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무등일보·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 공동기획- 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Ⅰ부. 광주 도시재생의 진단과 방향 <2> 동명동과 도시재생 시범사업

입력 2018.03.07. 00:00
"낡은 도시에 새 기능 도입되고 미래가 제시돼야"
'헌집 줄게 새집 다오'는 낡은 레토릭이다. 첨단의, 선진의 미래의 집은 낡은 집에 깃든 삶의 시간과 마음을 살리는 것이다. 전국적 이름을 자랑하는 광주비엔날레 폴리 작품인 '콩집'. 낡은 집을 개조해 현대식 레스토랑으로 꾸몄다.

우리는 도시 속의 유목민(遊牧民, nomad)이다. 헌집을 내팽개치고 새집을 찾아 떠나기에 바쁘다.

광주광역시 곳곳에 방치된 공·폐가는 2018년 현재 2천406동, 전년보다 6%이상 늘었다. 소유자들은 대부분 광주시민들이다.

헌집을 버리다시피 놔두고 나름 쾌적하고, 주차 편하고, 편의시설이 많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옮겨 가버린 것이다. 그동안 살아왔던 금동이나 남동, 사직동이나 월산동, 그리고 양동이나 농성동 등에 있는 주택들은 방치해 놓고 말이다.

방치된 주택들은 청소년의 우범지대, 위생, 안전 등의 문제는 물론 옆집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동네를 황폐화시켜 결국 도심전체를 침체의 늪으로 몰고 간다. 우리는 피해를 보면서도 주택 방치자들에게 제제를 가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였다.

지난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빈집정비법'에 작은 기대를 걸어볼 뿐이다.

아파트건설업자 중심의 주택문화가 시장을 지배하고, 이러한 유목민적 주거문화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희망이자 바람인 문화도시의 꿈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 인구가 줄고, 성장 기조가 정체나 쇠퇴로 변화되면 새집을 찾아 양도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주거이동은 주춤하고, 정주기간이 길어지고 집을 고쳐 쓰는 도시재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도시재생 사업은 쇠퇴한 기존 산업을 대체할 신산업을 유치해야 한다. 시대적 화두인 친환경적인 건물이거나 에너지 절약적이거나 대체에너지를 생산하는 건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디자인 쇄신을 통해 기존건물을 혁신하는 재창조 작업도 이루어져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소품대량상품이 아니라 소비자중심의 다품소량의 맞춤형 건물로 새롭게 단장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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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을 선도할 사업으로 선정된 광주광역시 동구의 동명동에서 충장동에 이르는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으로 눈을 돌려보자. 동구에서는 핵심 거점시설로 동명동에 푸른마을 공동체 센터와 예술의 거리에 궁동예술두레마당, 그리고 충장로 4, 5가의 상권을 대체시킬 미디어 산업의 메카로 조성할 충장미디어센터를 꼽고 있다. 물리적 재생에 초점이 맞추어진 거점확산형 주거환경정비사업의 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선 국비지원사업으로 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하여 테마거리인 선을 만들고, 사업구역 전체로 확장시켜나간다는 뜻인 것 같다.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동명주거환경개선사업지역의 거점지역에 들어선 푸른마을공동체센터는 장동, 동명동, 산수동 등 동구의 대표적인 도심주거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동구의 보행간선 축인 푸른길에 연접해 있다.

미취학아동을 위한 영·유아 교육공동체 지원시설인 영·유아 프라자와 마을주민들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관련시설인 공동작업장을 두고 있다. 바로 인접하여 장진우 셰프의 쿡폴리(cook folly)가 있다. '콩집'과 '청미장'으로 불리는 도시재생 건축물이 그것이다.

가까운 공원엔 같은 폴리 프로젝트로 설치된 건축가 조병수의 '꿈집'이 함께 설치돼 있다. 이들이 테마화 되지 못하고 서로의 맥락관계도 없이 제각기 홀로 서있을 따름이어서 너무 아쉽다. 광주 폴리가 마을입구의 장승이나 솟대와 같은 기능을 하거나, 테마거리의 친근한 상징조형물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두 프로젝트의 접합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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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동명동 까페거리의 성공을 이야기 한다. 동명동은 200여년전 일제강점기간에 조성된 교도소 관사용 신흥주택단지로 시작되었다. 그 후 광주시 교육감의 관사와 광주 유력인사들의 고급주택가로 발전돼왔다.

