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양기생 신문잡지본부장 입력 2018.04.26. 00:00
양기생 정치부장

오는 6월13일 실시되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0일 채 남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각 정당들은 경선 후보를 선출하거나 본선 진출자를 결정하면서 선거분위기가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지방의 참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조용히 치러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책과 인물 위주의 선거 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에 치중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고 톤도 높아진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면서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되기도 했다. 정치 혐오를 초래하고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때도 많았다.

그 중에서도 광주·전남은 지방선거 때마다 유난스러웠다. 매번 '공방전이니 난타전이니' 하면서 시끌벅적했다.

장삼이사가 몰려들어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시골 장터의 시끌벅적함이 아니었다. '네가 아니면 내가 죽기'식으로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이 따로 없었다. 상대 후보를 이겨야 하는 선거판이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과열되면서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생사를 걸 정도로 선거에 올인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보니 부작용 발생도 다반사였다.

이번 지방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광주·전남 지역 곳곳에서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광주 서구청장 후보 경선에 탈락한 현직 구청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광산구청장 예비후보도 중앙당에 재심을 청구해 구제받았다. 다른 몇몇의 선거구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민주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광주·전남지역 민주당의 지지율은 야3당을 압도할 정도다.

무등일보와 뉴시스, 사랑방뉴스룸이 의뢰해 한국갤럽이 지난달 9-10일 광주 거주 19세 이상남녀 2천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74.6%를 기록했다.

정의당은 4.2%, 민주평화당 4.0%, 바른미래당 3.7%, 자유한국당 1.3%에 그칠 만큼 민주당이 압도적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높은 지지율로 당내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공천장을 놓고 민주당 후보들끼리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권자의 손으로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 부른다는 말이 무색하다. 요즘 돌아가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판은 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권자들의 선택 보다는 당원들만의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이 서슴없다.일각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져온 1당 독재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보인 중앙당의 오락가락 행태가 이런 사태를 부채질 했다. 전략공천과 경선룰에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태도를 보이며 비난을 자초했다.

유독 잡음이 심한 곳이 있다. 국회의원 재선거가 열리는 광주 서구 갑 선거구다.

민주당 중앙당이 여성 정치인 배려를 근거로 여성전략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사달이 나기 시작됐다.

공정한 경선을 요구하는 후보자와 지역민들은 자신들의 주장에 반하는 행태를 고집한 중앙당에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돌고돌아 경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후보는 물론 유권자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한 가지 간과해선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민주당이 좋아서, 잘해서 지지율이 고공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지역민들은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 정부 여당에 지지를 보내고 성원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점을 무시하면 안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여주고 있는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서 오만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한 안하무인격의 공천전횡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2년 전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은 '정신차리자 한 순간 훅 간다'라는 선거 캐치 프레이즈를 내건 적이 있다.

모든 당원이 의기투합해 국회의원 선거에 임하자는 뜻이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고심끝에 새누리당은 '잘하자 진짜'로 변경했다.

처음 내걸었던 '한 순간 훅 간다'는 캐치 프레이즈의 저주였는지 모르지만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122석을 얻는데 그치며 참패했다. 123석을 얻은 민주당의 전신인 더민주에 원내 제1당을 내줬다.

여소야대 정국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져 역사의 오점이 됐다. 원내 1당이 됐지만 민주당도 광주지역 8개 선거구 모두를 잃은 뼈아픈 기억이 있을 터다.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8석을 석권했다. 2년 전 새누리당과 광주지역 선거 결과를 민주당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지율에 취하다가 진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