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병원, 인공지능 통한 암치료 새 지평 연다

입력 2017.12.07. 00:00 도철원 기자
지난 9월 호남 최초 왓슨 포 온콜로지 도입
1천500만쪽 분량 의학 정보 등 실시간 분석
빅데이터 기반 환자 맞춤형 치료 가능해져
조선대병원 인공지능기반정밀의료암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왓슨'을 활용한 협진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대병원제공

공상과학영화에서 단골로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인공지능(AI) 의료시스템이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이다.

컴퓨터가 환자 상태에 대해 판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는 인공지능진료시스템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의료진들이 최상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인공지능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공지능 기반 정밀의료암센터(이하 인공지능암센터)'를 개소한 조선대병원은

호남 최초로 IBM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이하 왓슨)'를 도입, 암환자들에게 최적의 맞춤형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의료진에게 최고의 도우미

조선대병원이 도입한 왓슨은 의료계의 '알파고'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다.

암 분야의 저널, 논문, 임상 시험 등 다양한 최신 정보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암 전문의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해도 이 정보들을 다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왓슨은 이런 정보들을 모두 습득, 의료진을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의료진들에게 최신 정보들을 분석,제공함으로써 자료조사시간을 줄여 환자 치료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역할이 가능한 건 왓슨이 가진 정보량 때문이다.

왓슨은 세계 3대 암센터로 꼽히는 미국 메모리얼슬런케더링(MSK)에서 300개 이상의 의학저널과 200개 이상의 의학교과서 를 포함한 1천500만 쪽 분량의 의학 데이터를 입력받았으며 하루에도 100여건 이상 새롭게 발표되는 암 관련 논문들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입력된 정보와 분석을 바탕으로 8초 이내에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제시한다.

또 제시한 치료방법에 대한 근거 논문,사용되는 약물의 부작용, 생존율, 약물간의 비교 등을 통해 의료진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의료진에게는 최상의 도우미가 될 수 밖에 없다.

박치영 조선대병원 인공지능암센터장은 "의료진이 환자의 임상정보를 입력하면 왓슨이 학습한 방대한 양의 의료서적과 논문, 진료기록 등을 분석·추론해 개인별 최적의 맞춤 치료법을 찾아 제안하고 이를 토대로 각 분야의 암전문의가 모인 다학제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암환자의 중요한 결정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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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료진 모두 만족도 높아

왓슨을 도입한 이후 최고의 성과는 의료진과 환자가 모두 만족감을 보인다는 점이다.

왓슨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범할 수 있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의사가 생각하지 못한 영역을 제시할때 의료진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측은 의료진도 왓슨이 제시한 치료가 근거가 없다면 환자에게 추천하거나 권유하지 않을 뿐더러 현재까지 왓슨과 의사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갈수록 그러한 의견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런 의견차도 의료진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의견이 달라지는 것도 데이터가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기록이 아니고 여러 나라 환자들의 데이터와 국가별 보험기준에 따른 의견차인 경우가 많아 누가 맞고 틀리다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인데다 이렇게 나온 의견들은 의료진으로 하여금 왜 다른 결론이 나왔는지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된다고 한다.

의료진이 놓친 부분이라든지,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렇게 검토된 치료방법에 대한 확신과 신뢰감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즉, 의료진과 인공지능의 결합은 환자 진료에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런 시너지효과에 대해 환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나온 치료효과나 부작용을 직접 눈으로 체험하는데다 본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설계된 치료계획에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왓슨을 활용한 협진은 단순히 환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의료진들만 인공지능의 의견을 보는 게 아닌, 환자가 참여한 상태에서 각 분야의 전문 암 의료진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인공지능의 의견이 더해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검사를 받기 환자가 여러 과를 다녀야 했던 기존 진료와 달리 인공지능암센터에서 한번에 해결이 돼 체력적인 면이나 시간, 비용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박 센터장은 "의료진과 인공지능의 시너지효과는 환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의료서비스"라며 "실제로 왓슨 도입 후 환자 커뮤니티에선 서울 대형 병원 대신 왓슨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문의하는 글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수도권 쏠림 현상 개선도 '기대'

왓슨의 도입은 지역대형병원으로서는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TX의 개통으로 수도권과 시간적, 공간적 거리가 좁아짐에 따라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의 쏠림 현상이 극심해 질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지역 대학병원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져왔었다.

소위 빅5로 불리는 현대아산, 서울삼성, 서울대,세브란스, 강남성모병원 등 메머드급 대형병원은 넘쳐나는 환자들로 인해 시설, 병상을 확충해도 진료 한번에 몇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또 지방에서 서울까지 왕복하는데 들어가는 경제적, 시간적 소모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도입된 왓슨은 지역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암환자들이 관심을 갖고 병원으로 문의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암진료의 일부 수도권 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심각한 것도 모자라 그 병원 내의 일부 의사로 편중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왓슨에 대한 환자들의 관심은 지역 대학병원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비춰지고 있다.

곧바로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타나기보다는 점차 수도권 일부 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개선되면 지역의 환자와 병원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왓슨 도입만으로 곧바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며 "경제적, 시간적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서울로 가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역 내에서 최첨단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고, 기존의 암 치료에 대한 데이터에 왓슨을 이용하면서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암환자에게는 희망을, 병원에게는 지역적인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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