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무등일보·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 공동기획- 도시재생, 오래된 미래를 찾아서 Ⅰ부. 광주 도시재생의 진단과 방향-6발산창조문화마을과 양동도시재생사업 下

입력 2018.04.04. 00:00
담장너머 집안으로 청춘에너지가 들어가야
무등산이 눈에 잡히는 발산공원
언덕배기에는 ‘별따고 꿈따고’라는
작품이 들어서 있다. 별을 잡는 손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별이 뜨는 발산’은 할매들이
기지개를 켜고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발산에서 만난 미래의 청년들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민태원 작가의 명수필 ‘청춘예찬’에 나오는 문구다. ‘청춘예찬’은 양3동에 와서는 ‘청춘발산’으로 대체되었다.

발산마을이 대한민국 도시재생의 모델로 소개되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2014년 시작된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프로젝트가 단초이다. 지역작가들이 참여해 ‘별이 뜨는 발산’이라는 주제로 13개의 예술조형물을 설치하였다. 발뒤꿈치를 들고 곧추서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 광주를 대표하는 청년작가 신호윤의 ‘엄마 언제와? 누나 빨리와’는 발산마을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백상옥 작가의 ‘발산마을을 지키는 영웅들’은 고무신에 할매, 할배의 얼굴을 담고 있다. 고무신을 통해 발산마을의 추억이 묻어 나온 듯하다. 무등산이 눈에 잡히는 발산공원 언덕배기에는 ‘별따고 꿈따고’라는 작품이 들어서 있다. 별을 잡는 손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별이 뜨는 발산’은 할매들이 기지개를 켜고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동네로 나오게 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림1중앙#

2015년부터는 ‘창조문화마을사업’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계속 되어오고 있다. 지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도한 사업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대기업(현대차그룹)의 혁신역량을 활용하여 창업을 장려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의 창조경제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광주의 핵심사업으로 수소전기자동차 인프라와 전통시장 리모델링을 선정하였다. 센터는 ‘1913 송정역시장’재생사업까지 추진하였다. 청년일자리 만들기와 청년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창조문화마을사업’은 ‘청춘발산마을(www.balsan-village.com)’사업으로 개칭되었다. 고리타분한 발산 할매들과 생기발랄한 청년들을 어떻게 믹스(mix)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발산을 기반으로 창업하여 15만명이 접속하는 페이스북 친구를 확보하고, 개시물 조회수가 50만뷰에 달하는 ‘데블스’는 발산마을의 도시재생사업이 대한민국 성공사례의 모델이 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발산마을을 소스로 제작한 컨텐츠 조회수가 200만회를 넘어 발산마을 방문객을 늘리는 데도 절대적인 기여를 하게 되었다. 연극영화과를 나온 새내기들은 할머니들이 모여있는 샘몰경로당을 찾아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할매들에게는 손자들의 재롱잔치로 보였다. 어색한 만남이 자연스럽게 깨진 것이다.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들이 발산할매와 제작한 미디어컨텐츠는 폭팔적인 인기를 몰고 왔다. 기업들의 마케팅 미디어컨텐츠 제안이 이어지고 있어, 할매와 청년의 아름다은 만남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림2중앙#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을 받은 ‘공공미술프리즘’은 마을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자원조사도 하였다. 어둠침침한 골목과 계단과 벽면을 채색하는 컬러아트프로젝트를 주민과 함께 추진하였다. 무엇보다도 청년들이 생면부지(生面不知)의 발산마을에 와서 1박2일을 보내는 ‘이웃캠프’는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청년들의 마을입주의 길을 열었고, 할매들의 오래된 노하우와 자유분방한 청년들의 융·복합이 이루어진 것이다.

2015년 하반기부터는 ‘새뜰마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로를 정비하고, 도시가스가 집집마다 들어가게 하고, 마을공용주차장과 커뮤니티센터 건립 등을 해오고 있다. 40년 이상 마을에서 거주하신 어르신 서복수님은 공사현장 소장과 함께 경사로에 설치하는 가드레일 손잡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마을살이 경험을 디테일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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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청년입주자들의 1천만원 이하의 임대료와 리모델링 지원금은 고갈되었다. 부푼 꿈을 안고 집을 사거나 임차해서 리모델링한 청년사업자들은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사업성확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줄어들고 있다. 경사면에 집을 짓다보면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고, 임대료도 비싼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밖에 없다.

친환경 발효 빵집 ‘플롱’의 김경영 대표는 고민이 많다. 좋은 빵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고, 체험하고, 가르치는 체험장을 지어 마을주민들과 함께 하고싶다.

‘아우라 팩토리’(대표 김정훈)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의 젊은 작가를 발굴해서 키워내려는 꿈은 사그라들고 있다. 몇몇 청년기업들은 이미 철수하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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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나는 희망을 찾았다. 광산구에 소재한 대안학교, 지혜학교의 김성수 선생님은 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을 데리고 발산마을을 찾았다. ‘청춘메모지’에 글을 남기고, 청춘광장에서 퍼포먼스를 즐기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지혜의 꿈을 찾아 떠나는 순례길"이라는 제목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발산마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크게 3개이다. 마을미술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뽕뽕브리지’사업, 청년과 할매들이 함께하는 ‘청춘발산사업’, 그리고 물리적 시설과 환경을 정비해 가고 있는 ‘새뜰마을사업’이 그것이다.

이제 이들 사업이 도시재생사업이라는 큰 틀로 통합되고 조정되어야 한다.

골목길과 계단, 가림막과 페인트칠 된 담장너머의 집안으로 청춘에너지가 들어가야 한다. 도시재생뉴딜의 핵심사업인 ‘자율주택정비사업’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마을에서 창업한 청년기업들이 사업성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골목경제와 마을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청년입주기업들이 주민들과 함께 논의해서 찾아 나가야 한다. 아직도 불모지를 개척할 젊은 청년과 예술가들은 넘쳐난다. 청춘발산은 그들이 모여 사는 둥지이자 #그림5중앙#

미래를 향해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웅비의 도약대가 되어야 한다.

청년기업 ‘데블스’는 70년의 암울한 과거를 자원삼아 미래로 고고(gogo)하고 싶어 하고 있다. 발산할매와 마을을 소스로 제작한 미디어 컨텐츠와 디자인상품을 연계시키고 싶다. 그들의 꿈이 발산마을의 별똥별이 아니라 샛별이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발산마을에서 청춘을 불태우고 있는 청년들을 다시 한번 예찬할 기회가 돌아오길 바란다.

발산마을에서는 ‘누구나 발산바래’프로젝트 오티(OT;orientation)를 진행중이다. 이제 전문가 주도의 사업진행방식에서 주민, 청년입주자, 마을활동가가 마을사업을 진행해 나가를 바라고 있다. 누구나 바라고 모두가 바라는 마을공동체의 희망을 엮어 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림6중앙#

류영국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전남대 건축과 박사출신으로 10년 동안 광주시 도시계획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일상과 건축, 도시 관광에서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 등에 관한 학문적 실천적 사유를 바탕으로 작업들을 전개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지오시티'는 첨단지리정보(GIS)를 활용한 과학적인 도시계획 선두주자로 꼽힌다. 한국도시설계학회 창립, 한국도시설계학회 지식나눔센터장.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광주·전남 지회장, 광주시 양동도시재생사업 총괄코디 등을 역임하며 도시설계와 관련 정책입안과 실행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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