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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하지만 따듯한 삶이 주는 위로에 관한 이야기"

입력 2020.09.02. 10:29 수정 2020.09.16. 11:27
정지아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
제14회 김유정문학상
정지아 작가

"산다는 건 그저 애잔할 뿐이다

누군가의 애잔함으로 

내 애잔함을 위로받고

내 애잔함으로

누군가의 애잔함을

위로하는 것,

그것이 삶이고 문학이다"

“가족 외에, 어쩌면 가족조차 잊어버렸을 그의 누추한 삶에 김유정문학상 수상이 작은 위로나마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로 제 14회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한 정지아 작가의 소회는 간명하다.

“세상의 잣대로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하다 못해 초라한 삶을 살다간 한 사람이 지상에서 흔적도 없이 잊혀지는 게 아팠다”며 “초라하게 살다갔지만 너로 인해 많은 사람의 인생이 따듯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말한다. 수상을 소설 속 주인공에게 헌정한다.

이 작품은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촌 동생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하염없이 따듯하고, 맺히거나 꼬인 곳 하나 없는 사촌 동생이 덜컥 삶을 마감했다.배운 것도 부족하고 직업도 변변치 않지만 하염없는 그의 고운 마음결은 지나치기 어렵다. 너무 착해 다른 사람 일까지 도맡아 하면서도 “눈치껏 해라, 그 사람들이 너를 이용하는 것이다”는 사촌 누나 정지아의 충고를 “형님들은 늙었응께 젊은 내가 허믄 되제”라는 마음결을 펴보이던 그였다.

그의 구김없는 삶이 안타까우면서도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여유를 안긴다.

작가는 “남들 눈에 초라한 듯 보이지만 최선을 다한 치열함과 아픔과 사랑이 있고, 삶에 닥치는 많은 고통들 중 어떤 것들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그런 보통의 삶에 관한, 비범한 평범함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이어 “다만, 실재하는 인물이다 보니 자칫 소설과 실재를 혼동할까 우려된다”며 “일부의 사실을 매개로 문학적 상상력을 더하는 것이 소설”이라고 웃는다.

“누구나 창작자로 소통하는 시대에 소설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고민한다는 그녀는 “산다는 건 그저 애잔할 뿐이다. 누군가의 애잔함으로 내 애잔함을 위로받고, 내 애잔함으로 누군가의 애잔함을 위로하는 것, 그것이 제게는 삶이고 문학이다”라고 더한다.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는 대산문화 올 봄 호에 실렸다. 

이번 심사위원단으로 참여한 소설가 이승우, 문학평론가 김경수·정홍수·신수정씨는 극찬에 가까운 평을 내놨다.

“어떤 삶은 아닌 줄 알면서도 그것 밖으로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신수정), “인생의 ‘어쩔 수 없음’이라는 익숙한, 굳은 명제를 생생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낯설게 살려낸다”(이승우), “단편소설이 어때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수작”(김경수), “선명하게 보이는 듯 하나 정작 안으로 들어가면 뭉뚱그려지고 막막해지기만 하는 사람살이의 경계를 생생하고 끈덕진 입말의 현장성으로 부조한다. 정지아의 소설은 역사나 이념의 기호가 실체화할 수 없는 흐릿한 실루엣 앞으로 끝내 우리를 데려간다”(정홍수)

실록소설 ‘빨치산의 딸’로 문단과 사회에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한 정지아 작가는 실재로 빨치산 무대였던 지리산 자락 구례 태생이다. 전남도당 조직부부장이던 아버지 고 정운창씨와 남부군 이현상 부대 정치지도원이었던 어머니 이옥남 여사의 외동 딸, 빨치산의 딸이다. 중앙대 문예창작과서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구례에서 어머니 이옥남 여사와 함께 자연과 소설을 일구고 있다.

단편 ‘고욤나무’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소설집 ‘행복’, ‘봄빛’, ‘숲의 대화’ 등을 냈다. 이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문화예술위 올해의 소설상, 노근리 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유정문학상은 소설가 김유정을 기리는 상으로 2007년에 제정됐다. 전년 7월부터 해당 연도 6월까지 잡지와 단행본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한다. 상금은 3천만원. 시상식은 오는 17일 오후 2시, 강원 춘천 베어스호텔 2층 소양홀에서 열린다.  

조덕진기자 mdeung@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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