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진의 어떤 스케치- 미디어아트창의도시, 지금이 기회다

@조덕진 입력 2018.07.03. 00:00

광주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제 길 찾아가기 바란다.

문화경제부시장 시대라면 달라지리라 기대한다, 달라져야한다.광주시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는 어디로 가야할 바를 모르고 앞으로 내달리며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정책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지 못한 못한 광주시, 아무 문제의식 없이 사업위주로 실행해온 광주문화재단의 무신경이 빚어낸 불행이라해도 과하지 않다.

그동안 지역 문화계와 전문가 집단에서 계속 경고음이 울렸으나 실행기관이나 주무기관 어느 곳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애정어린 비판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을 미팅에서 배제해왔다는 일각의 우스개 소리는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쓸쓸하다.

위험 사인은 올 봄 AMT(Art Media Technology) 센터 건설 발표를 기점으로 정점에 달했다. 목표도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드웨어 구축을 발표하는 행정의 무심함에 전문가 집단은 경악하는 분위기였다. 당장 문화계 내부에서 '미디어아트 문화센터'라는 비아냥에서부터 애정어린 비판에 이르기까지 우려가 봇물을 이웠다. 이사업은 290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구동 공원 부지에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플랫폼 AMT'를 구축하고 이 일대를 미디어아트 창의파크로 조성하는 내용이다. 허나 AMT는 회의실과 전시실 등으로 구성, '예술+기술의 융합'이라는 창의파크라기보다 예술파크라 해야 마땅하다.

의욕적으로 발표한 사업이 왜 환영받지 못할까. 궁금해졌다.

지역 전문가 집단은 그렇다 치고(행정이 비판이나 제안을 못 받아들이니). 그 많은 해외 현장 답사에서 도대체 무얼 보고 온 것인가. 창의도시 관련 해외 선진지 시찰 자료는 이들의 시행착오가 당연한 결과이지 않을까 라는 심증을 준다.

우선 '창의도시'를 위한 시찰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2018년 전체 10박11일 일정에서 창의도시 연례회의(5일)를 뺀 나머지 5일 중 아르스일렉트로니카를 방문한 하루를 제외하면 모든 프로그램이 일반 문화탐방이다. 프라하의 카프카의 '움직이는 두상' 조형물 사례조사, 에곤실레 아트센터, 역사문화지구, 쿤스트하우스 미디어파사드, 미술관 리모델링 사례 견학 등이다.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연구를 위한 탐방인지 헛갈린다. 심지어 2016년 결과보고서의 한 대목은 이들이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추진담당자들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오스트리아 린츠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대해 '린츠의 미디어아트 중심이 되는 플랫폼으로 예술작업실과 과학기술 실험실 역할을 하는 퓨처랩' 이라고 제법 제대로 인식한 듯 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센터의 주요방향이 예술보다 기술에 치중되는 것은 아닌지?'라며 '의문'을 표했다.

순수예술 파트인 미술관 관계자라도 던질 수 없는 질문이다.

21세기엔 예술과 과학(기술)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예술영역에서도 이 융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사업(창의산업)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예산도 만만찮다. 미디어아트창의도시 사업은 지정 이전부터 시작해 매년 전개됐다. 지정 첫해 500만원으로 시작한 선진지 시찰은 이듬해(2015) 3천만원으로 6배가 증가한데 이어 매년 2천만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뒤늦게 광주시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정보문화산업진흥원를 비롯한 유관기관과 대학 등 10개 기관 21명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사업 방향 재정립'을 천명하고 있다. 4월 첫 회의 이후 차기 회의 일정도 잡히지 않은데다 협의체, 혹은 위원회가 갖는 한계에 머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변화의 시기,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겠다는 다짐과 발걸음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비툴어진 길을 바로잡을 기회는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 더 이상 나가면 돌아오기 힘들다. 아트플러스 편집장 겸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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