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남의 집에 매여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던 사람을 '종'이라 했다. 양반 몸에 딸려 잔심부름하던 계집아이는 '몸종'이고, 종보다 살짝 더 우아(?) 떠는 일을 하는 사람은 '청지기'다. 어쨌든 한자로는 하인(下人), 쉽게 말해 '아랫것'이다. 양반들이 평민을 낮잡아 '상것'이라 불렀는데 이때는 '쌍것'이라고 소리 내야 차지다. 땡땡 치는 것도 종이니 쌍것들은 불리는 이름부터가 아프다.
정월대보름에 귀신을 쫓아내려고 먹는다는 찰밥 때문에 '찰지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차지다'가 맞다. 두세 낱말이 붙여질 때는 앞 낱말의 'ㄹ' 받침이 빠져야 소리가 자연스럽다. 쌀과 곡식을 파는 가게를 싸전, 논물을 쉽게 댈 수 있는 논을 무논, 불을 담아 옮기는데 쓰는 조그마한 삽을 부삽 하듯이. 따님, 아드님, 미닫이, 여닫이, 마소, 다달이도 그렇게 'ㄹ'을 뺀다. 종노릇 하려면 영혼쯤 빼야 하듯이.
종은 '노비'라고도 불렀다. '노(奴)'는 사내 종을, '비(婢)'는 여자 종을 말하고, 노비는 신분제였으며 세습이었다. 고조선에는 남의 물건을 훔친 자를 노비로 삼았고, 부여의 기록에는 살인자의 가족은 노비로 삼았다. 나쁜 짓과 못된 짓을 하면 노비가 되었다는 말이다. 요즘은 노비가 없는데 노비처럼 사는 사람 있고, 신분제도 아니고 세습도 아닌데 노비를 못 벗어나는 사람들도 있다.
'종이 종을 부리면 식칼로 형문을 친다'는 익은말(속담)이 있다. 형문(刑問)은 죄인의 정강이를 때리며 캐묻는 벌이고, 식칼은 묵직하고 거무튀튀한 부엌칼을 말한다. 식칼로 형문을 하다니! 남에게 눌려 지내던 사람이 높아지면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아랫것들을 개 잡듯이 잡는다는 뜻이다.
이런 가혹한 일을 빗댈 때 어르신들은 일제강점기 때 '순사질'을 말하고, 어른들은 독재시대 때 '앞잡이질'을 말한다. 순사질은 사납고 매서웠고, 앞잡이질은 억세고 모질었다. 순사질 앞에서 독립운동은 '발톱 밑의 때'만도 못했고, 앞잡이질 앞에서 민주운동은 '새 발의 피'였다. 한자로 하면 잔인(殘忍)하고 악독(惡毒)했다.
노비에는 '투탁노비'란 게 있었다. 양민이나 천민 가운데 군역이나 조세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권문세족의 종으로 제 발로 들어간다. 제 발로 찾아갈 때는 보통 자존심 팍 꺾고 고개 숙이고 들어간다. 요즘으로 치면 군대 안 가려고, 아니면 세금 피하려고 그러지만 당시에는 권력의 수탈(收奪)과 착취(搾取) 때문에 스스로 노비가 되었다.
수탈과 착취는 억지로 빼앗고, 아무런 대가 없이 공짜로 빼앗는 일이다. 힘없는 사람들은 굶어죽느니 차라리 종살이를 골랐다.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떨어지니 지방 관리의 부정부패가 심하고, 지방 관리의 부정부패를 감싸고도는 토호들은 행세도 하고 본전도 뽑아야 하니 백성들을 들들 볶아댔으리라. 노비가 싫으면 고작해야 산 속에 숨어 화전민(火田民)이 된다.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고, 요즘도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노비가 되면 마냥 굽실거려야 살아남는다. 자기 생각을 갖게 되면 두들겨 맞거나 죽음을 맞이하니까 그저 주억거리며 산다. 거기서 나온 말이 '노비근성'이다. 아무 생각도 없고, 아무 말도 못하며, 아무 행동도 않게 되어 시킨 대로만 한다. 요즘 말로 하면 '영혼 없음'이다. 이걸 '근성'이란 이름을 뒤집어씌운다. 근성(根性)은 태어날 때부터 뿌리 깊게 박힌 성질을 말하는데.
사람에게 노비근성은 없다. 다만 '이렇게 하라'는 강요와 '그렇게 하지 않으면'이라는 거짓말과 '너희는 그렇게 태어났어'라는 가짜 뉴스가 있을 뿐이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한나 아렌트는 생각하지 않고, 말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으면 범죄라고 규정했다. 남의 명령에만 따르고 시킨 대로만 하면 죄인이란 뜻이다.
순사질이나 앞잡이질로 돈을 모으고, 식칼로 형문을 치면서 권력을 잡고, 그들의 품에 스스로 안긴 투탁노비들이 아직도 돈을 쥐고 있거나 권력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역사는 부끄럽다. 그들은 순사질과 앞잡이질을 떳떳하게 생각하고, 투탁노비라도 돈과 권력만 있으면 장땡이다. 그래서 입만 열면 '종'과 '북'을 외치나?#그림1오른쪽#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콘텐츠산업진흥본부장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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