레따뽀르떼에 참가하며 파리 패션계의 신예로 떠올랐다. 그녀는 한국인 최초로 끌로드 몬나타, 뤽쌍 알방·발렌시아가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거나 협업을 통해 한국 디자이너의 존재와 위상을 알렸다.

이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파리 첨단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꼽히는, 파리 최고의 상업지역인 마레지구에 한국인 최초로 디자이너 샵(텔레시스)을 운영했다. 텔레시스에서도 프랑스 대기업과 협업을 이어갔고 아방가르드 개성을 중시하는 파리지엥을 단골로 뒀다. 그녀는 광주 텔레시스를 오픈하면서 '광주패션 부흥'을 꿈으로 내걸었다.

황미나씨

이처럼 황미나 디자이너가 파리를 무대로 예술이 스며든 일상복을 공고히 했다면 범영순 디자이너는 광주를 거점으로 국내외에서 다양한 예술성을 실험했다. 그녀는 한국섬유패션한학협회 주 시카고 한국문화원 쇼를 비롯해 베이징과 서울, 대구 등 국내외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이번 박사학위를 계기로 '예술+일상'을 결합한 패션 조형을 천명하고 있어 유학파 황 대표의 패션과 함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패션의 본고장 파리를 무대로 활동하다 3년전 귀국해 광주에 안착한 황미나씨 작품

홍익대서 박사학위 획득한 범영순디자이너

"광주를 상징하는 디자인 만드는게 꿈"

'자연에 나타난 선을 …' 21일 수여식


"패션 부문에서 광주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만들어 보고싶습니다. 서울을 오가는게 쉽지 않았지만 공부를 안했더라면 얻을 수 없는 배움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디자인이 자유로워지고 깊어지고 풍성해져 감사한 마음입니다."

범영순 디자이너가 '자연에 나타난 선을 활용한 패션조형 연구'라는 주제로 홍익대 공예학과(의상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 21일 학위수여식을 맞는 마음은 각별하다.

그녀는 사막(태고의 숨결)과 한국의 산야를 수놓는 다랑이논과 밭고랑(영혼의 침묵), 수천년의 시간이 이뤄낸 지층이나 돌기둥(천년의 대화)을 패션에 접목했다. 다랑이 논은 수십 수백 번의 레이어링으로, 밭고랑의 흐름은 슬래쉬 기법으로 패션에 녹아든다. 사막의 음영과 파상성, 바람이 만들어낸 모래 물결 등이 그녀의 작품에 스며있다.

홍익대 금기숙 교수는 "패스트 패션이 범람하는 시대에 범영순의 패션조형이 패션디자인 분야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공부하는 디자이너'는 만학도로 출발했다. 불혹을 코앞에 둔 서른아홉에 이태리로 첫 유학길에 나선 후 석·박사를 이뤄냈다. 그녀는 현장의 노하우를 이론으로 접목시킨다. 석사학위 논문 'Puckering technique을 활용한 패션 조형 연구'도 그녀의 시그니처를 학문적으로 발전시킨 예다. 천이 오그라드는 현상(퍼커링 Puckering), 오류를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어 디자인 등록까지 마쳤다. 패션에서는 드물게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특허 출원한 '이미지를 이용한 신체 사이즈 측정시스템(A system for measuring body size using image)'. 휴대폰으로 스캔을 해 신체사이즈를 측정하는 기법이다.

그녀는 "현장성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해보니 이를 이론적으로 함께 접목해가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며 "이같은 특성을 활용해 패션회사로 성장시키고 학교 안팎의 후배들에게 패션디자이너의 세계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그녀는 지역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한편 CEO여성MJF 라이온스 클럽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김혜진기자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