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 역사의 슬픈 그림자, 친일인사 칭송 부도비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7.03.02. 00:00

삼일절을 맞아 일제 강점기 시절 총독부의 각종 황국신민화 정책에 앞장선 한 친일인사 부도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원효사 고승들을 기리는 부도전에 자리한 송화식 전 광주고검장의 부도비가 그렇다. 지역의 명망있는 법조인 출신 송 전 고검장은 각종 친일단체 고위직을 역임한 두 얼굴의 인물이다. 그의 친일행적이 드러난 이후에도 해방 이후 화려한 법조경력을 칭송하는 부도비가 계속 존치되고 있어 시민단체와 원효사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와 원효사는 고승들을 기리는 원효사 부도전에 위치한 친일행위자 송화식 전 광주고검장 비석과 부도탑 이전을 다시 촉구했다. 이 비석과 부도탑은 지난 92년 원효사의 승낙도 없이 세워진 것으로 파악된다. 원효사측은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명단에 수록될 정도로 송전 고검장의 친일 행위가 뚜렷이 드러남에 따라 이전을 촉구했으나 여지껏 존치돼 있는 상태다.

송화식을 기리는 '춘곡(송화식의 호)거사송화식부도비'에는 광주지방변호사회 회장, 전남대 후원회장, 광주고검장 등을 지낸 해방 후 그의 화려한 법조인 경력을 칭송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그의 해방 전 행적은 반민족적이었다. 태평양전쟁 기간 중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 국민동원총진회 이사,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등 각종 친일단체 요직을 두루 거쳤다.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는 일제의 전쟁범죄에 적극 참여한 친일인사의 부도비가 이전되지 않으면 그의 친일행각을 기록한 단죄비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송화식 부도비가 전하는 해방후 화려한 법조경력은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슬픈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에 부역하고 해방 후에는 잘나가는 법조인으로 얼굴을 바꿔 생을 마감했다. 이런 그의 부도비가 고승들의 부도비와 나란히 한데는 해당 문중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씁쓸함을 더한다. 사회 지도층의 숨겨진 얼굴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상처와 열패감을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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