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살어리 살어리랏다, 지방분권 공화국Ⅱ

@강동준 입력 2018.05.10. 00:00
강동준 마케팅사업본부장

# 장면 1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사건 등을 핑계로 국민투표법 개정을 가로막았고,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완전히 파탄냈다." "지방권력도 통째로 넘겨주고 경제도 통째로 포기할 것인가. 남북정상회담으로 모든 것을 덮고 넘어갈 수 없다."

6월 분권 개헌안이 무산되자 중앙정치권은 서로 네탓 공방이다. 위헌 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한 국회의 책임이 크지만, 이면에는 권력다툼에 빠진 정치권의 이율배반적 행태가 자리한다. 장미대선을 앞둔 지난해 5월 7일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 등 주요 5당 후보들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협약서'에 서명했다. 개헌 시기를 못박은 이유는 정쟁이 개입하면 실현이 어렵다는 판단과 유권자 50% 이상 투표해야하는 정족수, 1천억원이 넘는 투표 비용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딴소리다. 대한민국 미래를 담보할 분권개헌이 정치의 흥정 대상이 되어가는 꼴이다.

# 장면 2

"저는 앞으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른바 '문재인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연줄이나 관계가 아닌, 정책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역량을 증명함으로써 시민들께 지지를 받는 정치를 하겠다. …"

지방선거 한 후보자가 내세웠던 시민과의 약속이 잊혀지지 않는다. 올해 6·13지방선거에서 '문재인 효과'를 노린 정치 후보들이 유난히 많다. 청와대 직책를 찾고 여기에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이라도 붙여놔야 '유력 후보'라는 확실한 증명 방법이란다. 하기야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과정에서조차 '문재인 대통령 격려 발언'을 두고 후보간 설전을 거듭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문제는 이같은 행위가 자치철학이 없는 행위로, 지방분권에 역행한다는 점이다. 대통령을 팔고, 중앙당의 조직에 기대고, 국가적 이슈에 편승해서는 정책과 인물위주의 선거가 될 수 없다. 중앙 정치에 예속돼 정부 예산을 끌어오는 것이 유능한 단체장이 되는 시대는 이제 끝을 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지방분권 의제를 살려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개헌과 상관없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재정자립 강화나 조례제정, 실질적 분권 확대 방안을 후보토론에 부치고 해법을 찾는 일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 장면 3

지난해 10월, TV 속에 비친 낯부끄러운 현장. 시골집 마당을 파내자 비닐봉지와 김치통에서 현금다발 수천만원이 나왔다. 지자체 계약 담당 공무원의 집 마당에서 7천500만원이, 또 다른 직원의 집에서도 2천500만원이 발견됐다. 두 직원은 미처 군수에게 주지 못한 현금을 보관해 오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두 직원이 업체들로부터 전달받은 뇌물은 42회에 걸쳐 4억6천만원에 이르고, 군수는 이 중 3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민선6기 이후 전남에서는 해남·무안·보성 등 3곳의 군수가 비리로 구속됐다. 해남은 3명의 군수가 잇따라 낙마했다. 전국적으로 50여명의 광역·기초단체장이 재판을 받거나 사법처리됐다. 전체 자치단체장 245명 중 20%가 넘는다.

그래서 '지방분권을 하자는데 준비는 됐나'라는 역질문이 나온다. 자치와 분권에 대한 이해와 역량이 갖춰졌는지도 의문이다. 그래도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는 지방을 살리기 위해 분권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다만, 지방자치는 최악의 사람을 만날 경우 최악의 제도가 된다는 교훈도 잊지 말자.

#장면 4

"6월 개헌 약속을 못 지켜 송구하고 안타깝다. 5월 말까지 개헌안 취지를 살리는 제도와 정책의 실행방안을 마련하겠다."

30만명이 넘는 정부 개헌안 지지 청원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방분권 개헌안이 무산되자 청와대가 내놓은 입장이다. 하지만, 6월 분권개헌은 무산이 아니라 지방을 살릴 기회와 준비의 기간이라고 본다.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분권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치를 잘 실현할 수 있는 역량있는 후보자가 지방살림을 이끌어가면 좋겠다. 선거기간 분권을 원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중앙의 획일적·일방적 통제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을 살린 정책을 개발하고, 더불어 행정조직의 혁신과 주민들의 자치역량 강화에도 눈을 돌리면 좋겠다.

즐거운 상상을 한번 해보자.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자치분권회의에서 광주시장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실정을 건의하고 정책지원을 함께 논의한다. 예산은 자치재정을 보장했기 때문에 국가부담만 논의한다. 문화전당과 무등산, 양동시장에 대한 특화전략도 보고한다. 지역과의 소통을 통해 국가자원의 합리적 배분이 이뤄지는 대목이다. 개헌안에 포함된 제2국무회의 모습이다. 지역의 위상이, 아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확 바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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