1980년대는 호화주택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금호문화회관으로 이름을 바꾼 건물도 여기에 있다. 아직도 남아있는 이들 고급주택과 까페거리 조성이라는 시책에 떠밀려 주거지 내부까지 깊숙이 들어온 상업시설과의 불안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종교시설은 주차장을 통한 외연확장으로 토지질서를 교란하고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어, 주거지역으로서의 필지규모를 유지하는 도시계획적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궁동두레예술마당은 문화예술도시 광주의 숙원사업이자 광주광역시의 오랜 테마 길인 예술의 거리에 예술인들의 만남과 작가들의 활동거점을 마련하는 사업이다. 다음달에 착공예정인 상태이다. 상권의 몰락과 건축물의 노후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충장로 4, 5가 문제를 해결하고,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충장미디어센터도 오는 7월에 착공예정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2014년 광주지역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지정된 뒤 광주광역시가 미디어아트 관련 산업의 스타트 업 메카로 계획했지만 산업체 유치의 불확실성 등으로 복합문화전시공간과 주민커뮤니티 공간으로 변경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그림4중앙#

도시재생사업은 본질적으로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재생을 통하여 결과적으로 건축적 재생으로 표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재생추진의지의 심화와 주민역량강화를 통한 자발적, 자율적인 도시재생사업의 유도와 발굴, 그리고 주민주도적인 사업추진이 중요하다. 기존의 체제나 행태에 변화와 혁신을 몰고 오는 것이어서 관행과 불필요한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업무추진에 효율성이 떨어질 수 도 있어서 공공이 직접 추진하는 것보다 중간지원조직인 현장지원센터나 도시재생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국토교통부의 업무가이드라인도 그와 같다. 선도사업 지역이나 이 부분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광주광역시 5개구청 중 유일하게 관련조직이 없다.

이러다 보니 지역단위의 의사결정을 위한 주민협의체인 거버넌스도 없다.

계획이 마련되면 집행체계도 정립되어야 한다. 주민주도적 집행을 위해서는 계획보다도 민감한 주민들의 의견수렴과 집행의 피드백(feed back)에 바탕을 둔 집행체계의 정립이 우선시 될 수 있다. 주민역량강화와 주민들의 상호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많은 시행착오와 주민들의 다양하고 폭넓은 참여를 통하여 진화돼야 하는데 뼈대가 갖추어 있지 않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김냇과'라는 건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물주는 지역의 중견 주택건설업체 대표이다. '김냇과'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의 구조를 최대한 유지한 상태에서 내부를 전면개조해 버려지다시피한 병원건물을 까페와 갤러리, 그리고 게스트하우스로 훌륭하게 변신 해냈다는 것이다. 이 건물이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 스마트한 도시재생, 아니 건축재생이 그 이유이다. 건축물을 재생하기 위해서는 신체의 골격에 해당하는 구조의 안전, 내부 기관들에 해당하는 설비의 교체, 혁신적인 용도로 공간 디자인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들 건축의 각 분야의 전문적인 장인의 기술과 창발적인 아이디어가 결합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기능의 도입과 미래의 길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김냇과'는 모든 조건을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광주에는 많은 건설업체가 있다. 전국 최상위의 공사실적을 자랑하는 업체들이 즐비하다. 광주지역기반 건설업체들의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택은 물론 일반 건축물의 재생사업 참여를 간절히 바란다. 제2, 제3의 '김냇과'건물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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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국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전남대 건축과 박사출신으로 10년 동안 광주시 도시계획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일상과 건축, 도시 관광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 관한 학문적 실천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지오시티'는 첨단지리정보(GIS)를 활용한 과학적인 도시계획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도시설계학회 창립,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광주·전남 지회장, 광주시 양동도시재생사업 총괄코디 등을 역임하며 도시설계와 관련 정책입안과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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