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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라면이 없었더라면
입력시간 : 2014. 07.17. 00:00


“라면은 남녀노소, 빈부와 계급의 차이가 없다. 호텔에서 풀코스 요리를 먹고 집에서 찾아 먹는 게 라면이다. 라면은 하나의 상징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최초로 시도하는 요리가 대개 라면이다. 아이들은 처음 라면을 끓이면서 불과 물, 음식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소설가 정이현·박성원·이기호·박상씨와 예술학 교수 박영택씨, 중국학 교수 양세욱씨, 저술가 표정훈씨, 과학 칼럼니스트 이은희씨가 라면을 주제로 쓴 글 모음집인 '라면이 없었더라면'이라는 책이 우리나라에서 라면이 생산된지 50년이 되던 2013년 12월 발간됐다. 이 책에는 4명의 소설가가 라면에 얽힌 추억의 이야기들을 유머와 개성이 어우러지는 문장들로 생생하게 그려 냈다. 또 4명의 칼럼니스트는 라면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담았다. 여기에 라면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상식으로 곁들였고, 라면을 좀 더 똑똑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조리 방법도 소개했다. 그 가운데 박영택 교수는 한국 최초로 라면을 만든 삼양식품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이 대한민국 음식계의 문익점 같은 인물이라고 적었다.

31세 때인 1957년부터 동방생명보험(현 삼성생명) 부사장으로 재임하던 전중윤 명예회장은 6·25 전쟁으로 먹을 것이 귀하던 1960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서민들이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찌꺼기를 한데 모아 끓인 5원 짜리 '꿀꿀이죽'을 사먹으려고 장사진을 치고 있는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이후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식량문제 해결에 직접 뛰어들어 1961년 삼양식품을 창업하고 2년 뒤인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을 출시했다. 당시 부담이 컸음에도 삼양라면의 가격을 10원으로 책정, 서민들이 손쉽게 사서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짜장면이 20원, 김치찌개가 30원, 커피 한 잔에 35원 하던 시절이다.

라면은 경제개발 시절 국민들의 배고픔을 해결하는데 기여했고, 이제는 국내 라면시장이 연간 2조 원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명실상부한 국민식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인의 식품으로 성장했다. 국내 식품산업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끈 전중윤 명예회장이 지난 1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5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윤종채 논설주간


무등일보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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