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시각- 정치인의 '품격(品格)'

@김대우 입력 2018.04.20. 00:00

김대우 정치부 차장

"광주시장 출마 후보답게 품격을 지켜라"

최근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 TV토론회 공방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품격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말에도 품격이 있고 행동에도 품격이 있을 게다. '지역의 참 일꾼이 되겠다'며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에게는 더더욱 엄격한 품격의 잣대가 요구된다.

이날 토론회에서 품격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도 그런 의미 일거라고 스스로 해석을 했다. 궁금했다. 품격이라는 말이 대체 무얼 담고 있는지. 품격(品格)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 된 바탕과 타고난 성품'이다.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뜻하는 인격(人格)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 사전적 의미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네편 내편으로 갈려 상대편 흠집내기에 혈안이 돼 줄서기와 비난, 폭로가 난무하는 현실 정치 상황과는 사뭇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런 정치권에서 품격이라는 말이 나오고 보니 선뜻 수긍하기 어려웠고 불편했다. 오죽했으면 '낡은 정치를 바꿔보겠다'며 야심차게 구청장에 도전장을 내민 한 30대 정치 초년생이 "정치 신인에게 줄서기부터 가르치는 선배 정치인들의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공개 비판까지 했겠는가.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불현 듯 그 옛날 병자년 겨울, 꽁꽁 언 남한산성에서 항복과 항전을 두고 치열하게 다퉜던 정치가 최명길과 김상헌의 품격있는 논쟁이 오버랩 됐다.

작가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에서 '최명길, 김상헌은 권(權·현실에 맞게 일을 처리함)과 경(經·바뀌지 않는 원리)이라는 양극단의 사상, 그리고 현실 대척점에서 맞서 싸워왔지만 서로의 인격을 신뢰했고 그 깊은 곳을 훼손하지는 않았다. 자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긍정했다'고 썼다.

당내 경선을 치르면서 같은당 후보들끼리 서로 물고 물리며 '진흙탕 개싸움' 하듯 내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후보들이 한번쯤 되새겨 봤으면 하는 글이다.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수많은 정치인들이 지방분권을 얘기하면서 시민들과 더욱 소통해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말한다. '열린 민원실'과 '단체장 직통전화 신설' 등 이를 위한 다양한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시작부터 서로 치고받으며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보면서 과연 이들이 말하는 '화합과 소통의 정치'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분열의 정치로 당선부터 되고 나서 그 이후에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지지하는 '내편'하고만 소통하겠다는 것인지, '그 높으신 뜻(?)'을 도통 헤아릴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당 지지율이 워낙 높아 경쟁자가 없다보니 '공천=당선'이라는 자신감 때문에 '과속주행'을 하는 민주당 후보들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그 자신감이 도를 넘어 지금처럼 오만으로 비춰져서는 곤란하다. 현재의 정치상황을 지켜보면 이러다 자칫 '민주주의 꽃'인 지방선거가 유권자들의 선택이 아닌 민주당원들만의 선거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어 보여 심히 걱정스럽다.

그래서 6·13지방선거 유권자이자, 민주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하겠다.

"표를 달라고 하기 전에 그에 걸맞는 품격부터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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