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 사회생활 시작부터 빚에 허덕이는 광주 청년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7.11.16. 00:00

빛고을 광주의 청년들이 빚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광주시가 발표한 '광주지역 청년부채 실태조사와 해소방안 연구' 결과를 보면 빚에 허덕이는 광주 청년들의 현실은 안타깝다 못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물론 우리 청년들 모두의 삶이 이러하진 않을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래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열심이거나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청년들이 더욱 많을 것이다. '이까짓 빚은 사서 하는 고생' 쯤으로 치부하고 취업 현장에서 노고를 아끼지 않는 젊은이들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 청년들의 부채 실태는 충격적이다. 광주에 살고 있는 만 열아홉살부터 서른네살까지 청년들 세명 중 한명은 빚을 지고 있다. 평균 부채는 자그마치 2천500여만원에 달한다. 사회생활을 시작도 안했거나, 갓 첫발을 내딛을 나이에 빚더미에 짓눌려있는 셈이다. 지표상으로 보면 주거비 33.5%, 교육비 32.3%, 생활비 27.4%로, 학자금에서부터 취업난 등으로 인한 생활고, 전월세 자금 등 두겹 세겹의 어려움이 얽히고 설키면서 빚더미에 깔리는 처지가 됐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한 대학생은 학자금 명목으로 700만원을 대출받았지만, 실상은 가족들의 생활비였다. '취업 후 상환' 조건인 이 빚은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면 갚아야 한다. 학자금 대출 명목으로 1천만원을 받은 또 다른 대학생도 상황이 비슷했다. 이같은 '빚 대물림'은 앞길이 창창한 청년들의 발목을 잡아 결혼을 늦추거나 결국 단념하는 지경에 이르게 할 지 모른다. 혹은 결혼을 하더라도 먹고 살기 힘들어 출산을 포기하게 할 수도 있다.

빚으로 빚을 돌려막거나, 아예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경우도 상당하다. 한 전업주부는 결혼 뒤 처음 200만원을 빌렸으나 생활고로 인해 다시 300만원, 500만원, 하는 식으로 빚이 늘면서 모두 1천만원의 빚을 안게 됐다. 비정규직 취업자인 한 청년은 높은 이자를 감당할 길이 없어 스스로 신용불량자가 되어 신용회복을 신청했다. 두 세달 유예기간을 벌어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보자는 심산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이자가 저렴한 제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행히 광주시가 '광주청년 금융복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청년금융복지정책을 시작한다 하니 기대를 가져본다. 부디 시는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이 아니라 빚이라는 금융의 관점에 생활안전망 확보라는 복지의 개념을 도입해 청년들의 기본 생활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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