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게임
닉 다이어-위데포드 외 지음/ 갈무리/ 2만5천원
'게임'은 이제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거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됐다.
경제규모 72조원. 인구 8억명. 현실에 이런 나라가 있다면 세계무대에서 그 위상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이 통계는 2013년 게임산업의 규모와 게임을 접해본 사람 수를 의미한다.
오늘날 게임은 더이상 10대 남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시장 또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게임을 하나의 산업이나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닌, 새로운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제국'으로 바라본 책이 나왔다.
캐나다에서 각각 정보미디어학과 커뮤니케이션학을 연구하는 두 저자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세컨드 라이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을 '제국 시대의 복합성을 본질적으로 보여주는 매체'로 규정한다.
자본주의, 빈부격차,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착취, 군대와 전쟁 미화 등이 이들 게임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원하는 가상세계를 만들어가는 게임인 '세컨드 라이프'의 경우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내가 꿈꾸는 새로운 나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에서 출발하지만, 정작 게임 속 현실은 이상하리만치 진짜 현실과 닮았다.
세컨드 라이프 주민의 약 20%만 린든달러(세컨드 라이프에서 통용되는 화폐) 부유층이고 나머지는 가상의 가난에 시달린다.
또 가상의 내가 보다 부유해지기 위해 더 많은 린든달러를 구매하고 이를 가상현실 속에서 소비하는 동안 실제로 배를 불리는 것은 바로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회사일 뿐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현실은 더욱 잔혹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속 배경인 '아제로스'에서는 '골드'가 화폐로 쓰인다.
이 골드는 게임 속 경작 등의 활동을 통해 벌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쉽게 빨리 골드를 얻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현실에서는 사람을 고용해 대규모 경작을 하고 벌어들인 골드를 파는 기업마저 생겼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골드 경작 기업은 6만개, 이 기업에 고용돼 일하는 이른바 '골드 경작자'는 40만∼50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경작자 대부분이 중국인으로, 한 달에 40∼200달러 정도의 매우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한다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인들이 헐값의 단순노무에 종사하던 것과 매우 비슷하다.
당시 중국인 이주자들이 그랬듯 가상세계에서 골드 경작자들은 다른 플레이어의 혐오와 멸시의 대상이 된다.
책은 제국으로서 게임이 가진 문제를 다름아닌 게임으로 풀어간다.
경찰과 시위자 간 바리케이드 전투를 시뮬레이션한 '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 더게임'이나 미국 국가안보위원회의 내부고발자가 추격을 피해 도망하는 '에디스 런: 더 프리즘 프리즌'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가상 놀이 문화와 자본주의 그리고 반자본주의 행동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는 게임. 게임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게임이라는 현대 사회의 미디어에 종속된 문명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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