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인 지음ㅣ한길사ㅣ1만5천500원
"할 수 있는 한 선한 일을 하고 자유를 모든 것보다 사랑하고 왕 앞에 불려가서도 결코 진리를 부인하지 말자"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악가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다르겠지만 '베토벤을 아는가'라는 질문에 '모른다'라고 답할 사람은 흔치 않다. 서양 음악사에서도 손꼽히는 그에게는 '악성(樂聖)'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베토벤은 오페라, 피아노 소나타, 가곡, 협주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는데, 이 책은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 중 아홉개의 교향곡을 다룬다.
베토벤 교향곡의 탄생은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맞물려 있다. 그것은 '혁명의 세기'다.
자유와 평등의 이념은 베토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베토벤 이전 시기 악사의 지위는 매우 낮았고 정신적 창조와는 무관한 기능인으로만 취급받았다.
그러나 베토벤은 예술가를 일종의 선지자로 여겼으며 자신의 음악에 '자유'와 '진보'를 담고자 했다. 또한 그는 자기 자신과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일치시키는 작곡가였다.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고 그의 시대 또한 역동적이었으니 베토벤은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다.
교향곡은 작곡가가 하고 싶은 말을 음악을 이용해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장르다. 교향곡의 음악적 원리인 통일성 속의 다양성, 부분의 총합보다 더 큰 전체, 대립적 요소 사이의 긴장과 균형은 베토벤 자신의 생각과 이상을 담기에 충분했다.
이 책에서는 베토벤 교향곡을 설명하기 위해 베토벤이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 배경, 교향곡의 형성과정 및 구조, 이전 세대의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의 음악과 베토벤의 음악이 어떻게 다른지도 자세히 다룬다.
책은 장마다 한 곡의 교향곡을 설명하는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다. 각 장에 포함된 '교향곡 제 10번의 깊이 읽기'에서는 악장을 음악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하나의 연주 앨범을 선택하고 설명에 해당하는 곡 시간을 팔분음표로 표시했다.
해당 부분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본다면 음악에 대한 감상이 좀더 풍부해진다. '깊이 읽기' 뒤에는 '남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곡에 얽힌 뒷이야기와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가끔은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이야기보다 숨겨진 여담이 또다른 재미를 준다.
그 중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은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은 누구인가'다. 그동안 우리말로 된 베토벤 관련 서적들은 주로 오래된 견해들을 소개하고 있어 불멸의 연인에 관한 독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저자는 공적 기록을 기반으로 안토니 브렌타노를 불멸의 연인으로 내세운 메이너드 솔로몬과 사적 기록을 기반으로 요제피네 브룬스비크를 내세운 텔렌바흐의 최신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또 베토벤 교향곡 음반 추천을 통해 독자들이 베토벤과 클래식 음악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좀더 다채롭고 풍성한 방법으로 클래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시와 그림으로 피어난 꽃의 절규와 함성 시는 시인의 얼굴이자 내면이다.시인은 시를 통해 속내를 털어놓고 표정에 담지 못한 언어를 끄집어낸다.박노식 시인의 시도 이와 다르지 않다.박노식 시인이 최근 신작시집을 낸 데 이어 올봄을 넘기지 않고 시화집을 내놓았다.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달아실 刊)을 펴냈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을 냈고, 이번에 첫 시화집을 내는 것이니 부지런히 시를 쓴 셈이다. 그 원동력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세상과 싸우기 위해, 밥벌이를 위해 삼십여 년을 접어두어야 했던 만큼 '시'를 미치도록 그리워했다"며 "남보다 늦은 나이에 꿈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만큼 더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하였다"라고 답했다.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에는 모두 37편의 시가 실렸는데, 각 편마다 꽃말을 제목으로 하고 부제로 꽃 이름을 달았다. 각 시편마다 서양화가 김상연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꽃시(詩)와 꽃말과 꽃그림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화집이라고 할 수 있다.가령 "자기애"라는 꽃말을 지닌 "수선화"를 시인은 이렇게 시로 적고 있다."마주 앉아서 그대의 말끝을 따라갈 때면 어느새 저녁이 오고 나의 눈빛은 강 하구에 이릅니다/가만히 보면 그대 얼굴이 우물 같아서 달이 뜨고 거기에 내 얼굴도 떠 있습니다/그대는 흰 꽃잎으로 나는 노란 꽃잎으로 다시 태어나서 우리는 지금 서로의 운명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자기애-수선화' 전문)"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라는 꽃말을 지닌 "미선나무꽃"은 또 이렇게 시로 풀어냈다."아득한 기억처럼 슬퍼지는 시간들이 있지요/ 폭발 직전의 꽃망울은 순수의 가지에 놓여서 눈을 감아요/ 지난 노래를 부르지 말아요/ 한 장 꽃잎이 강물에 떠내려간들 누가 울어주나요/ 눈물은 온몸에 있어요/ 온몸이 울어요/ 당신이 다시 돌아와 내 눈물의 노래가 되었어요('모든 슬픔이 사라진다-미선나무꽃' 전문)독자들은 시화집을 통해 37개의 꽃과 꽃말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꽃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이야기를 꽃에 투영한 결과이며 오랜 세월 인구에 회자되면서 꽃말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시인이 이번 시화집의 부제를 '꽃말을 시로 읊은 가슴 저민 자화상'으로 명명했다. 시인이 정작 쓰고 싶었던 것은 꽃이 아니라 꽃 너머, 꽃말이 아니라 꽃말 너머, 그러니까 우리 모두의 자화상인 셈이다.박노식 시인은 이번 시화집 출간에 맞춰 '꽃말시'를 화가 김상연이 그림으로 표현해 낸 특별한 시화전을 연다.시화전은 광주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5월2~14일까지 박노식 시인의 첫 시화집 '기다림은 쓴 약처럼 입술을 깨무는 일' 출판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마련됐다.전시회 첫날인 5월 2일 오후 6시 오프닝과 출판기념회를 함께할 예정이다.김상연 화가는 "기존의 시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그림, 화가의 눈으로 시를 재해석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시화집에 인쇄된 그림과 원화가 주는 느낌은 또 다른 것이니 전시회에 오셔서 직접 감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박노식 시인은 "'꽃말시'는 처음부터 시화집을 목적으로 구상했었다. 시집 한 권 분량의 60여 편을 염두에 두었으나 시화집으로 묶기에는 다소 벅찰 것이라며 그가 말렸다. 그래서 37편에 머물렀으나 꽃만 남고 훗날 그는 구름이 되어버렸다"며 "더는 가슴 저미는 일이 없길 바라므로 나는 죽은 사람처럼 이 시화집을 열어보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시인은 차마 더 이상 열어보지 못하겠다고 하니 시화집을 열어 꽃말시를 읽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다..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지난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화순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김상연 화가는 화순에서 태어나 전남대와 중국 미술대학원을 거쳐 현대미술을 특유의 기법으로 회화와 설치, 미디어, 판화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주목을 받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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