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서 초기 진흙 청자가마 발굴…'비색 청자' 단서될까

입력 2017.09.29. 00:00 박혁 기자
길이 10m·너비 1.3~1.6m 반지하식 달심 오름 가마
산이면 100기 발굴 이어 화원면서 온전한 형태 첫 확인
해남에서 발견된 초기청자 가마터 모습.

해남군 화원면 신덕리 청자요지 발굴조사에서 완벽한 상태의 초기 진흙 가마가 확인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초기청자(녹청자·해남청자) 가마터가 분포하고 있는 해남군 산이면 진산리 도요지에 100기가 발굴된 이후 온전한 형태가 발견된 것을 이번이 처음으로 '비색 청자'의 비밀이 밝혀질 지 관심이다.

지난 8월말부터 화원면 청자요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길이 10m, 너비 1.3~1.6m 가량의 진흙으로 만든 반지하식 단실 오름 가마가 온전한 형태로 발견됐다.

가마는 육덕산 남사면 말단부의 해발 48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비교적 작은 규모로 자연경사면을 판 다음 진흙으로 가마형태를 만들었다.

진흙 가마는 전남을 중심으로 남서부에 분포하고 있으며, 당시 중국의 직접적인 기술을 받아들여 만든 중서부 지역 길이 40m의 벽돌 가마와 대비되는 구조이다.

진흙 가마는 벽돌 가마와 달리 전통의 도기 가마를 계승해 만든 가마로 연소실에 불턱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

고려 중기가 되면서 중국식의 벽돌 가마는 없어지고 전통의 진흙 가마를 중심으로 전성기 비색 청자를 만들고 있어 신덕리에서 확인된 진흙 가마의 구조는 비색청자의 비밀을 푸는데도 중요한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마 하단부에는 실패한 청자와 흑자 파편, 자기를 구우면서 사용한 갑발과 도지미 등 요도구, 가마의 축조와 보수 등에 사용된 폐기물이 쌓여 있다. 청자를 중심으로 흑자와 도기가 함께 확인되고 있으며, 청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수한 형태의 완을 비롯해 발과 접시, 병, 호, 등 일상 생활용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저장 또는 운반 용기로 만든 흑자와 도기는 중서부지역의 벽돌 가마에서는 확인되지 않고 남서부지역의 진흙 가마에서만 파악되는 것으로 화원 청자요지가 영암 구림리 등의 전통 도기 가마의 제작 기술을 계승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전남도 기념물 제220호 해남 화원면 청자요지는 신덕리와 금평리 일대 80~90여기 가마가 분포한 대규모 가마터로, 초기 청자 가마가 집단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유적이다. 고려시대 초반 국내 자기 발생의 단서와 초기 청자의 기형 변화 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유적으로 주목받아 왔으나 그동안 지표조사만 실시돼 성격 규명에 어려움이 많았다.

해남군은 지난달부터 문화재청의 승인과 전남도의 지원을 받아 발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남군 관계자는 "신덕리 가마터는 진흙으로 만든 소규모 가마로 연소실에 불턱이 없고, 흑자와 도기를 함께 번조하고 있는 초기 남서부지역 청자 가마를 대표하는 유적으로 많은 학술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발굴을 통해 유적의 규모와 성격을 밝히고 향후 체계적인 정비와 복원을 할 수 있는 학술적 자료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산이면 주민들은 "진산리 가마터가 발굴된 지 30여년만에 화원면 가마터가 발굴된 것은 청자 가마터 사후 관리 등이 부실한 탓"이라며 "이번 화원 청자요지 발굴을 계기로 해남청자에 대한 재조명과 전승·발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남=박혁기자 md1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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