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 민주주의를 위한 경제학
이정전 지음/ 반비/ 1만8천원
국민은 정부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정부의 무능과 정경유착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뿌리가 깊고 넓으며 악질적이다."
주류 경제학계의 원로인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변화해야 할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로 정부의 실패와 정경유착의 구조적 고리를 꼽는다.
'시장의 실패'에 대해 무조건 정부의 역할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문제를키우게 될 뿐이라고 진단한다.
그가 이론적, 실증적 연구를 바탕으로 내놓은 '왜 우리는 정부에게 배신당할까?: 민주주의를 위한 경제학'(반비)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정치와 행정 개혁론으로 읽힌다.
저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찰이 집필의 동기를 부여했음을 밝히며, 그간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양 진영논리의 대립이 초래한 비생산적인 이념논쟁에 대해 "암덩어리", "단두대에 올려서 한꺼번에 처리해야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염치없는 보수, 눈치 없는 진보"라며 이어지는 비판은 말없는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는 듯하다.
국민이 번번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배신당하는 데에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그 중심에는 관료의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지대추구 행위란 무엇이며, 왜 문제가 되는가. 저자는 우선 '주인-대리인' 문제의 모순을 제기한다.
관료는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데 실제로 자신들의 이익 추구로 변질되는 현상들을 흔히 목도하게 된다.
이는 우선 자신들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일반 국민이 이 같은 불일치를 지적하고 바꾸려 해도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관료들이 온갖 논리를 동원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지키고 있는 현실이 이 같은 구조를 강화하는 두 번째 요인이다.
지대추구 행위란 "인위적으로 생성되는 이전소득을 얻기 위해서 경쟁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전소득은 사회적 이익 창출 효과가 없는 경제 행위의 산물로, 부모가 자식에게 넘긴 유산이나 정부가 기업에 공여한 보조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대추구 행위는 일상에서 흔하다.
협소하게 정의하면 독과점에 결부된 초과이윤 추구 행위를 뜻한다.
지대추구는 사회적인 비용 낭비로 이어지는 게 문제다.
특정 연예인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기획사들의 경쟁이 과열돼 비용 지출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스카우트에 성공한 기획사는 수익으로 비용을 벌충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획사들은 고스란히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신정치경제학파'로 불리는 경제학계 일각에서 말하는 지대란 정경유착을 통해 만들어진 특혜다.
우리 기업들의 성장사가 이 같은 정경유착 구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만히 놔두어도 경제력의 집중은 이 같은 지대추구 행위의 폐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이 같은 지대추구 행위의 공모자이며, 이를 개선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게 저자 주장의 골자다.
책은 시장 실패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원론적 고찰에 이어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와 정부 실패의 구조적 요인을 분석하는 순서로 구성됐다.
정경유착에 관한 신정치경제학자들의 성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원론적이다.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와 시민운동 활성화가 절실히 요구된다는 제언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당시 전성기를 맞았다가 여러 이유로 침체기를 맞은 시민사회는 주요 활동가들의 정치권 유입 등으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원론적 처방만으로 이 문제를 풀기엔 또 다른 난제가 산처럼 우리 앞에 버티고 있는 셈이다.
우리 스스로의 문제는 자발적이고 내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얘기다.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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