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봄이 왔다

@이윤주 입력 2018.03.02. 00:00

이윤주 문화체육부 차장

봄이 왔다. TV브라운관을 통해 3·1절 기념식을 지켜보다 불현듯 '아~ 3월이구나'하는 생각이 번쩍 든다.

설 연휴가 짧아서였을까, 아님 평창올림픽 때문일까. 이번 겨울은 유난히 '훅' 지나가버린 듯 하다. 여전히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여미면서 아직 몸은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1년 전 오늘을 돌이켜본다. 우리는 '촛불'을 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도 봄은 왔겠지만 계절에 대한 감각 보다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모두가 쏠려 있었을 때였다.

그리고 1년. 대한민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통령이 바뀌었고 오랜 세월 묵혔던 '적폐 청산'이 세대, 계층, 기관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봇물터지듯 진행중이다.

격변의 시간속에 한 해를 보내며 우려와 달리 평창동계올림픽을 꽤 성공적으로 마쳤고, 더불어 한동안 꼬여있던 남북관계도 개선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이런 변화들이 크게는 국내외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사회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하지만 우리 주변에도 조금씩 스며드는 듯 하다.

언제부턴가 가슴을 짓누르던 원인모를 답답함이 조금씩 풀려가는 듯 하다. 그래서일까. 지독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번 봄은 유난히 포근하게 다가온다. 조금은 극단적일 수 있지만 마치 '빼앗긴 들에 봄이 온 듯 하다'는 표현이 머리를 스친다.

오늘은 정월대보름이다.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일부 행사들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24절기(節氣) 중 정월대보름은 마치 겨울을 털어내는 의례 같다.

이제는 금지된 행위지만 누군가는 강변둔치나 바닷가에서 달집을 세워 활활 불태우거나 논두렁밭두렁에서 쥐불놀이를 하기도 할 것이다. 귀밝이술도 먹고, 호두나 잣 같은 견과류를 나눠먹으며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도 보충할 것이다.

아침이면 일찍 일어난 사람이 가족들에게 더위를 팔며 깔깔대기도 할 것이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나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 지나야 봄이 제대로 시작되겠지만 정월대보름을 보내고 나면 진짜 봄이 시작될 것 같다.

봄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사계절의 하나'이며 '희망찬 앞날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 한다.

늘 찾아오는 봄이지만 국민의 염원과 인고의 시간을 거쳐 다시 만난 봄은 기다림의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주말에는 봄 청소를 하려 한다. 겨우내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옷장이랑 책장도 정리해야겠다. 쓰지 않은 물건은 버리고 읽지 않은 책이나 옷들은 필요한 이들과 나누어야겠다.

그리고 점점 짧아지는 봄이 금새 가기전에 제대로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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